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법원도 하이브리드 타입 보일러 특허침해 패소 판결
“특허발명 권리범위 아니다…소송비용 귀뚜라미가 부담”

[이투뉴스]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으로 불리는 대기업 귀뚜라미와 중소기업인 규원테크의 특허분쟁에서 귀뚜라미가 또 다시 패배를 맛봤다. 하이브리드 타입 보일러를 대상으로 한 특허침해 소송에서 1심에 이어 2심도 규원테크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번 특허법원 선고는 규원테크가 생산하는 하이브리드 타입 보일러를 대상으로 귀뚜라미가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특허심판원에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한 뒤 다시 특허법원과 대구고등법원에 항소한데 따른 결과다.

귀뚜라미는 지난해 규원테크가 개발한 기름과 화목을 접목시킨 하이브리드 타입 보일러에 대해 6건의 항목에서 특허를 침해했다며 특허심판원에 제소했고, 이에 맞서 규원테크는 원고를 상대로 특허심판원에 ‘확인대상발명은 이 사건 특허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하고 확인대상발명을 보정했다.

이에 대해 특허심판원은 지난 3월 14일 “신규성이 부정되지 않고, 확인대상발명은 자유실시기술에 해당되지 않으나 일부 구성이 대응구성과 상이하면서 균등관계도 아니므로 해당 사건 특허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아니한다”고 심결하고 “심판비용은 귀뚜라미가 부담할 것”을 판결했다.

하지만 다시 귀뚜라미 측이 해당 사건의 심결 취소를 요구하며 항소를 제기하면서 특허분쟁은 2라운드에 돌입하게 됐다.

해당 사건을 맡은 특허법원 제3부는 지난달 28일 원고인 귀뚜라미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확인대상발명은 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아니하고, 1심 판결과 결론을 같이 해 적법하다고 판단한다며, 그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한다고 결론지었다.

이번 특허법원의 판결이 규원테크에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이미 2012년 귀뚜라미가 규원테크의 대표인 김규원 사장을 기술유출 혐의로 대구 수성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고, 법원의 구속적부심에서 구속이 합당하지 않다며 풀려나는 고초를 겪은 바 있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은 법정에서 기술유출의 사실 여부를 가린 셈이다.

여기에 두 기업 간의 마찰 배경을 살펴보면 단순히 기업 간의 기술유출에 관한 사안이 아니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김규원 사장은 1989년 귀뚜라미 평사원으로 입사해 기술연구소, 품질보증팀장, 공장장, 귀뚜라미보일러 대표이사를 거쳐 2007년 그룹총괄사장으로 선임됐다. 당시 직원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었으며, 귀뚜라미 오너인 최진민 회장의 신임도 대단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후 귀뚜라미의 중국 천진법인 대표로 옮겨 회사를 경영하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는 분식회계 건에 휘말린 가운데 2010년 2월 퇴사했다. 이 과정에서 본인이 사의를 표명한 것이라는 회사 측 설명과 일방적 해고 통보라는 김 사장의 주장이 맞서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이후 김 사장은 2010년 7월 자신의 이름을 딴 종합 보일러제조사 규원테크를 설립해 전문기술력을 바탕으로 펠릿보일러, 하이브리드 보일러 등을 제조·판매하면서 재기에 나서 주목을 받았다.

이런 과정에서 귀뚜라미가 손해배상청구소송, 특허침해소송 등 갖가지 소송을 이어가자 비용·시간·인력 측면에서 중소기업을 곤혹스러운 지경에 빠트려 김 사장의 재기를 물거품으로 만들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귀뚜라미가 어떤 명분이든 만들어 또 다시 소송을 이어갈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관련업계는 이미 지나간 손해배상소송에서 고등법원과 대법원이 김규원 사장의 손을 들어준 데다, 이번 특허법원 소송까지 승소함에 따라 동일 사건으로 진행 중인 대구고등법원 특허침해 손해배상소송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특허침해 소송이 2심에서 그칠지는 미지수이다. 주체가 귀뚜라미이기 때문이다. 이젠 더 이상 소모적인 법정 논쟁을 그만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만큼 더 커질 것은 분명하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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