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그린사이언스 1MWe 태백 실증플랜트

▲ 그린사이언스 연구실에 마련된 별도의 플라즈마 토치로 바이오매스 연료를 합성가스화 시키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산화제로는 스팀이 사용됐다.

[이투뉴스] "점화하겠습니다.", "퐈아~퐈~아~"

구민 그린사이언스 연구소장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지름 10cm, 길이 2m 남짓한 플라즈마 토치가 태양빛 불기둥을 토해내며 불 꺼진 연구실 내부를 환하게 밝혔다. 75kW급 전원공급장치(파워)와 연결된 플라즈마 토치가 삽시간에 투입된 바이오매스 연료를 최대 6000℃의 온도에서 합성가스(CO+H2)로 만들어 버리는 장면이다. 플라즈마 산화제로는 물(스팀)이 사용됐고, 실험실은 대기압 상태였다. 파워에 걸린 실제 전원부하는 60kW를 넘지 않았다.

지난달 2일 강원도 태백시 장성동 태백장성농공단지내 그린사이언스 본사. 수은주가 영하 10℃ 아래로 곤두박질친 이날 태백산맥 준령은 강추위 속에 며칠전 내린 눈에 덮여 한층 을씨년스런 분위기를 연출했다.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 제2수갱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자리잡은 이 회사 사옥은 농공단지내 평범한 일반건물과 다를 것 없어 보였다.

하지만 2~3층 높이의 내부로 들어서자 2013년말 40억원을 들여 준공한 1MWe급 플라즈마 석탄가스화복합발전(PE-IGCC) 실증설비가 모습을 드러냈고, 취재진이 마이크로웨이브 스팀 플라즈마 토치 실물시연을 요청하자 사옥 한켠 실험실에서 이같은 즉석 시연이 이뤄졌다. MWe 데모 플랜트에는 실험실에서 공개한 플라즈마 토치 3대가 설치돼 있다.

이 실증설비는 저열량탄 등을 연료로 약 600kW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스팀 플라즈마 토치를 활용한 MW급 PE-IGCC는 지난해 그린사이언스가 전 세계 최초로 상용화 했다. 생산된 전력은 플라즈마 생성에 약 300kW가 자체 사용되고 실제 생산분은 나머지 300kW다. 이 플랜트를 3MW 규모로 키우면 약 800kW를 사용해(자체소비분) 2.2MW의 전력생산이 가능하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봉주 그린사이언스 대표는 “이론적으로만 가능했던 플라즈마 IGCC 발전소를 실물화해 경제성을 입증한 것이 데모플랜트 건설·운영의 의미”라면서 “내년(2015년) 상반기까지 군위군에 1.8MW 발전소를 건설하고, 같은해 연말까지 태백 철암동 부지에 바이오매스를 연료로 쓰는 3MW 설비를 완공해 플라즈마 발전의 새 전기를 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PE-IGCC 첫 상용화…3MW 상업발전소 건설 박차
국가핵융합연구소(NFRI) 연구원 출신의 이 대표가 설립한 벤처기업이 강원도 산간벽지서 ‘플라즈마 응용기술 산업화’라는 원대한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2011년 NFRI 1호 창업기업으로 설립된 그린사이언스 이야기다. 현직 대학교수(한동대 대학원 첨단그린에너지환경학과)이기도 한 이 대표는 현재 20여명의 연구소․대학원 출신 석·박사급 직원들과 국내 첫 PE-IGCC 상업발전소 가동을 위해 분투하고 있다.

석탄공사 철암 선탄장에 건설되는 3MW 바이오매스 플라즈마 발전소 건설에는 약 150억원의 민간자금이 투입될 예정이다. 지난해 초부터 추진한 국내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금융권의 대기업 성능보증이나 담보요구로 무산된 가운데 지난해 7월 미국계 펀드의 투자결정으로 우여곡절 끝에 전체 10MW 프로젝트중 1단계 3MW 발전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그린사이언스가 10억원을 지분투자하고 7~8년에 걸쳐 펀드자금을 되갚는 조건이다.

앞서 이 회사는 창업벤처시절 NFRI 측과 플라즈마를 이용한 PE-IGCC, 2차 전지 양극재·음극재 처리 생산, 수처리 기술 등에 관한 독점적 기술사용 계약을 체결, 각 분야 산업화를 위한 후속 연구에 매진해 왔다. 상업화 된 기술로 매출이 발생하면 일정수준의 기술료를 NFRI에 지불하고, 그린사이언스가 새로 개발한 기술은 공동소유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 플라즈마 토치 3대가 설치된 1mwe 석탄가스화복합발전 실증플랜트 설비 (가스화기)

이 대표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캘리포니아대학교(UCLA) 연구교수 시절 프린스턴대학교에서 교환교수로 K-STAR(한국형핵융합연구로) 설계에 참여한 뒤 14년간의 해외생활을 접고 NFRI 책임연구원으로 적을 옮겨 핵융합․플라즈마 연구에만 한 우물을 판 전문가다. 그린사이언스 창업 당시까지 출원한 관련 특허만 120건에 육박한다. 이중 경제성이 높아 조기 산업화가 가능할 것으로 이 대표가 점찍은 기술중 하나가 바로 플라즈마 발전이다.

이 대표는 “연구원 시절 기업들과 숱한 연구과제를 진행했는데 연구소 기술과 현장 기술, 즉 연구와 산업화는 다른 차원의 얘기라 유용한 기술이 현장에서 쓰이지 못하고 사장되거나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에 이전된 기술을 통째로 빼앗아 가는 일이 반복되자 창업을 결심했다”며 “플라즈마 발전소가 관련기술 산업화의 플래그십이 된 셈”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로웨이브 플라즈마로 아크 토치 한계 극복
‘제 4의 물질상태’를 일컫는 플라즈마는 아직 일반인에게는 낯선 용어다. 고체 상태인 얼음에 열을 가하면 물이 되고, 액체인 물에 추가로 열을 가하면 기체인 증기가 되는데, 이 증기에 수천도의 열을 가해 원자에서 전자가 떨어져 나가 서로 분리된 상태를 플라즈마로 이해하면 된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형광등 내부나 태양, 번개도 플라즈마의 일종이다.

현재 그린사이언스가 보유한 PE-IGCC 기술은 이같은 플라즈마를 장기간 안정적으로 만들어내는 마이크로웨이브 스팀 플라즈마 장치(토치)를 이용해 저급탄이나 폐기물 등을 가스화하고, 이때 생성된 합성가스(H2와 CO)로 가스터빈을 돌려 전력을 생산하는 신기술이다. 일찍이 수십년전 상용화 된 기존 아크 플라즈마 토치 기술과 비교해 경제성 측면에서 월등한 강점을 갖췄다는 게 그린사이언스 측의 설명이다.

우선 기존 아크 플라즈마 토치는 금속 전극 수명이 최대 수백시간에 불과해 고가의 토치를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또 플라즈마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 투입되는 에너지비용(전기료)이 과다해 설비운영 자체의 채산성이 나오지 않았다. 다이옥신 이슈로 2000년대 후반까지 전국 소각로에 앞다퉈 적용된 아크 플라즈마 설비들이 6개월도 못가 문을 닫은 이유다. ‘플라즈마 발전은 경제성이 없다’는 인식도 이때 뿌리를 내렸다고 한다.

반면 마이크로웨이브 플라즈마 토치의 경우 스팀으로 만든 플라즈마가 마이크로파를 타고 대기중에 에너지를 전달해 전극이 필요 없고 산화제가 포함된 가스를 사용할 수 있는데다 2000℃ 이상 불꽃 부피가 아크 플라즈마의 50배에 달해 그만큼 효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마이크로웨이브 토치는 아크 토치 대비 전기효율이 2배 높아 이론상 기존 아크 토치 대비 100배 운영효율 달성이 가능하고 화석연료나 바이오매스 등을 촉매연료로 사용할 경우 매우 큰 부피의 불꽃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게 그린사이언스 측의 설명이다.

이봉주 대표는 “3000℃만 되어도 모든 물질이 녹고 가스화 되는데 아크 플라즈마 토치는 1만1000℃까지 온도를 높이는 반면 마이크로 토치는 최대 6000℃ 영역의 온도를 이용한다”면서 “실증결과 운영경비를 아크 토치 대비 적어도 1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는 결론을 얻어 플라즈마 발전소 상업화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플라즈마 기술 산업화의 출발은 이산화탄소 포집 및 재활용 장치를 포함한 PE-IGCC이지만 향후 플라스틱 유리화 기술이나 이차전지 음극재 및 양극재 응용기술, 정부 연구개발 과제로 추진될 물을 사용하지 않는 플라즈마 셰일가스 파쇄기술 등의 잠재력은 발전기술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유망하다”면서 “자원이 부족한 후진국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기술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게 그린사이언스의 궁극적 목표”라고 말했다.

<태백 장성=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인터뷰] 이봉주 그린사이언스 대표이사
“4~7년이면 투자비 회수, 경제성 충분”

지난해 태백 플라즈마 발전소 착공 소식과 함께 발전업계의 시선을 끌어 모은 그린사이언스를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연구중심 벤처기업의 플라즈마 기술 산업화에 큰 기대를 걸고 이들의 행보를 예의주시하는 부류가 있는가 하면, 아직 경제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기술로 투자를 일으켜 무모한 도전을 시도하고 있다는 회의적 반응도 없지 않다. 태백 본사 집무실에서 만난 이봉주 대표는 “아크 플라즈마 토치 기술의 실패 사례를 목격한 분들은 충분히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다”며 일각의 우려에 공감을 표했다. 그는 또 “벤처기업이 투자를 유치하는 어려운 과정에 일부 불미스런 일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실체가 분명한 마이크로웨이브 플라즈마 발전소들이 조만간 상업화 될 예정이라 그런 의문들도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고 여유를 내비쳤다. 이 대표는 “기술중심 기업인만큼 경영부문은 능력이 탁월한 전문 임원들에게 위임하고 나는 계속 CTO(최고기술책임자)로 남아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는 게 소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이봉주 그린사이언스 대표

- 핵융합연구소를 그만두고 벤처기업을 창업한 배경은?

핵융합에너지가 궁극적인 에너지이고 대안이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핵융합 전문가로 볼 때 핵융합 플라즈마 상용화는 빨라야 2040년께나 가능하다고 본다. 그 사이는 어떤 에너지로 메울 것이냐를 봤을 때, 과거엔 원자력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저급화석연료나 폐기물까지 모두 쓸 수 있어 친환경적인 플라즈마 발전이 적임이라고 보고 있다. 결정적으론 연구원 시절 대기업들이 기술이전 중소기업이 산업화하지 못한 기술을 홀랑 가져가는 것을 수차례 목격하면서 안 되겠다 싶어 창업했다. 플라즈마 응용기술을 많지만 경제성이 있는 것은 별로 없다는 판단이 들어 가장 상업화에 근접한 가스화발전을 비롯해 5개 아이템으로 시작해 지금은 모두 가져가고 있다. 한동대 출강은 개인적으로 자기장핵융합보다 훨씬 더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레이저핵융합을 해보자는 제안에 따라 수락한 것이다.

- 플라즈마 발전은 플라즈마 생성에 투입되는 에너지비용이 높아 경제성이 낮다는 게 상식이다.

연구자로서 기술개발하면서 항상 검증하는 게 경제성이다. 플라즈마 발전도 2007년에 처음 개발하고 2010년에야 경제성을 확인했다. 특히 가격이 저렴한 저급탄을 연료로 쓰고 신재생에너지로 분류되는 가스화발전으로 인센티브를 받으면 경제성이 훨씬 개선된다. 예를 들어 우리가 짓고 있는 3MW 철암 발전소의 경우 톤당 15만원짜리 값비싼 팜폐기물 연료를 수입해 쓰더라도 REC를 따로 받아 7년이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예상내부수익률이 18~19%나 나온다. 만약 국내에서 자급할 수 있는 축산분뇨나 다른 생활쓰레기를 저렴하게 들여온다면 투자비회수기간을 4년으로 단축할 수도 있다. 소형 가스화발전은 분산전원 정책에도 부합하고 친환경적이며 효율이 높으므로 국가적으로 REC를 1.5이상 부여해 줬으면 하는 게 정부 측에 바라는 점이다. 플라즈마 발전에 대한 일부 부정적 인식은 운영비가 매우 비싼 아크 플라즈마 토치 기술에서 기인한 것이다. 마이크로웨이브 플라즈마는 아크보다 실전에서 10배가 효율이 높다. 우리가 결과를 내면서 지금은 두 기술간 차이를 이해시켰고 어느 정도 인식이 개선됐다고 본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려의 시각이 있다. 벤처기업이 투자를 일으켜 아무도 해내지 못한 일들을 수행해 낼 수 있겠냐, 너무 앞서 나가는 거 아니냐는 얘기들이다.

계속 견지해 왔던 점이 우리는 전혀 그럴 맘이 없는데 과도하게 부풀려 지는 것이다. 어떤 것을 한다고 했다가 할 것처럼 말을 바꿨다가 결국 실패하면 그런 게 사기가 되는 거다. 우리가 지금 여러 응용기술중 플라즈마 발전만을 얘기하는 이유는 실체가 있기 때문이다. 3MW 철암 프로젝트는 실제 부지매입을 완료했고 엔지니어링 회사(한국지역난방기술)에 설계용역도 의뢰한 상태다. 그 외에도 1.8MW 군위발전소를 비롯해 여러 프로젝트가 조만간 착수된다. 기술적 자신감은 있는데 믿지 않으니 1MW 데모플랜트를 만든거다. 다만 3MW 철암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PF가 잘 안 돼 애를 먹었고, 그 과정에 다른쪽에서 심지어 핵융합연구소와 기술계약을 맺었다는 거짓까지 퍼뜨려 업계에 좋지 않은 소문이 퍼진 적도 있다. 사실 나는 경영 쪽은 노하우도 없고 잘 모른다. CEO로서 회사의 비전과 방향에서 벗어난 사안만을 지적할 뿐 경영은 CFO(최고재무책임자) 등 임원의 몫이다. 그린사이언스는 연구중심의 회사다. CTO로 남아 기술완성도를 높이는 게 내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교수직은 외딴곳까지 우수한 인력을 수급하는데 도움이 된다. 대학원생에게는 산학 장학금을 주고, 연구위주라 석·박사 논문거리도 충분히 제공할 수 있다.

- 플라즈마 기술을 응용한 셰일가스 파쇄기술을 국책연구과제로 수행한다고 들었다.

포항공대, 강원대 등과 이달부터 함께 수행하는 중장기 에너지R&D 과제다. 물을 사용하지 않고 플라즈마 파쇄기법으로 세계 특허도 냈는데, 중국처럼 매장량은 많지만 환경오염 우려나 물부족으로 수압파쇄법을 쓰지 못하는 나라에서 활용가능한 기술이다. 물 대신 LPG를 채운 뒤 거기에 MW급 파워를 넣으면 플라즈마가 만들어져 압력이 1만기압으로 올라가고 틈새로 파쇄가 이뤄지는 방식이다. 기술가치로보면 갱구 1개당 200만달러의 가치가 있다. 개인적으론 가장 잠재력 높은 기술로 보고 있다.

<태백=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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