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수 박사 / 동국대학교 겸임교수 / 자연환경보전연구소 소장

서정수 박사
동국대학교 겸임교수
자연환경보전연구소장

[이투뉴스 칼럼 / 서정수] 겨우살이란 겨우살잇과에 속한 식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겨우살이, 꼬리겨우살이, 동백나무겨우살이, 참나무겨우살이 따위가 있다.
식물분류학적으로 설명한다면 참나무류, 물오리나무, 버드나무, 팽나무, 동백나무 등에 기생하여 살아가는 기생식물을 일컫는다.
생약명으로는 곡기생이라 하여 예로부터 민간에서 이용되었던 민속식물자원 중 하나다.

그런 까닭에 우리 귀에 생소하지 않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익숙한 이름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21세기 질병을 대표하는 암에 효능이 있다는 소문에 지금 온 산하는 겨우살이 채취에 몰입해 있다.
그 소문의 진원지는 지상파는 물론이고 특정 종편에서 가장 인기있는 프로그램으로 제작되어 채취의 시작부터 복용하는 끝까지의 과정을 여과 없이 방송한 결과라 해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겨우살이는 노오란 열매를 맺는데 그 열매를 새들이 먹은 후 다른 나무에 옮겨 배설하면 끈적끈적한 점액질 덕에 그 나무에 기생하며 살아가는 생활사를 보인다.
낙엽이 진 겨울 산을 오르노라면 여기저기 새파란 겨우살이의 생명력을 볼 수 있었는데 몇 년전부터 아주 높은 산이 아니면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희귀종으로 변모해 버렸다.
동백나무겨우살이는 동백나무가 자라는 남쪽지방이 대부분인데 특히 사람이 없는 외딴섬에 주로 분포한다. 배를 동원하여 깎아지른 절벽에 겨우 살고 있는 동백나무군락에 접근하여 겨우살이를 채취하는 광경을 생중계하는 방송사의 행태는 과연 방송의 본질을 알고 있는지 의심이 갈 정도이다.
겨우살이뿐만 아니라 바위틈 흙속에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는 하수오며, 바위솔이며 이루 다 열거할 수 없는 종들이 남획은 물론 절멸에 가까울 정도로 파헤쳐지고 있다.
겨우살이는 법으로 정하여 보호받는 종도 아니지만 설사 법으로 정한 종이라 하더라도 최근의 양상을 보면 지켜질 가망성이 전혀 보이질 않는다.

특정종이 법으로 보호받으려면 그 종에 대한 정보가 있어야 한다.
정부에서 매년 실시하는 전국자연환경조사로는 전국적인 분포 실태를 파악하기 어렵다.
식물의 경우, 겨울철 조사는 전무하다보니 본 종에 대한 정보가 있을 리 만무하다.
행정당국의 특별한 실태조사와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아직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법으로 정해놓은 종들에 대한 철저한 보전 의지도 아직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얼마 전 생물다양성과 관련된 국제회의가 우리나라에서 열렸으며 우리나라도 그 국제협약에 가입되어 각종 전략을 구상하고 기획하는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자국의 생물다양성 보전에 대한 실천의지가 부실한 현실을 보며 향후 한반도에서 펼쳐질 자원 빈국의 모습이 연상되어 아쉬움이 클 뿐이다.
겨우살이의 남획은 그 열매를 먹고사는 새들의 서식에 해를 주어 종다양성의 감소로 이어질 것이고 결국 안정된 생태계는 균형을 잃고 새로운 위해 외래종 침입 시 자연적으로 치유될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 교과서적인 현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다른 나라의 경우, 종마다 채취할 수 있는 자격 내지는 수를 제한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이는 국민적 행동 자유권에 대한 규제가 아니라 모든 인류의 번영을 위한 선택인 것이다.
규제개혁이라는 미명아래 한 순간 법의 테두리를 바꾸는 전 근대적인 모순부터 사라져야 하겠지만 방심하는 사이 우리의 자연생태계는 혼란의 소용돌이에 몰입되고 있을 뿐이다.
소나무재선충 일명 소나무에이즈, 참나무잎마름병 등은 바로 이렇게 작게 시작된 자연생태계 균형 상실에 원인이 있다는 것을 이해 못하는 당사자들의 행태에 경각심을 주고 싶다.

행정우선주의와 부처 이기주의가 만연하는 한 우리 산하의 자연도 경직돼가는 씁쓸한 단면만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법으로만 정할 것이 아니고, 실천할 수 있는 노력이 실체화돼야 하며, 삼림병해충, 자연환경이라는 각각의 부처 업무 분할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자연이라는 큰 틀의, 지구는 하나라는 가이아의 이론을 한번 되새겨보고 총체적인 실태 파악과 시급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임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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