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희 전력거래소 이사장 "가장 강력한 소통채널은 시장"
유상희 전력거래소 이사장 "가장 강력한 소통채널은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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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복 기자
  • 승인 2015.01.0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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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초대석] "변화에 뒤처져 있는 조직, 원인은 소통 부족"
오케스트라 리더십으로 바텀업 조직혁신 예고

▲ 유상희 전력거래소 이사장

[이투뉴스] 유상희 전력거래소 이사장<사진>은 “전력거래소의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는 국민이며, 그런 국민들께서 원하는 건 전력산업이 신성장동력으로서 우리 경제의 큰 축을 짊어지고 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이사장은 지난달 15일 나주 혁신도시 신청사 이사장실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강력한 소통채널은 바로 시장이다. 개방적이고 능동적인 소통을 통해 전력거래소가 미래 전력시장의 등대 역할을 해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취임 꼭 한 달만인 이날 언론과 첫 대면한 전력거래소 신임 이사장의 목소리는 진중하고 결연했다. 인터뷰어의 ‘날(生)’ 질문에도 흐트러짐 없이 정제된 답변만을 내놨다. ‘설화(舌禍)’를 각별히 경계하는 듯 시종 말을 아끼면서 단정적 표현은 최소화 했다.

하지만 ‘주머니 속 송곳’은 삐져나오기 마련(囊中之錐). 특유의 겸손과 진솔함 속에 묻어나는 연륜과 내공이 간단치 않다.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전체 주제로 맥락화해 풀어가면서 곡해가 있을 법한 대목에선 충분한 설명을 곁들이는 노련함과 섬세함이 돋보였다.

우선 유 이사장은 전력거래소 조직과 관련, 내부적으론 “상당한 피로감에 젖어 있고”, 외부적으론 “빠르게 진화하는 전력산업 및 시장변화에 다소 뒤처져 있다”고 진단했다. 또 이런 현상은 각각 비효율적 업무분장과 소통 부족에 기인한 문제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피로감은 제대로 업무분담이 안된 상태에서 작은 조직이 많은 일을 해왔기 때문이고, 시장보다 뒤쳐진 것은 외부와의 소통 부족 탓”이라며 “소통의 경우 대내적인 것과 대외적인 것으로 나뉠 수 있는데, (전력거래소는) 양쪽 다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소통이 잘 됐다면 외부의 기대를 충분히 인지해 그에 걸맞은 역량개발이 이뤄졌을 텐데, 정책수요자의 요청에만 순응해 거기서 문제 삼지 않으면 우리 역할은 다 했다는 식의 안일한 대응이 역량개발을 소홀하게 한 하나의 원인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유 이사장은 "내·외부 소통이 제대로 돼야 역량도 발휘할 수 있다. 개방적이고 소통이 잘 될 수 있는 조직·제도를 준비하고 있다”며 빠르면 이달 중순, 늦어도 내달 이전에 조직 정비가 이뤄질 것임을 시사했다.

실제 전력거래소는 유 이사장 취임 직후 경영혁신실이란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이에 대한 구체적 액션플랜을 짜고 있다. 계획이 완성되면 유 이사장이 조직을 수술대에 올려 메스를 들이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이날 인터뷰에서 유 이사장이 꺼내 보인 것은 서슬 퍼런 메스가 아닌 지휘자의 단출한 지휘봉이다. “변화나 혁신은 조직 구성원 개개인들의 의식 변화가 뒷받침 돼야 가능한 일이지, 조직 수장이 제도나 외양만 바꾼다고 될 일이 아니다”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유 이사장이 공들여 설파한 ‘오케스트라 리더십’의 내용은 이렇다. 조직의 리더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개개인의 전문성과 역할, 차이를 정확히 이해하고 인정해 줘야 한다. 악기마다 음색과 역할이 다른데 ‘피아노가 바이올린보다 낫다’는 식의 평가는 곤란하다는 것.

이와 함께 리더(지휘자)는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처음과 다음이 달라지면 연주자들의 혼돈이 초래된다. 많은 연주자들이 지휘자의 일관된 몸짓만으로 의도를 간파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상대를 가족처럼 이해하고 배려하면서 사적인 이익을 버려야 하는 것도 리더들의 필수 덕목이다. 

물론 최상의 하모니를 위한 대전제는 "리더와 구성원간 긴밀한 소통"이라고 했다. “리더가 탑다운(Top-down)식으로 생각을 밀어붙이면 절대 소통이 될 수 없다”고 주지했다. 이런 맥락에서 현재 전력거래소 혁신작업은 구성원 참여에 의한 바텀업(Bottom-up)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유 이사장은 “전력은 전문성이 집약된 분야이므로, 전력거래소의 전문역량을 어떻게 결집해 끌어가느냐가 핵심이라고 봤다”면서 “내가 할 일은 중간 리더들이 그런 리더십을 갖도록 해 전력거래소가 잘 어우러진 오케스트라처럼 제 역할을 하도록 하는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 유상희 전력거래소 이사장

급변하는 전력산업 환경 속에 전력거래소의 시대적 사명은 무엇이냐는 질문으로 화제를 돌렸다. 유 이사장은 머뭇거림 없이 “다양한 전력시장의 이해관계자들에게 적절한 시그널을 주고 공평한 균형을 잡는 역할”이라고 즉답했다.

유 이사장은 “우리나라는 전력시장에 대한 미래 방향설정이 아직 모호한데, 최근 대통령께서 ‘시장으로, 미래로, 세계로’라는 방향을 제시해 불빛이 비치기 시작했다”며 “그 빛을 향해 움직이는 많은 시장참여자들이 창의적 혁신을 이뤄 신산업과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는 것, 그것이 미래 전력거래소의 핵심적 역할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는 “소통을 얘기했는데, 가장 강력한 소통채널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단일화 된 하나의 장에서 단일화 된 수단으로 서로의 가치를 존중하며 가격을 매기는 시장”이라며 “시장과 소비자들의 힘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실마리를 풀어가다 보면 규제로 답을 찾기 어려운 난제도 해법을 찾고 자연스럽게 새로운 상품과 산업이 창출될 것”이라고 확언했다.

이와 관련 유 이사장은 최근 정부의 수요자원 거래시장 개설로 새로운 수요자원사업자들과 수요자원 시장이 조성된 점을 고무적 사례로 들면서 “이런 방식으로 접근해 변화가 촉발되면 우리나라 전력시장은 상당히 빠른 속도로 변화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발전사업자부터 판매사업자, 정부-국민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사이에서 계통·시장·급전운영 등 핵심업무를 중립적 입장에서 관장해야 하는 전력거래소는 역할만큼이나 안팎의 간섭과 공정성 시비가 잦은 게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이사장직도 외풍(外風)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게 일반적 견해다.

그런데 전직 관료나 공기업 출신 인사들이 독차지했던 이 자리에 처음 학자 출신(동의대 교수) 유 이사장이 부임했다. 전력거래소와 그의 향후 행보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소위 외부 '흔들기'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 유 이사장은 "소속돼 있지 않았으니 어찌보면 가장 자유롭지 않나. 너무 움츠러들 필요 없이 자연스런 좌충우돌도 (임면권자의) 하나의 지상명령일 것"이라며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생각을 폭넓고 유연하게 수렴하면서 충분한 소통을 유지해 나갈테니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력거래소의 가장 강력한 이해관계자는 국민이다. 국민들께서 원하는 것은 전력산업이 신성장동력으로서 새로운 먹을거리를 창출해 우리 경제의 큰 축을 짊어지고 나가는 것이다. 과거 규제시대의 수동적 역할을 원하시진 않을 것"이라며 "나는 그 메시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시장 만능주의'는 다소 위험한 접근이 아니냐는 견제구를 던져봤다. 공을 받은 유 이사장은 “나는 시장도 알지만, 시장의 실패요인도 잘 안다”고 응수했다. (그는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땐 시장을 대신할 과도기적·합리적 규제에 대한 적정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유 이사장은 전력 신뢰도 문제로 논의를 전환하면서 “신뢰도는 경제성만 갖고는 풀 수 없는 문제다. 경제성과 신뢰성은 트레이드 오프 관계에 있지만 적절한 조화의 문제”라면서 “다만 ‘엔지니어링 만능주의’ 오류에 빠지면 모든 문제를 기술적 측면으로만 볼 수 있고, 부분적 해결은 되지만 전체 균형차원의 접근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유 이사장은 “물론 엔지니어분들의 의견을 충분히 존중한다. 시장이 앞으로 나아가라면 과도기적 차원에서 어떻게 보완해 나갈 지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최근 계통분야를 ‘열공’ 중인 사실을 귀띔했다. 

앞서 지난 11월 취임식 때 유 이사장은 "전력거래소의 새로운 역할에 맞게 조직과 문화를 재정비해 10년, 20년 뒤 전력거래소가 멋진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만들어 보겠다"고 했었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그렇게 된다면 3년 뒤 학교(교수)로 돌아가는 나로선 더 이상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임직원들에게 "외부변화에 빠르게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개방적이고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사고를 가져야 한다. 그것이 어찌보면 혁신"이라며 "왜 내가 전력거래소에서 일하는지, 좀 더 변해야 하는 지 인식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 그것이 자신이, 조직이 행복해지는 열쇠"라고 당부했다. 

<나주 =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 He is … ]  1957년 대구에서 태어나 연세대와 미국 노던일리노이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과정을 밟은 환경·전력경제분야 전문가다.

산업연구원 환경소재산업연구실장, 포스코경영연구소 미래성장연구센터장 등을 거쳐 1998년부터 동의대 경제학과 강단에 섰다. 한국환경경제학회 회장, 스마트에너지포럼 위원 등을 역임했고 전력분야에서는 10년 넘게 전력정책심의회 위원, 수요예측소위 위원장 등으로 활동했다. 

작년 11월 14일 전력거래소 7대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부임 후 평직원들 술자리에 불쑥 끼어들어 격의없이 대화하는 현장소통을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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