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에너지업체 대부분 적자투성이, 암울한 미래가 더 걱정
총괄원가 반영한 열요금 제도개선 등 근원적인 해법 찾아야


잠재적 매물 산더미…구조조정 등 출구전략 속도 내야

[이투뉴스] 최근 인천종합에너지가 GS에너지에 팔렸다. 무려 4년에 걸쳐 7번만의 도전에서 겨우 성사된 것이다. 한때 인천종합에너지는 미래가 보장된 듯 했다. 국내 최대 집단에너지사업자인 한국지역난방공사가 대주주인데다 지자체인 인천시, 최대 도시가스사업자인 삼천리까지 주주사 모두 쟁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1000억원이 훌쩍 넘을 것 같던 매각금액은 어느덧 740억원까지 떨어졌다.

우리나라의 관문인 인천공항과 영종하늘도시를 공급권으로 가지고 있는 인천공항에너지는 현재 열공급을 요청하는 신축 아파트단지에 열공급을 못하겠다고 버티고 있다. 지역난방 공급의무지역 안에서 열공급을 안 하겠다고 나선 것은 집단에너지 초유의 일이다. 한국지역난방공사와 GS파워, 안산도시개발 등 2000년대 이전 열공급을 시작한 곳을 제외하고 모두 적자에 허덕이는 국내 집단에너지산업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2000년대 초반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치열한 사업권 경쟁을 벌였던 국내 CES(구역전기사업) 사업자들은 설립 이후 단 한 곳도 이익을 내지 못했다. 이자를 갚지 못해 완전자본잠식에 빠지는 등 부실이 심화되고 있으며, 심지어 가스값을 제때 못내거나 법정관리로 회사가 넘어가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에너지기업 중 CES 분야를 최대 위험군으로 평가하고 있을 정도다.

사정이 나아져도 힘든 판에 집단에너지의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전력시장 환경변화로 SMP(전력계통한계가격)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어 열제약운전 시 손해가 더 커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원자력과 석탄 등 기저전원이 대거 진입하면서 열병합발전의 가동률도 자체가 낮아질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당장 이 달부터 시행되는 배출권거래제 역시 큰 짐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산업단지 열병합발전을 포함한 집단에너지 분야 전체적으로 배출권 구매비용이 2000억원이 넘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지역자원시설세 100% 인상이 추진되는 등 등 비용증가요인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집단에너지업계는 당장 어렵더라도 미래가 보인다면 어느 정도 감내할 수 있지만 도무지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소연한다. 문제는 정부와 사업자 모두 이같은 현실인식에는 공유하면서도 문제해결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집단에너지산업이 왜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 처했는지에 대한 원인분석과 해법을 들여다본다.

▲ 매물이 쌓이고 있는 등 국내 집단에너지산업의 불투명성이 커지고 있어 출구전략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사진은 열배관망 공사 현장)

◆이익 한 번도 못낸 업체 다수, 출구전력 필요시점
한난은 열과 전기 판매 저조로 인해 3분기 들어서 적자로 전환했다. 영업이익과 순익 모두 마이너스를 본 것은 물론 2분기 때보다 손실규모가 더 커졌다. 한난 경영실적이 악화된 것은 열과 전기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버틸 수 있는 동력으로 작용하던 전기마저 급전지시 감소 및 SMP 하락으로 이익을 거의 내지 못하고 있다.

세부적인 집계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지만 다른 집단에너지업체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부익부 빈익빈’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데다 올해 들어 따뜻한 날씨로 판매량까지 두 자릿수 이상 떨어지면서 적자규모가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열요금 인상 지연으로 인해 팔면 팔수록 손해를 입고 있는 업체도 부지기수다. 인천공항공사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인천공항에너지가 사실상의 사업포기를 선언한 것도 같은 이유다.

가장 심각한 곳은 CES 분야다. 한때 미래를 열어줄 종합에너지라는 평가 속에 2004년 도입된 CES사업은 현재 11개 업체(사업장은 14곳)가 권역 내에서 전기와 열을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개시 이후 지금까지 단 한 곳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 이중 상당수가 완전자본잠식은 물론 이자와 운영자금 대기도 빠듯한 실정이다. 사업권을 반납하겠다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지만 제도개선(CP지급 등)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유일하게 호성적을 내던 산업단지 열병합발전업체도 경기불황으로 점차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 여기에 배출권거래제, 지역자원시설세 등 끊임없이 비용증가 요인이 늘어나면서 미래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전기와 열을 동시에 공급, 국내 산업단지 입주업체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던 열병합발전에 대한 민원이 급증하는 등 어느새 천덕꾸러기도 변하는 모양새다.

상황이 어렵다보니 황금알로 평가받던 집단에너지 분야가 어느덧 매물만 쌓이는 애물단지 업종으로 변모하고 있다. 먼저 한난이 어렵사리 인천종합에너지 매각을 성사시켰지만, 매각대상으로 분류된 수완에너지와 휴세스 2곳의 지분매각 일정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LH공사 역시 아산배방지구와 대전서남부(도안) 등 2곳을 팔아야 한다. 아산배방 집단에너지사업의 경우 이미 2012년 매각을 위한 주간사 선정에 나섰지만 이 조차도 모두 4차례나 유찰됐다. 우여곡절 끝에 아산배방을 CES에서 일반 집단에너지사업으로 전환, 수익구조를 개선한 후 매각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아직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민자발전 및 집단에너지 분야 큰 손으로 군림하던 SK E&S도 오성천연가스발전소와 김천열병합, 익산열병합을 하나대투증권 프로젝트펀드에 최근 넘겼다. 특히 이번 SK의 매각협상은 추후 팔리지 않거나 자산가치가 하락할 경우 되사야 하는 풋백옵션이 걸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집단에너지 시장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완전한 자산매각이 아닌 경영권 및 자산을 담보로 차입하는 성격의 자본조달이 진행되는 셈이다.

이들 업체 외에 수완에너지와 대전열병합이 현재 매쿼리 등과 매각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으며, 일부 민간업체도 지분 또는 경영권 매각을 준비 중인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부산정관에너지와 경기CES 등 상당수 CES업체 역시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다. 건설경기 침체로 포화수요가 계속 늦춰지는데다, 열과 전기요금은 제대로 못 받는 구조적 문제가 계속되고 있는 한 매물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처럼 매물이 소화가 안되고 쌓이는 것은 그만큼 현재의 집단에너지 경영상황은 물론 미래 사업전망까지 불투명다는 방증이다. 공기업 자회사와 적자를 견디지 못한 민간기업의 매물이 쏟아지고 있고, 이 매물들이 집단에너지 전체의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빈곤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이제 더이상 방관해선 문제의 심각성이 더 커진다. 원거리 아일랜드형 소규모 사업자의 퇴출을 포함한 집단에너지 구조조정이 눈 앞에 다가왔다는 평가다. 정부 역시 더 늦기 전에 집단에너지 편익을 면밀히 분석, 출구전략 마련과 철저한 지원을 통한 정상화 중 선택해야 할 시점에 도달했다.

이와 관련 수도권의 한 집단에너지사업자는 “극히 일부 업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업체가 사업운영이 불가능한 상태다"라며 “도저히 회생방안이 보이지 않아 내부적으로 다들 어떻게 빠져 나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만 넘치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어려운 현실을 토로했다.

◆전력시장 환경변화 등 미래는 더 암울
지난 2012년 전력예비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국가 전체가 비상사태에 빠졌다. 한전은 물론 정부까지 나서 온 국민에게 절전을 당부하고 나섰다. 이 여파로 국내 SMP는 kWh당 158.9원까지 급상승,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1년 평균 126.6원보다 32원 이상 오른 것이다.

지난해 SMP 역시 kWh당 152.1원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전력위기가 2012년에 비해선 완화됐지만 여전히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열병합발전소는 급전지시를 받아 비교적 높은 가동률을 유지했다. 비록 열요금 인상이 제때 이뤄지지 못해 전체적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전력부문에서는 호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상황이 급변했다. 고장 났던 원자력발전과 신규 석탄발전 등 기저발전기가 대거 들어온 데다 고효율의 대형(800MW 이상) LNG복합발전 완공이 속속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는 SMP에도 영향을 미쳐 지난해 초 140원대로 낮아졌으며, 최근 들어 130원 초반까지 떨어졌다.

내년 이후 전망은 더욱 비관적이다. 올해까지 신규 원전 3기가 들어오고, 당진·삼척 등 석탄발전소도 추가로 발전을 시작한다. 즉 기저가 늘어나는 만큼 전력예비율이 20%에 근접해지면서 열병합발전 등 LNG복합 가동률은 더 낮아지는 또 하나의 ‘빈곤의 악순환’이 초래할 것이란 예측이다.

▲ smp 실적 및 전망

SMP 역시 신규 및 기저설비 증설에 따라 매년 하락추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전력 및 집단에너지 전문가들은 올해 SMP가 연평균 120원대에 머물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또 2016년 이후에도 하락세를 이어가 2017년 경에는 100∼110원/kWh 수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전력시장 환경변화는 집단에너지 분야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기본적으로 급전지시가 줄면 줄수록 열제약운전비율이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SMP가 증분비보다 낮아질 개연성이 높아지면서 전력부문에서의 손실이 향후 열부문으로 전가될 것이란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원인분석에서만 맴돌며 진도 못나가
집단에너지가 부진의 늪에 빠진 것은 내·외부 비정상적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포화수요가 뒤로 밀리면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지 못하고 있고, 연료인 가스요금은 크게 오른 반면 전기와 열요금이 제대로 오르지 못한 것이 큰 몫을 했다. 여기에 최근 전력수급상황이 개선되면서 SMP 및 가동률 저하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두 말 할 것 없이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전기와 열요금이다. 포화수요 지연과 전력부문 환경변화로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적인 모순이 지속되고 있다. 우선 전력당국이 움켜쥔 전기보상체계가 열병합발전의 편익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열요금 조차 우리나라 특유의 관치문화로 제때 인상이 이뤄지지 못하고 뒤로 밀리면서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 도시가스 도매요금 추이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돼버린 CES사업 역시 비슷한 사정이다. 도입 초기 ㎥당 350원 수준이던 연료비가 최근 900원을 넘어설 정도로 생산원가가 급등한 반면 전기와 열요금은 정부규제에 묶여 쫓아오지 못하고 있다. 비용은 치솟는데도 불구하고 전기요금은 한국전력, 열은 한국지역난방공사라는 두 공룡 사이에 끼어 옴짝달싹 못하는 신세가 돼버린 셈이다.

결국 열병합발전의 편익을 제대로 평가하는 전력보상체계와 함께 한난을 기준으로 묶여 있는 고정비 상한을 풀어야만 중소 집단에너지업체가 생존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이중 전력부문의 경우 CP 현실화(CES의 경우 CP 지급)와 함께 열병합발전의 송전 및 계통편익에 대한 제대로 된 보상체계 마련도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100MW를 기준으로 한 가스공급 이원화도 빠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소형 CHP일수록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연료인 도시가스 요금까지 ㎥당 60∼100원 차이가 나서는 버티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효율이 높을수록, 규모가 작을수록 지원이 늘어야 함에도 국내 중소형 열병합사업자는 존폐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산업단지 열병합발전의 경우 지역난방과 달리 산업경쟁력과 직결되는 만큼 LNG 일변도가 아닌 석탄 및 SRF(폐기물 고형연료) 등 연료를 사업자가 능동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열병합발전에 대한 민원해소를 위해서도 정부와 사업자가 힘을 모아야 한다.

집단에너지산업이 전반적으로 부진에 빠져 있다는 현실인식에 대해서는 정부 역시 대부분 공감을 표하고 있다. 다만 정부는 일차적으로 스스로 사업에 뛰어든 업체들의 책임을 더 강조하면서 업계 진단과는 약간 차별을 두는 모습이다. 지속된 연료비 상승 등 외부환경변화도 영향을 끼쳤지만, 이에 앞서 근본적인 책임은 사업자에게 있는 만큼 철저한 자기반성과 자구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와 사업자의 책임소재를 둘러싼 이견은 그동안 집단에너지산업 정상화가 진전되지 못하고 계속 언저리만 맴돌고 있는 대표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이와 함께 정부 내 전력·가스·집단에너지 담당부서 간 시각차이도 해법마련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열요금 제도개선으로 정상화 첫 발 떼야
산업부는 지난해 12월 내놓은 4차 집단에너지 공급 기본계획을 통해 사업자별 현격한 원가구조 차이를 개선하기 위해 총괄원가 상한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다시 한 번 천명했다. 또 집단에너지 공동회계처리 준칙 및 지역난방 요금신고 서식의 표준화 제도 마련, 열요금에 대한 전문적 검증절차를 도입하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총괄원가 상한제는 이미 산업부 및 한난이 진행한 열요금 제도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조세재정연구원)과 민간의 고정비상한제 개선방안(한울회계법인)에서 대안으로 제시된 내용이다. 나머지 집단에너지 공동회계처리준칙 및 지역난방 요금신고 표준화, 검증절차 마련 등 역시 지난해 제도개선 과정에서 논의됐던 사안이다.

하지만 산업부는 지난해 다시 에너지관리공단에 ‘열요금 제도개선 방안 연구’를 맡겼다. 올해 제도개선을 목표로 마지막으로 다시 들여다 본다는 취지다. 하지만 지난 연말 나와야 할 제도개선 방안은 소리소문 없이 연기됐다. 민감한 내용이 많다보니 추후 진행하겠다고는 했으나 지나치게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총괄원가 상한제라는 큰 틀을 정했으면서도 열요금 제도개선 전반에 대해 산업부가 앞서가지 못하는 것은 ‘사업자 간 요금격차를 어디까지 수용할 것인가’에 대한 정책방향을 아직 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즉 클 수밖에 없는 사업자별 원가차이를 어느 수준까지 용인해야만 ‘사업개선 효과’와 ‘민원유발 방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느냐는 문제로 고민하는 분위기다.

이미 지난해 산업부가 열요금 고시개정을 하면서도 ‘시장기준요금’을 도입하려 했던 것이나, ‘열요금조정률 한난 준용’ 도입방안에 대해 의중을 떠 본 것 등도 사업자 간 요금격차를 최소화하기 위한 고민으로 풀이된다. 올해 진행될 열요금 제도개선 역시 이 부분에서 정부와 사업자 간 힘겨루기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업계 내부에선 두 가지 해법 정도가 거론되고 있다. 총괄원가 기준 ‘한난요금의 10% 초과 제한’과 함께 ‘경쟁연료(도시가스 개별난방) 요금수준 초과 제한’이 그 것이다. 정부에서는 은근히 전자를 선호하는 반면 사업자들은 그럴 경우 현재와 다를 게 없다며 제대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진행됐던 열요금 고시개정을 통해 정부와 사업자 모두 열요금 제도개선의 정책방향 및 핵심사안에 대해 이미 어느 정도 연습을 마친 상태다. 총괄원가로 사업자의 원가를 최대한 반영하되, 격차가 너무 벌어지지 않도록 상한을 둘 수밖에 없다는 절대원칙이 그것이다.

따라서 올해에는 반드시 갈팡질팡하는 모습에서 벗어나 정부가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흡사 고구마 넝쿨을 걷어 올리는 것처럼 다양한 문제가 나올 수밖에 없지만 더 이상 흔들리고 있을 여유가 없다. 확고한 원칙을 먼저 세운 후 사업자들과의 소통을 통해 문제를 풀어 가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열병합발전의 다양한 편익, 내재화 시급
유럽을 비롯해 미국과 일본 등은 열병합발전을 에너지절감 및 친환경시설로 인식,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소규모 CHP에 투자비를 지원하고, 고효율 CHP에는 기후변화부담금을 면제해준다. 송전망 접속비를 경감하거나 저감분 만큼을 지원해주는 사례도 많다. 또 상당수 국가들이 대형 발전소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경제성을 가진 열병합발전에 발전차액(FIT)을 지원해주고 있다.

에너지이용효율이 전반적으로 낮은 우리나라 역시 이같은 제도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집단에너지업계는 주장한다. 에너지절감시설인 열병합발전에 대한 푸대접에서 벗어나 세제지원과 융자확대 등 정책적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연료비 변화에 민감한 열병합발전의 특성을 고려,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연료다변화와 보상시스템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열병합발전의 정상화와 보급 확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전력부문의 제도개선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경제성(발전원가)에만 초점을 맞춘 전근대적 방식이 아닌 에너지절감, 환경, 계통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전력가격 보상체계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특히 근래 들어 송전 취약개소가 증가하고 있으며, 부하중심지인 수도권의 조류 편중 등도 심각한 상황인 만큼 계통편익이 반드시 도매요금에 반영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즉 RCF(지역별가격계수) 등 제도에는 있지만 실질적인 역할을 못하는 전력시장운영규칙을 변경, 실질적인 투자비를 반영하는 것은 물론 열병합의 송변전 편익(kWh당 12원 수준 추정)을 감안한 CP 현실화(CES의 경우 CP 지급)를 가장 절실한 과제로 꼽았다. 또 전력수요 밀집지역에 있는 CHP의 경우 마이너스 송전요금을 적용하는 영국처럼 송전사업자가 지역별 송전편익을 보상하는 매커니즘 도입도 요구했다.

▲ 에너지절감 및 온실가스 배출저감, 전력계통 편익 등 집단에너지용 열병합발전의 편익을 제대로 보상하는 제도개선이 요구되고 있다.(사진은 한국지역난방공사 파주열병합발전소)

열제약운전이 증가하는 것과 관련해선 전력수급상황 변화에 의한 전기나 열 생산손실(PLB 가동 등)에 대해서는 추가 보상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또 열제약운전 시에도 지금처럼 증분비와 SMP 중 낮은 금액을 지급할 것이 아니라 국가 전체적인 편익을 고려, 최소한 발전연료비 회수가 가능한 수준의 보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집단에너지, 분산전원의 총아로 거듭나야
에너지소비절감과 환경개선효과, 전력계통 편익 등 효용성이 큰 집단에너지가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에선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전력부문과 환경 모두 여타의 화력발전소와 동일하게 인식하는 것은 물론 일부에서는 오히려 불이익을 주는 실정이다.

이는 발전원별 다양한 편익과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가격에만 과도하게 의존하는 전력시장구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송전망 건설이 어려워지고, 설치비용도 천문학적으로 올라가는 것은 물론 기후변화 문제 등 외부환경이 거세게 변화하고 있는데도 정책과 제도는 과거의 패러다임에만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향후 전력시장 운영이 발전원가 최우선이 아닌 전력계통의 효율성과 환경, 에너지절감 측면 등이 복합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 역시 2차 에기본을 통해 분산전원 활성화와 에너지이용효율 개선을 천명한 만큼 정책배경도 갖춰진 상태다.

실제 전기연구원이 내놓은 연구결과에 따르면 분산전원인 열병합발전소 1GW를 건설할 경우 6000억∼1조2000억원의 송전투자비를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또 에너지활용의 효율성 및 송전억제 효과가 높은 중형(100∼500MW) 열병합발전 등 집단에너지 분야를 분산전원의 현실적 대안으로 지목했다.

집단에너지가 분산전원의 주력이 돼야 한다는 주장도 여기에 근거한다. 원거리 집중형 발전시스템이 아닌 차세대 분산형 전원시스템으로 가기 위해 현실적으로 집단에너지가 최적의 대안이라는 이유에서다. 업계는 집단에너지용 열병합발전이 현재 발생하고 있는 전력계통 문제를 다수 해결하는 것은 물론 미래목표인 지속가능에너지 시대까지 가교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처럼 분산전원으로서의 집단에너지 역할 확대에는 정부와 업계, 전문가 등 대다수가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정책수단에 대해서는 전력, 가스, 집단에너지 분야를 맡고 있는 실무책임자와 분야별 전문가 사이에 기본인식과 우선순위가 약간씩 다르다. 결국 정부가 분산전원 활성화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조합, 어떤 그림을 그려 나갈 것인지 빠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

집단에너지업계 내부의 적극적인 노력과 준비도 필수적이다. 어렵다고 방치하거나 포기하면 더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사전에 충분한 조사와 연구를 통해 집단에너지 편익에 대한 검증된 자료를 먼저 내놓은 후 정책방향을 유도해야 한다. 최근 집단에너지 공동협의체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추진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은 다행이다. 감나무 아래 앉아서 열매가 떨어지기만 기다려서는 집단에너지 위기상황을 벗어나기 어렵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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