신재생에너지의 미래를 띄우다

▲ 합천댐 물문화관에서 바라본 100kw급 추적식 태양광설비 전경

다양한 부력재 실험통해 수상태양광 경제성 제고
태양광 전용쿨러와 자동 각도 조절기능 등 연구

[이투뉴스] 수상태양광은 댐 또는 저수지의 유휴수면에 설치하는 태양광설비로 일반 대지나 산 등 식생을 훼손하지 않을 뿐더러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면에서 우리에게는 앞으로 눈여겨볼 부존자원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수자원공사는 현재 국내 전체 저수면적의 8.4%(48㎡)를 이용할 경우, 2937MW의 전력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합천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추수가 끝난 겨울의 고즈넉한 논들과 국내 유명 드라마 촬영지인 합천 영상테마파크를 지나 20여분을 더 가면 웅장한 합천댐 수문이 모습을 드러낸다. 높이 96m, 길이 472m의 콘크리트 중력식 댐 너머에는 악견산, 금성산, 허굴산에 둘러 싸인 수량 7억9000만 톤의 합천호가 추운 날씨 속에서 선명한 푸른빛을 내뿜고 있었다.

호수를 가장 잘 바라볼 수 있는 합천댐 물문화관에는 수상태양광 설비와 성능을 비교할 수 있는 육상태양광 설비를 비롯해 수상태양광의 발전과정을 설명하는 모형물과 실시간 전력생산량을 나타내는 현황판 등이 설치돼 있다.

이곳에서 수자원공사 합천지사 발전관리 담당인 조승기 차장을 만났다. 조 차장을 따라 문화관 옆, ‘관계자 출입금지’라는 팻말이 걸린 철문을 열고 10여m쯤 길을 따라가자 모터보트가 준비돼 있었다. 곧 고요한 수면 위로 엔진소리가 푸른 포말을 만들며 호수를 가르기 시작했다.

◆"새 쫒는데는 허수아비 말고 기타줄이 제격"

합천호에는 세 개의 수상태양광 발전설비가 있다. 2011년 9월께 준공된 설비용량 100kW급 설비를 시작으로 2012년 3월 설치된 500kW급 설비와 2013년 10월 완공된 100kW급 세계 최초 추적식 수상태양광 연구용플랜트가 넓은 합천호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세 개 단지를 모두 합치면 연간 1GWh의 전력을 생산 중이다. 지난 6월 말에는 일본과 말레이시아의 바이어들이 찾아오는 등 국내 수상태양광의 우수한 수준을 보여주는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2011년 준공된 100kW급 설비는 세계 최초로 댐 수상태양광 실증플랜트로서 아직까지 트랙레코드가 충분치 않은 수상태양광에 대한 기초적인 데이터 구축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태양광 모듈 주변에는 기상, 온도, 변위·방위 감지기를 비롯해 CCTV가 설치돼 있었다. 

합천호에 설치된 설비는 수면 위에 부력체를 기반으로 태양광 모듈과 모듈을 떠받치는 구조체가 있고, 수면 아래에는 댐 호수의 수위와 바람에 따른 수면의 움직임에도 설비를 안정시켜주는 계류장치가 존재한다.

계류장치는 부력체와 연결된 로프, 콘크리트 추인 씽카, 밧줄 중간 중간 매달린 보조추로 구성돼 있다. 이외에도 생산한 전력을 송전하기 위한 수중케이블이 호수변 전기실까지 이어져 있다.  380볼트로 수중케이블을 통해 전력이 송전되면 육지의 송변전시설에서 2290볼트로 변전이 이루어져 전신주로 들어간다.

2011년에 지어진 최초 설비는 플라스틱 재질이 아닌 콘크리트로 된 선박 접안시설이 존재한다. 두꺼운 나무합판 재질로 된 발판도 다른 설비와 사뭇 다르다. 9억원의 사업비가 소요됐으며 연간발전량 144MWh로 계통한계가격(SMP)과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각각 2000만원씩 받고 있다. 모듈은 414장이 쓰였다.  조 차장은 이 설비가 태풍 볼라벤을 이겨낸 ‘역전의 용사’라고 한다. 구조안전성면에서 일단 합격점을 받은 셈이다.

이 설비를 비롯해 합천댐의 수상태양광 설비에는 재밌는 아이디어가 하나 숨어있다. 설비를 설치한 후 얼마 안 있어 수많은 새들이 몰려와 배설물 때문에 몸살을 앓았다. 섬 하나 없는 호수에 갑자기 쉴 곳이 하나 마련되자 새들이 몰린 것.  배설물 때문에 모듈의 효율이 저하되거나 고장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조치를 취해야 했지만 뾰족한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런데 직원 한명이 아이디어를 냈다. 모듈 위에 빨랫줄처럼 기타 줄을 설치하자는 것. 문제는 씻은 듯이 사라졌다. 눈에 잘 안 띄는 기타 줄에 놀란 새들이 다시는 모듈 위로 걸터  앉지 않게 된 것이다. 정말 기타 줄이냐고 물어보았다. 조 차장이 줄을 튕겼다. 얼어붙은 대기를 깨는듯한 음색이 울려 퍼졌다.

더 이상 새가 앉지는 않지만 직원들은 한 달에 한번 효율이 저하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설비를 청소하고 있다.  문득 호수변과 설비까지 밧줄이 이어져 있는 플라스틱 재질의 뗏목이 하나 보였다. 조 차장은 직원들이 수시로 설비를 확인하기 때문에 연료 값이 비싼 모터보트를 타기 보다는 밧줄을 이용해 뗏목을 타고 오가곤 한다고 설명했다. 

▲ 500kw급 수상태양광 설비 단지인 쏠라투스(solatus)

◆수상태양광 성공, 부력재가 좌우한다

모터보트에 다시 시동이 걸렸다. 합천댐에 있는 500kW급 수상태양광 설비는 2012년 설치 당시 개발비용을 제외하고 kW당 43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갔다. 

가장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자재는 부력재이다. 모듈과 구조체 등을 충분히 안정적으로 지지할 정도로 견고하면서도 충분한 부력도 갖춰야 하기 때문에 가벼워야 한다. 계절마다 급변하는 댐의 수위 등 불안정한 수면 위에서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여야 하고, 전력생산 등 수익과 비교해 단가 역시 합리적이어야 한다. 수상태양광의 성공이 이 부력재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른 설비와 비교해 대단위 단지라고 말할 수 있는 500kW급 설비에는 각종 부력재에 대한 성능 실험이 진행 중이다. 태양과 연꽃의 합성어인 쏠라투스(SOLATUS)로 명명된 이 단지에는 모듈 1656장이 깔려있다. 수자원공사가 2012년 7월 세계 최초로 댐 수상태양광발전 상용화에 성공한 모델이기도 하다. 사업비 24억원을 투자했고, 연간발전량 718MWh로 SMP는 1억1000만원, REC는 1억2000만원을 받고 있다.

특히 수상태양광 설비는 수면 냉각효과로 육상태양광과 비교해 발전효율이 약 10% 정도 높다는 장점이 있다. 이 설비를 기준으로  13년간 평균 SMP 160원, REC 136원, REC가중치 1.5를 적용할 때, 연간 5만8254kWh의 추가발전을 통해 2100만원의 추가수익이 창출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단지에는 플라스틱과 비슷한 FRP재질이나 포스맥 등을 이용한 다양한 부력재가 떠있다. 구조물은 보통 알루미늄으로 견고하고 가볍지만 값이 비싸다는 평가가 따른다. 수자원공사는 현재 포스맥 재질의 부력재와 능동형 구조체를 통해 설치 비용 430만원을 310만원까지 낮추는데 성공했다.

특히 능동형 구조체는 초속 20m 이상 강한 바람이 불면 모듈판을 기울여 발생하는 피해를 최소화한다. 강한 풍속에 견디기 위한 복잡한 구조가 필요없어 단순한 구조로 자재가 덜 사용되는 만큼 원가도 절감할 수 있다는 복안이다.  이미 이론적인 실험은 끝이 났고 설치를 통해 이력을 쌓아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단지 안쪽으로 들어가면 비교적 작은 규모의 태양광 설비가 밧줄에 묶여 떠다니고 있다. 플라스틱 재질의 부력재와 구조물까지 일체형으로 돼있는 제품으로 시범적으로 운용 중이었다.  조 차장은 대단위 단지로 가끔 수달이 휴식을 취하기 때문에 배설물이 발견되기도 했고 이전에 본 적없는 어종이 관찰되기도 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100kW급 추적식 수상태양광 설비에 다가갔다. 이 설비는 합천댐 물문화관에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 있으며 네모지고 투박한 다른 단지에 비해 매우 심미적이다. 경관과의 조화를 중요하게 여기는 현재 수상태양광의 동향과 가장 잘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2013년 10월 준공됐고 사업비 12억 원이 투입됐다. 연간 156MWh의 전력을 생산하며,  가로 1m, 세로 1.6m의 태양광 모듈 320장이 쓰였다.

연꽃모양으로 보이는 이 설비는 한 마디로 수상태양광을 위한 종합 연구소로서 존재한다. 단지는 가운데 전력설비 등을 기준으로 네 구역으로 나눠져 있다. 추적식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해바라기처럼 태양의 고도와 방위를 추적해 설비가 회전하기 때문이다. 구역마다 마치 톱니바퀴가 맞물리듯이 단지 중앙에 설치된 모터가 모듈과 연계된 원의 바깥 톱니를 회전시키는 방식으로 구동한다. 수자원공사에 따르면 고정식 수상태양광 대비 23.5%, 육상 태양광 대비 35% 만큼 전력생산량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자원공사는 단지 내  구역에서 각기 다른 실험을 하고 있다. 하나는 태양광 전용쿨러를 이용한 냉각실험이다. 모듈판 뒤쪽에 설치된 쿨러로 합천호의 물을 끌어올려 모듈 온도가 가장 상승하는 여름철에 뿌리는 방식이다. 조 차장은 제품 한 개를 기준으로 비교해본 결과, 20% 정도 효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나머지 구역에서는 모듈판의 각도에 따른 실험을 하고 있다. 한 곳에서는 자동으로 각도를 조절하는 구조물을 설치했고, 다른 곳에서는 수동으로 각도를 조절한다.  태양이 비치는 각도에 따라 경제성 등 데이터를 얻기 위함이다.

이 추적식 태양광설비 단지는 합천호 내 다른 단지와 다른 계류 장치를 보유하고 있다. 단지와 연결된 8개의 외부 부력체가 각자 도르레와 추를 통해 댐의 수위에 따라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안정성을 확보해 준다.  조 차장은 다른 설비와 달리 태풍 등 급격한 기후환경을 겪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안정성 면에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설비를 끝으로 보트에서 내렸다. 갈대 사이로 다시 바라본 연꽃모양의 설비 위에 석양이 부서지고 있었다.

▲ 100kw급 추적식 태양광설비 단지에서 바라본 댐 수문과 합천댐 물문화관


최덕환 기자 hwan0324@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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