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규현 한난 냉방추진단장…지역냉방, 에너지절감과 환경개선의 대안

 공급지역 한계 및 초기투자비 과다가 보급 걸림돌
"보조금 강화·정책지원과 함께 사업자 의지도 중요"

▲ 배규현 한국지역난방공사 냉방추진단장
[이투뉴스] 지구 온난화 등 기후변화와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인해 여름철 냉방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냉방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기냉방의 수요 확대로 매년 하절기 전력위기가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총 사용에너지의 약 97%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에너지수급 여건이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 3월 관세청과 통계청 등의 자료를 취합하여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2013년도 한해 우리나라가 수입한 원유·가스·석탄의 수입 총액은 약 1,500억 달러에 달한다. 현재 환율로 계산해 보면 약 165조원을 1차 에너지 수입에 쏟아 붓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에서 에너지절감과 효율적인 사용을 위해 에너지원의 다양화 정책 등을 펼친 이유인 것이다.

집단에너지사업의 일환인 지역냉방은 전기 대체 냉방방식으로 에너지절감과 효율적인 사용이라는 국가정책에 부응하기 위하여 추진해 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냉방의 보급 현황은 아직 미미한 것이 현실이다. 이에 현 지역냉방의 보급현황과 문제점, 향후 지역냉방을 확대보급하기 위한 정책방향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 지역냉방이란 무엇인가?
지역냉방은 열병합발전소 및 쓰레기 소각장 등 대규모 열생산 시설에서 생산된 온수 또는 냉수를 배관을 통하여 일정구역에 일괄적으로 공급하는 냉방방식으로 냉수 직공급형과 온수 이용형으로 구분된다.

최근 한국지역난방공사(이하 한난)가 상용화를 준비 중인 제습냉방기의 냉방원리는 기본적으로 흡수식과 동일하다. 더운 여름 마당에 물을 뿌리면 물이 액체에서 기체로 변하면서 주변의 열을 흡수하기 때문에 시원하게 느끼는 기화현상을 이용하는 것이다.

제습냉방기는 제습, 재생, 냉각의 3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고온 다습한 실내공기 70%와 외부공기 30%를 흡입하여 제습로터를 통과시키면 공기 중의 습기가 제거된다. 습기가 제거된 공기가 간접식 증발 냉각기를 통과하면서 1차적으로 차가워지게 되며, 증발기를 통해 다시 한번 차가워져 실내에 공급된다. 습기를 흡수한 제습로터는 지역난방 온수를 이용하여 가열함으로써 다시 습기를 흡수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증발 냉각기의 역할은 흡수식냉동기의 증발기와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 제습냉방기 작동 원리

◆ 지역냉방의 장점 및 단점
지역냉방의 가장 큰 장점은 에너지절감 및 대기환경개선이다. 지역냉방은 하절기에 생산된 열의 수요를 창출한다. 열병합 발전이나 쓰레기 소각으로 발생하는 열을 이용하여 냉방을 공급함으로써, 냉방을 위한 전력수요를 줄이는 것이다. 지역냉방으로 약 10만 세대에 20만 usRT1)를 공급할 경우, 하절기 전력피크부하 약 234MW, 연간 에너지 약 7.3천 TOE 및 온실가스 약 19.5천 톤을 줄일 수 있으며, 이에 대한 추가 연구가 진행 중에 있다.

집단에너지사업자는 하절기에 남는 열을 활용함으로써 열병합발전소의 이용율을 높일 수 있으며, 지역냉방 사용자는 환경 및 안정성 측면에서 우수하고 쾌적한 냉방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일반에어컨의 경우 지구 온난화에 영향을 주는 HFC(Hydro Fluoro Carbon)를 주된 냉매로 사용하는 반면, 지역냉방은 물을 냉매로 사용하기 때문에 온실가스 저감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흡수식냉동기를 기계실에 설치하면 사무실이나 세대 내에는 찬 공기를 공급하는 장치(FCU)외에 별도의 기기가 필요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제습냉방기는 냉방기능 외에 제습, 환기, 항균, 탈취의 다양한 기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흡수식냉동기의 단점은 냉각탑을 철저히 관리해야한다는 것과 비교적 대용량인 관계로 공동주택에 설치시 공동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공동주택 세대 등에 보급하기 위해 개발된 제습냉방기는 약 3㎡의 설치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단점이라 할 수 있다.

◆ 지역냉방 보급 미진 사유
 2013년 말을 기준으로 한난을 포함한 23개 집단에너지사업자가 모두 810개 건물에 약 54만usRT의 지역냉방을 공급하고 있다. 2007년 25만 usRT에서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2013년 하절기 냉방부하 담당율을 보면, 전기냉방 84%(16,235MW), 가스냉방 12%(2,319MW), 빙축냉방 3.2%(632MW), 지역냉방 0.8%(163MW)로 지역냉방 비중은 아직 미미한 실정이다.

▲ 냉동기 별 보조금 지원금액

흡수식냉동기를 활용한 지역냉방의 안정성과 제습냉방기의 냉방, 제습, 환기, 항균, 탈취라는 다양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지역냉방 보급이 미진한 가장 큰 이유는 보급구역의 한계다. 지역냉방은 지역난방이 공급되는 지역 내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초기투자비가 걸림돌이 된다. 흡수식냉동기나 제습냉방기의 운영비가 저렴함에도 불구하고, 초기 투자비가 타 냉방방식에 비해 비싸 건축주들이 도입을 주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정부 정책을 들 수 있다. 지역냉방을 포함한 집단에너지사업의 국가적인 편익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정책적 지원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 소비자 눈높이에 맞는 연구개발노력 필요
지역냉방의 보급이 미진한 것에는 정부 정책만 바라보는 사업자의 태도도 한 몫하고 있다. 기술개발과 수요자 측면의 경제성을 확보해주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사업자가 적극적으로 기술개발에 나서야 한다. 지역냉방의 보급이 더딘 만큼 흡수식냉동기 시장 확대도 느려지며, 시장이 작으면 제작업체가 기술개발에 투자할 매력도 떨어진다. 가뜩이나 어려운 제작업체의 여건을 감안한다면, 기술개발에 투자할 주체는 집단에너지사업자라 할 수 있다. 2014년 7월 한난이 ‘흡수식 열교환기를 이용한 고효율 저온수 2단 흡수식냉동기’와 관련하여 취득한 특허를 무상으로 공개한 것은 기술개발 및 시장 확대를 위한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는 기술개발도 필요하다. 흡수식냉동기의 경우, 개별 근린상가를 중심으로 사용상의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건물 단위로 냉방을 하다 보니 개별 상가에서 필요한 시간대별로 냉방하기가 어렵다. 공동 냉방비를 최소화하고 개별제어가 가능하도록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또한, 제습냉방기의 경우 다양한 기능에도 불구하고 시범보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원인 중의 하나가 크기이다. 깔끔하고 작은 스탠드형 에어컨과 비교 할 때 약 3㎡를 차지하는 제습냉방기는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 주요 집단에너지사업자 냉방요금

다음은 수요자 측면의 경제성 확보 노력이다. 흡수식냉동기나 제습냉방기의 투자비를 집단에너지사업자가 모두 해결 할 수는 없으나 운영비를 낮추기 위해 요금을 조정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사업자의 논리대로 하절기에 전기를 생산하고 남는 열로 냉방이 가능하다면 그만큼 요금을 내려도 될 것이다. 현재 냉방요금은 한난이 Mcal당 29.89원으로 가장 저렴한 수준이다. 다른 사업자도 지역냉방의 보급 확대를 위해 적정수준의 요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인 것이다.

◆ 지역냉방 확대를 위한 향후 정책 과제
1차 에너지원 투입시 냉방방식별 에너지 이용 효율을 보면 지역냉방이 가스냉방에 비해 2배 이상 높다. 이는 지역냉방이 열병합발전소에서 전기를 1차적으로 생산한 후 2차적인 배열을 이용하여 냉방하는데 비해, 가스냉방은 전기생산 없이 냉방으로만 이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물주에게 지원되는 냉동기 투자비 대비 보조금 지원 비율은 지역냉방이 18%인데 비해 가스냉방 24%이다. 향후 전기 대체 냉방방식에 대해 지원하는 보조금을 책정함에 있어, 에너지 이용효율도 함께 고려하여 지원 형평성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본다. 특히 현재 시범사업을 추진 중인 제습냉방기를 활용한 공동주택 지역냉방 확대 보급을 위해서는 소규모 가스냉방 장려금 수준의 지원책도 필요할 것으로 본다.

흡수식냉동기에 대한 고효율 기자재 인증도 필요하다. 이는 일정기준 이상의 에너지 소비효율을 만족하는 제품에 대해 부여하는 ‘고효율 에너지 기자재’에 지역냉방용 고효율 흡수식 냉동기를 포함하여 보조금 지급의 합리성을 도모하고 냉동기 제작업체가 자발적으로 기기의 성능을 향상시키도록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에너지절약 설계기준상의 지역냉방 배점 상향이다. 국토교통부 고시로 운영 중인 ‘건축물의 에너지 절약 설계기준’ 중 에너지 성능지표에 지역냉방 배점은 1점이다. 이를 3~5점으로 상향 할 경우 건설사가 지역냉방을 도입하는데 큰 유인책이 될 것이다.

향후 분양가격 상한제의 가산비용 부분에 지역냉방 설치비를 포함시켜 공동주택에 지역냉방이 도입 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사업자의 노력과 정부 정책 지원이 병행된다면 지역냉방은 지속적으로 확대 보급될 것으로 확신한다. 지역냉방이 국가에너지 절감과 대기환경개선의 대안으로 우뚝 서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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