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150만㎥ 도시가스 사용하는 대용량 수요처로 각광
분산전원 정책, REC구매, 안정적 투자운용 맞물려 윈-윈

▲ 국내 최대 연료전지 발전소인 58.8㎿ 규모의 경기그린에너지 전경.


[이투뉴스] 갈수록 판매량이 떨어지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도시가스사에 연료전지 발전이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평균 기온 상승과 LNG도매요금 상승에 따른 대용량 산업체의 연료 역전환 등으로 돌파구 마련이 절실한 상황에서 기대가 적지 않다. 연료전지 발전소가 가동될 경우 공급하는 도시가스 물량이 연간 수천만 ㎥에 달하기 때문이다. 연료전지 발전소 자체의 수익성과는 별도로 ㎿당 약 150만㎥ 가량의 도시가스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대용량 수요처로 각광받는 것이다.

특히 분산전원 및 신재생에너지 보급에 비중을 두는 지자체 정책과 REC(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를 필요로 하는 발전사, 투자자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려는 투자사들의 입장과 맞물려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전기 및 열 판매와 REC 공급을 통해 수익을 얻는 구조로 금융사들에 따르면 내부투자수익률을 4% 이상으로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경기악화로 안정적으로 자금을 운용할 투자처를 찾기가 쉽지 않은데다 수익률도 적지 않다보니 투자사들이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더욱 적극적이다. 노을연료전지 발전소의 1070억원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당초 31%의 지분을 참여키로 했던 재무적 투자사들이 99% 지분참여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 실례다.

도시가스산업 기상도는 악화되는 여건으로 먹구름이 짙다. 이 같은 우울한 전망은 통계에서 그대로 확인된다. 도시가스 공급량 증가율은 2010년 13.1%에서 2011년 4.5%로 뚝 떨어졌다가 2012년 7.2%로 소폭 상승했으나 2013년 다시 1.4%로 바닥을 면치 못했다. 반면 수요가는 2010년과 2011년 각각 4.3%, 2012년 4.0%, 2013년 3.9%로 매년 4% 안팎의 증가율을 유지하고 있다. 지속적인 수요가 증가에도 불구 공급량은 상대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들어서는 판매량 감소세가 더욱 가파르다. 전년동월대비 1월 12.5%, 2월 8.6%, 3월 6.6%, 4월 18.5%, 5월 10.0%, 6월 3.6%, 7월 0.5%, 8월 4.7%, 9월 △1.8% 를 기록해 한 번도 증가율을 나타난 때가 없다.

이처럼 판매량이 크게 줄어드는 가장 큰 요인은 가격경쟁력이다. 한국가스공사가 공급하는 도시가스용 단가는 MJ당 2012년 17.4475원에서 2013년 2월에는 19.4214원, 9월에는 19.5332원으로 올랐으며, 올해 또 다시 1월 20.7339원, 7월 20.5166원으로 상향세를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 내년에도 누적된 미수금 회수를 위한 인상이 예정되어 있어 오름세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반면 국제유가는 하향세가 전망돼 타연료에 대한 가격경쟁력은 더욱 떨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산업용이나 수송용 등 모든 용도에서 판매량 감소가 예정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연간 수천만㎥ 규모의 신규 수요처인 연료전지 발전소는 도시가스업계의 새로운 먹거리가 아닐 수 없다. 한 곳의 공급만으로 연간 수백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연료전지 발전소인 58.8㎿ 규모의 경기그린에너지에는 삼천리가 도시가스를 공급하고 있다. 경기 화성시 향남읍 발안산업단지 내 2만405㎡, 약 6200평 부지에 33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자돼 2013년 12월 가동에 들어간 이곳에는 21기의 용융탄산염 연료전지(MCFC)가 설치돼 있다. 공급물량은 연간 8600만㎥ 규모에 달한다. 삼천리는 경기그린에너지의 지분 19%를 보유하고 있고 앞으로 20년간 도시가스를 독점 공급하게 된다.

 

▲ 국내 가정용·발전용 연료전지 설치현황(자료:포스코에너지)

 

분산전원인 연료전지 발전소 건설은 서울시의 행보가 빠르다. 서울시는 전국 최초로 ‘신재생에너지 시설의 에너지 생산량 산정지침’에 연료전지 항목을 추가해 연면적 500㎡ 이상 주택이나 건물을 지을 때 이를 적용토록 하는 등 연료전지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공공시설 공간을 활용한 연료전지 등 분산형 신재생에너지 보급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전력자립도를 2013년 4.2%에서 2020년에는 20%까지 확대하기 위해서다.

코원에너지서비스는 서울시 ‘원전하나줄이기’ 정책의 사실상 제1호 연료전지 발전시설로 지난해 10월부터 본격적으로 가동에 들어간 20㎿ 규모의 고덕 연료전지 발전소에 도시가스를 공급하고 있다.
서울시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고덕차량기지 부지를 임대하고, SK E&S가 단독으로 1050억원의 자금을 전액투자해 향후 20년간 운영하는 이곳에 코원에너지서비스는 지난해 시운전부터 넉달 동안 880만㎥를 공급했으며, 올 한해 3000만㎥ 상당의 도시가스를 공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공급권역에서 산업체의 연료 역전환으로 연간 1억㎥ 상당의 수요처를 잃은 코원에너지서비스 입장에서는 여간 다행스럽지 않다.

서울도시가스의 경우 20㎿ 규모의 노을연료전지 발전소 건설이 곧 이뤄질 예정이다. 상암동에 짓는 노을연료전지 발전소는 이미 한수원, 지역난방공사, 서울도시가스, 포스코에너지가 주주로 참여해 추진되어왔다. 한수원이 REC 구매와 사업관리 주관을 맡고, 지역난방공사는 REC와 발생열 구매, 서울도시가스는 연료 공급, 포스코에너지는 REC 구매와 설계, 기자재 공급 및 시공 등을 각각 맡는다.

모두 1070억원이 투입되는 노을연료전지 발전 프로젝트는 당초 한수원 29%, 지역난방공사와 서울도시가스가 각각 15%, 포스코에너지가 10%의 지분, 나머지 31%는 재무적 출자자의 몫으로 논의됐다. 이후 파이낸싱 과정에서 수익률이 충분하다고 평가한 외환은행과 하나대투증권 등의 투자사가 99%의 지분으로 참여하고, 나머지 1%를 나머지 주주사가 원래의 지분비율대로 투자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서울도시가스는 1억6000여만원의 투자만으로 연간 3100만㎥의 도시가스 공급권을 갖게 된 셈이다.

또한 강서구 마곡동 서남물재생센터에는 2016년 30㎿ 이상의 연료전지 발전소가 건설된다. 서울권역에 설치되는 연료전지 발전시설로는 최대 규모로, 연간 약 6만5000 세대에 공급할 수 있는 전력 236GWh와 약 1만 세대에 지역난방이 가능한 12만Gcal의 열을 생산할 수 있다. 서남물재생센터 내 부지를 대여하는 방식으로 연료전비 발전시설을 설치키로 하고, 곧 사업자 선정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외에도 파주 LG이노텍 공장에 10㎿ 규모의 연료전지발전소를 짓는 계획과 관련 관심을 보이는 발전사와의 협의가 끝나는 대로 구체적인 플랜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예스코도 연료전지발전소 건설에 지분참여를 통해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수원을 비롯한 발전사와 협의를 진행 중이나 기대만큼 빠른 진척을 보지는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저렴한 부지확보 측면에서 최적지로 꼽히는 서울시 소유의 물재생센터가 아닌 도시철도공사 소유의 차량기지 임대차 방안이 논의되는 가운데 보다 효과적으로 참여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대륜E&S는 서울시가 도봉장암차량기지에 연료전지발전소를 건설하려는 것과 연계해 동서발전 측과 참여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서울시가 행정 지원을 약속하고 있는데다 도시철도공사도 지원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다는 점에서 가시화가 멀지 않아 보인다.

부산도시가스의 경우 해운대 집단에너지공급시설 및 환경공단 부지에 30.8㎿ 규모의 연료전지 발전소를 오는 4월 착공해 2016년 6월 준공할 예정이다. 이 사업을 위해 한수원 29%, 부산도시가스 28.5%, 부산시 23.5%, 제일모직 19%의 지분구조로 SPC(특수목적법인)인 부산그린에너지를 설립했다. 부산시는 지역난방 대체열원 개발과 행정지원을 담당하고, 한수원은 REC 구매, 부산도시가스는 연료공급과 REC 구매, 제일모직은 발전시설 건설을 위한 설계·시공을 각각 맡게 된다.

부산도시가스 측은 연료전지 발전소 가동이 이뤄지면 연간 4500만㎥ 상당의 도시가스가 공급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30.8㎿ 규모라 해도 이미 도시가스가 공급되고 있던 집단에너지시설의 대체시설로 기존에 연간 2600만㎥ 정도의 도시가스가 공급됐다는 점에서 신규물량은 약 1400만㎥라는 설명이다. 도시가스사이면서 REC를 구매하는 것은 발전사업을 펼치는 SK E&S 그룹차원의 구매인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해 역대 최악의 판매실적을 기록한데다 앞으로도 분위기를 반전시킬 큰 호재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도시가스업계의 연료전지 발전소 건설 참여를 통한 대용량 신규수요처 마케팅 활동은 한층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