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올해 정유산업을 '부정적'으로 전망한다. 3대 신용평가사 중 한 곳인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2015년 정유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공급과잉으로 지속되는 정제마진 약세과 원유 시장 공급과잉, 미국·OPEC 등의 경쟁심화로 인한 유가변동성 및 예측불확실성, PX·윤활유 등 비정유부문의 수급부담 등 밝지 않은 한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신평은 "최근의 정유업계의 저마진기조와 실적저하는 경기 사이클 변동 보다는 구조적 펀더멘탈적 측면이 강하다"며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의 등급을 기존의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으로 일제히 하향했다.현대오일뱅크도 AA-(긍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조정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도 '향후 유가 전망과 유가 하락에 따른 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올해도 정유업계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평가손실 추가,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 하락, 가격 인하로 고정비 부담 증가 등을 꼽았다. 

올해는 국내 정유사들에게 결코 호락하지 않을 한해가 될 것이다. 어느 때보다 위기를 견뎌내기 위한 전략이 필요한 시기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일단 정유사들이 비용 절감 노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수익 증가 기대가 낮은 가운데 가장 먼저 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정유사들이 투자로 인한 지출이 일단락되고 적자 사업 축소 및 매각, 비용 효율화 등을 노력 할 것이라고 봤다.

수익 부분에서는 그나마 윤활기유에 기대를 걸었다. 연구소는 "윤활기유 사업의 호조가 정제사업 부진 만회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중국과 선진국의 고급 윤활기유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유가하락으로 원가는 절감되는 반면 가격 하락 압력은 크지 않기 때문이다. 한신평은 "국제유가 하락이 본격화되며 아람코의 서부산텍사스중질유와 두바이유 가격 격차가 축소된 점은 원가경쟁력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정유사 별 사업다각화 수준과 설비효율성의 차이는 업황 침체기 경기대응력의차별적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 가운데 정유사별 올 한해 위기 극복을 위한 역점 사업을 살펴봤다.

▲ sk이노베이션 미국 텍사스 광구
SK이노베이션, 본원적 경쟁력 강화로 불황 넘는다
정유업계 1위인 SK이노베이션은 SK에너지와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 SK인천석유화학,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등 SK이노베이션의 5개 자회사들과 매주 비상경영회의를 통해 실적개선을 위한 논의를 하고, 운영 예산 절감 방안 등 비상경영 계획 수립에 힘을 쏟고 있다.

매일 전 세계 15개국 22개 광구, 4개 LNG프로젝트를 통해 약 7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 석유개발사업은 주축 사업으로 성장했다. 또 지난 6월 성공적으로 인수한 미국 텍사스와 오클라호마의 셰일가스, 오일 등 비전통자원 생산광구 두 곳을 인수해 일일 4500배럴의 원유를 생산한다.

원유 도입국 다변화에도 적극 나섰다. 통상 2% 수준을 밑돌던 아프리카 원유 도입 비중을 7% 수준으로 크게 늘렸으며, 미국산 콘덴세이트도 지난해 11월 도입했다. 앞으로도 SK에너지는 원유 도입선 다변화 등을 통한 공정 유연화를 바탕으로 본원적 경쟁력 제고에 나선다는 목표다.

SK종합화학 & SK루브리컨츠, JV을 통한 글로벌 시장 공략도 본격화 한다. SK종합화학이 중국 국영 석유기업인 시노펙과 함께 설립한 우한 에틸렌 공장과 JX에너지와 합작해 건설한 울산아로마틱스 공장은 각각 현지 시장에 유화제품과 파라자일렌·벤젠을 공급한다. 또 SK루브리컨츠가 글로벌 에너지 기업인 렙솔과 스페인 카르타헤나에 건설한 윤활기유 공장을 통해서는 고급 윤활기유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의 위상을 한층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다. 

▲ gs칼텍스 연구원이 발효실험장치를 가동하는 모습
GS칼텍스, 사업다각화ㆍ원유 도입 다변화 앞장
GS칼텍스는 올 한해 장기화된 불황 속에서 재도약을 위한 위기 관리에 집중할 계획이다. GS칼텍스는 정유업계 대외환경이 당분간 개선될 여지가 적다고 판단했다. 이에 사업다각화와 원유 도입 다변화, 고부가 제품 등 사업다각화를 통해 위기를 정면 돌파하기로 했다.

원유 도입 다변화는 영국 런던과 UAE 아부다비에 지사를, 싱가포르에는 법인을 두는 방식으로 최적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원유 조달 비용을 낮추기 위한 전략이다. 지난해 8월에는 국내 정유사 중 처음으로 미국산 콘덴세이트를 40만배럴 수입하고, 이어 알래스카산 원유 80만 배럴도 10월에 수입했다.

경기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 고부가제품 생산을 통한 위기 극복에도 힘쓴다. 정제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이용해 첨단소재인 탄소섬유, 바이오부탄올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원유 정제 과정의 부산물로서 기존에 화력발전 등의 연료로만 사용되던 저가의 잔사유를 원료로 고부가가치의 피치계 탄소섬유를 개발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올해 완료를 목표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비롯해 전남대, 인하대, 중소기업 등 7곳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석유잔사물을 활용한 탄소섬유 및 자동차부품 응용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또한 장기적으로 금속으로 된 자동차 차체∙부품을 탄소섬유로 대체하기 위해 연구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친환경 녹색경영, 차세대 연료개발을 목표로 바이오부탄올 생산기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바이오부탄올은 바이오디젤, 바이오에탄올과 함께 3대 바이오 에너지로 불리며, 차세대 바이오 연료로 주목 받고 있다.

▲ 에쓰오일 제 2 아로마틱공장 전경
에쓰오일, 신규 투자로 지속적인 성장 준비  
에쓰오일은 올해 신규 투자를 통해 미래를 주도하는 선도적 정유회사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하겠다는 다짐이다. 그간 에쓰오일은 정유 석유화학, 윤활기유 등 핵심 사업영역에서 경쟁사들에 앞서 선제적인 투자로 변화하는 산업 환경에 대응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에쓰오일은 올해 2월 울산공장 효율 증대를 위한 시설개선 사업을 시작한다. 2000억원을 투자하는 이번 시설개선은 정유, 석유화학 등 핵심 사업분야의 운영비용을 절감과 효율화,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능력을 증대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다.

정유시설에서는 저부가가치 제품의 생산을 줄이고 부가가치가 높은 초저유황 경유의 생산을 늘리는 등 설비 운영 효율을 향상해 같은 양의 원유를 투입해 경제성이 높은 제품을 더 많이 생산하게 되므로 원가 절감과 수익성 증대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게 된다. 프로젝트가 완료되는 2018년 연간 약 1000억원의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미래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신규 투자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에쓰오일은 최신 정유 기술을 적용한 중질유 분해시설과 여기에서 생산되는 경쟁력 있는 원료를 활용한 올레핀 하류부문시설을 건설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아울러 올레핀 하류부문 사업에 필수적인 제품개발, 신사업 분야의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TS&D(Technical Service & Development) 센터를 새로 건립해 지속 성장을 위한 핵심역량인 연구개발 기능을 공고히 할 계획이다.

▲ 현대오일뱅크가 쉘과 합작해 충남 대산공장에 만든 윤활기유 공장
현대오일뱅크, 쉘·롯데케미컬 등 대표기업과 합작사업 추진
현대오일뱅크는 윤활기유 공장 준공으로 기존에 석유정제에 편중된 사업구조를 혁신하고, 올해도 안정적인 수익기반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윤활기유 공장은 글로벌 기업 쉘(Shell)과 합작해 지난해 8월부터 본격 상업가동 중이다. 충남 대산공장의 약 1만4000평 부지에서, 하루 2만배럴의 원유 부산물을 처리해 연간 65만톤의 윤활기유를 생산한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윤활유 시장은 최근 중국, 인도, 남미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확대되는 추세로 윤활유의 전 단계 제품인 윤활기유 수요 역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합작법인 현대쉘베이스오일의 윤활기유를 원료로 자체 윤활유 완제품 '엑스티어'를 생산, 고급 윤활유 시장을 집중 공략한다.

2016년 하반기 상업가동을 목표로 대산공단 대표 석유화학 기업 롯데케미컬과의 MX 합작 프로젝트에도 더욱 심혈을 기울일 계획이다. 합작사인 현대케미칼은 1조2000억원을 투입해 콘덴세이트 정제 및 혼합자일렌 제조공장을 대산공장 부지에 건립 중이다.

공장이 완공되면 연간 100만 톤의 혼합자일렌을 생산한다. 또 하루 6만배럴씩 생산되는 등·경유 제품은 현대오일뱅크가 전량 수출할 예정이며, 하루 14만 배럴의 콘덴세이트 원유 정제능력은 현대오일뱅크의 하루 원유처리량을 39만 배럴에서 53만 배럴로 늘릴 것으로 기대된다.

이윤애 기자 paver@e2news.com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