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외교 국정조사 논란 속 자원개발 실종될 판
'정치 배제+전문성 주도' 못이루면 도돌이표 우려

▲ 한국석유공사가 국내 최초로 셰일개발 사업에 참여한 미국 텍사스 주 매버릭 분지 내 이글포드 생산현장 수압파쇄 작업 전경.

[이투뉴스] 바야흐르 해외자원개발 수난 시대다. 여야의 합의로 자원외교 국정조사가 결정됐으며, 내년 예산은 올해보다 43.8% 줄었다. 셰일가스 개발 관련 예산은 실종됐고, 물론 민간기업의 해외자원개발을 독려하기 위해 마련한 해외자원개발 융자 예산도 대폭 줄었다. 해외자원개발 전문가들은 자원빈국인 우리나라는 해외자원개발이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IMF 경제위기로 무너진 자원개발사업의 불씨를 간신히 만들었는데 이마저 꺼지게 됐다고 걱정한다.

국회는 예산안을 의결하며 해외자원개발 사업 예산을 올해 6391억원보다 43.8% 줄인 3594억원으로 확정했다. 앞서 정부가 해외자원개발에 쏟아지는 비판을 의식해 자체적으로 예산 규모를 대폭 줄인 가운데서도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에서 1000여억원이 추가로 삭감된 결과다. 

최근 세계적으로 이목이 집중되는 셰일가스 개발 관련 예산인 유전개발사업출자는 올해 1700억원에서 570억원으로 3분의 1토막이 났으며, 민간기업의 해외자원개발을 독려하기 위해 마련된 해외자원개발 융자 예산도 2006억원에서 1437억5000만원으로 대폭 줄었다. 올해 정부의 공기업 경영정상화 주문에 사업 매각 논의로 주춤한 해외자원개발이 내년부터는 결빙기에 돌입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상황이 여기까지 이르자 해외자원개발의 미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차 켜졌다. 김대형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광물자원연구본부 자원경제연구실 박사는 지난해 11월 '해외자원개발 전문가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서 "우리나라는 여전히 에너지 및 자원안보가 가장 취약한 국가이며 자원안보와 해외자원개발사업은 일관성 있게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할 국정과제"라며 "해외자원개발사업에 대한 일괄적 예산 축소는 그동안 조성해놓은 산업기반의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사회적 비판여론 확대로 정상적인 자원개발투자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며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정권의, 정권에 의한, 정권을 위한' 사업
문제는 '정치'라는 것이 중론이다. 이명박 정부는 해외자원개발을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며 결론적으로 '정권의, 정권에 의한, 정권을 위한' 사업으로 만들었다.

전문가들은 "해외자원개발은 장기적인 시각에서, 일관되게 진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에서는 이같은 특수성이 외면당했다. 이명박 정부 5년 간의 해외자원개발 정책은 사실 2008년 2월 당선인 신분으로 2조원짜리 이라크 쿠르드 유전개발사업을 따냈다고 떠들썩하게 홍보했을 때부터 예견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그해 3월 이 전 대통령은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한국석유공사를 임기 안에 다섯 배로 키우라"고 지시했다. 이에 더해 2019년까지 자주개발률을 30%로 올리겠다는 목표를 설정하며, 달성률을 매년 에너지공기업 평가 지표로 활용하며 이를 압박했다.

이에 따라 석유공사는 기존의 '탐사위주 사업' 전략을 버리고, 무분별한 인수·합병으로 해외 자산을 매입해 자원개발사업을 총체적으로 부실하게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그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과 당시 '왕차관'으로 불리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 정권실세가 나서 자원외교를 한다며 해외를 순방했다. 이를 통해 총 71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 했으며, 해당 내용은 곧바로 홍보에 활용됐다.

자원외교가 필요하지만, 정치권에서 지나치게 앞서게 될 경우 내편이면서 동시에 적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신현돈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어느 나라와 협상을 진행한다, 매각한다고 언론에 대서특필하면 결과적으로 협상력은 크게 떨어진다"며 "자원외교는 수면 아래에서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권의 역할에 대해 "장기적 시각에서 일관되게, 그리고 조용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성대한 홍보를 벌이며 진행한 해외자원개발의 성적표는 부실투자라는 결과로 돌아왔다. 홍일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명박 정부 시절 결정된 해외자원개발사업에 2018년까지 31조원 이상의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며 "이렇게 되면 MB정부 해외자원개발 총 투자비는 이미 투입된 41조원에서 더 증가해 5년 후 약 72조원을 상회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정치는 배제, 전문성 주도해야
대한지질학회장인 정대교 강원대 자연과학대 교수는 "해외자원개발 분야는 전문가들의 평가를 통해 사업을 결정해도 성공률이 10~20% 밖에 안 된다. 여기서 조금이라도 감점 요인이 추가된다면 당연히 더 하락한다. 이명박 정부 때 전문가들의 소신으로 결정했으면 이정도로 곤란한 지경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며, 업계로서도 상당히 성장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정 교수는 "다음 세대에서는 이 같은 방식의 투자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착잡함을 나타냈다.

정치의 배제 뿐만 아니라 공기업의 최종의사결정 기관인 이사회의 전문성 향상도 요구되고 있다. 김진석 전 대우조선해양ENR 사장은 "이사회의 전문성을 제고해야 한다"며 "이사회에 참여하는 이사는 10년 이상 관련 업계에 종사한 전문가로 구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사회는 공기업의 해외 투자 시 최종 의사결정기구 역할을 한다. 해당 공기업이 무리하게 추진하거나, 부실자산 매입을 결정할 때 이를 걸러내고 저지할 수 있는 장치이다.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이사진을 전문가로 구성하고, 역할에 맞는 실질적인 힘을 부여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이사회 회의록을 살피면 힘도, 전문성도 찾기는 어려웠다.

자원외교 국정조사 논의가 활발하다. 야권은 해외자원개발의 총체적 부실과 책임을 조명하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여권은 지난 정부와 이번 정부에 그 피해가 확산되는 걸 막기 위해 분주한 모양새다. 국회가 해외자원개발의 체질을 개선하고, 현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고민을 어떻게 시작할 지 주목된다. 

이윤애 기자 paver@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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