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번째 초고압·초저온 R&D 전초기지


강원도 영월 4만3천평 부지에 5년간 306억원 투입
2016년 완공…검사·인증 시험설비 77종 90점 구축

 

▲ 토목공사와 기초공사가 한창인 에너지안전연구실증센터 전경.


 

▲ 서림종합건설 황승규 현장사무소장이 초고압 시험동 기초공사가 진행 중인 현장을 설명하고 있다.
[이투뉴스] 강원남부 내륙의 관문인 영월은 1970년대까지 산재한 탄광이 호황을 누리며 번성했던 탄전도시였으나 석탄산업합리화 조치 이후 12만명이었던 인구가 지금은 4만명에 못 미치고 있다. 새로운 잠재가치를 찾는데 부심하던 영월은 최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산업 유치와 함께 단종의 애사가 서린 ‘장릉(조선왕릉군)’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후 조금씩 활기를 찾고 있다.

한파가 맹위를 떨친 12월 초, 기자는 강원도 영월군 주천면 1455번지를 찾았다. 4만3000평 부지에 우리나라 에너지·가스산업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대단위 연구시설 토목공사와 기초공사가 한창이다. 한국가스안전공사가 가스 화재·폭발 사고의 재현·실증을 통한 원인규명으로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은 물론 CNG용기, 수소자동차를 비롯한 고압가스 충전용기 등 초고압·초저온 장치·부품 시험·인증을 지원하기 위해 5년간 306억원을 투입해 짓는 에너지안전실증연구센터이다.

▲ 에너지안전연구실증센터 조감도.
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이어 2번째이자, 전 세계적으로 4번째 설립되는 에너지안전 종합연구시설인 에너지안전실증연구센터는 2013년 12월 26일 첫 삽을 떴다. 2016년 3월 준공을 목표로 연소 시험동 외 초고압 시험동, 초저온 시험동, 기초물성 시험동, 시험기자재보관동, 가스혼합설비동, 야외시험장, 사무동 등 8동에 초고압, 초저온, 화재·폭발분야 최첨단 시험설비 77종 99점을 갖추게 된다.

“아직은 많이 삭막하죠. 저희가 처음 올 때는 더했습니다. 온통 산으로 둘러 쌓여있었으니까요. 지난 1년간은 사실상 부지를 다지는 토목공사에 매달린 셈이죠. 이제야 사무동과 기초물성 시험동이 조금씩 모습을 갖춰가고 있습니다. 힘이 들지만 세계 최고 성능평가센터의 주춧돌을 쌓아간다는 걸 생각하면 뿌듯하며 자랑스럽습니다”

공사현장을 안내하던 가스안전연구원 서원석 안전연구실 부장과 이재훈 연구관리실 책임연구원의 말이다. 그들의 표정과 말에서 우리나라 에너지안전 분야의 새로운 전환점이 되는 최고의 연구센터를 내 손으로 짓고 있다는데 더없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는 느낌이 그대로 전해졌다.

▲ 공사 진행 중에 문화재가 발굴된 현장. 백색선으로 경계를 그은 곳이 문화재가 발굴된 곳이다.
센터의 현재 전체 공정율 대비 진행 공정율은 18.7%. 착공 1년이 지난 시간치고는 더디다. 공사를 진행하던 도중 문화재 4개소가 발견돼 발굴에 많은 시간이 소요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질조사에서는 나타나지 않은 암반이 발생하면서 설계변경, 발파 등 부대적인 사업수행에 소요된 시간이 상당하다.

국내 최초로 세워지는 연소 시험동은 주로 소음, 진동, 화염발생이 크게 발생될 수 있는 화재 폭발 시험을 수행하는 곳이다. 연소시험동의 외벽은 약 1m 정도의 두께로 큰 화재폭발 시에도 소음이나 진동이 밖으로 새나가지 않도록 알루미늄 폼이라는 특수 재질로 설계된다. 수소연료전지자동차, 천연가스 차량에 들어가는 고압 용기에 대한 화염시험, 총격시험, 소형·대형 안전밸브 화염 시험을 통해 가스와 관련한 용기 및 부품의 안전성 평가를 수행하게 된다.

▲ 가스안전연구원 서원석 안전연구실 부장(왼쪽)과 이재훈 연구관리실 책임연구원이 공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초고압 시험동은 수소, CNG 등을 연료로 사용하는 차량에 들어가는 용기·부품을 검사하고 인증하는 곳이다, 용기의 경우 수압반복·파열·가스반복시험 등 15개 항목을 시험할 수 있으며 부품의 경우 가스반복·가스리크·진동시험 등 11개 항목을 시험할 수 있다. 수압으로 최대 4000bar, 기압으로 최대 1100bar까지 시험할 수 있는 설비가 갖춰질 예정이다.

초저온 환경에서 사용되는 각종 용기 및 부품 검사 및 인증 시험을 수행하는 곳인 초저온 시험동은 액화헬륨을 사용해 최저 -269℃정도의 초저온 환경을 조성, 용기의 단열 및 진공 성능평가와 밸브류 성능평가, 몸체 기밀시험 등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최근 세계 각국이 앞 다퉈 셰일가스 등 에너지·자원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추세에 맞춰 국내 초저온 관련 제조업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일각에서 막대한 설비투자비가 들어가는 에너지안전연구실증센터 건립과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실질적인 투자비 대비 수익성을 거두기 힘든 분야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가스안전공사 측의 생각은 다르다. 수익성을 좇는 측면에서가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관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시험·인증기관인 연구센터가 투자대비 충분한 수익이 나는 사업이라면 대기업들이 먼저 투자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세계적인 시험·인증기관인 영국의 VCA, 독일의 TUV 등의 경우에도 초기에는 정부 주도로 진행되다 시간이 경과하면서 점차 민영화의 길을 걸어왔다. 독일의 TUV는 이제 전 세계 원자력 분야 검·인증 분야를 석권하고 있다.

세계 시험·인증 시장은 2012년 기준으로 약 153조원이며, 국내시장 규모도 약 8조4000억원에 달한다. 그만큼 사고예방·분석 분야뿐 아니라 에너지안전분야 R&D와 시험·인증분야에서 비즈니스 모델이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2016년 우리에게 그 위용을 선보일 에너지안전연구실증센터가 글로벌 TOP으로 성장해나가길 기대하는 이유다.

[인터뷰] 권정락 가스안전연구원장
세계 최고의 경쟁력 갖춘 성능평가센터 자신
시험기관중 초고압·초저온·화재폭발 동시수행은 유일

▲ 권정락 가스안전연구원장이 현장사무소에 설치된 조감도를 보며 진행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초고압·초저온분야 대규모 실증설비 구축은 캐나다 파워텍, 유럽의 KIWA, 일본의 JARI에 이어 세계 4번째입니다. 현재 세계적으로 발전·자원개발 분야에 들어가는 부품들은 에너지밀도를 높이기 위해 압력을 높이는 추세에 있습니다”

초고압·초저온분야 대규모 실증설비를 적용하는 사례나 관련기술을 직접적으로 활용할 분야를 묻는 질문에 권정락 한국가스안전공사 가스안전연구원장은 활용분야가 워낙 다양한데다 앞으로 응용할 분야 또한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답했다. 가스분야만 해도 PNG, 석탄가스화, 오일샌드·메탄가스 추출, 조선해양, 자원이송, 심해저 자원개발, 셰일가스, 메탄하이드레이트 개발 등 해당되지 않는 분야가 없으며, 신재생에너지와 발전분야는 물론 폐기물 처리, 대기오염 방지 등 도시기반시설 분야에도 사업영역이 확장된다는 설명이다.

세계에서 4번째, 아시아에서 2번째로 운용되는 연구센터이니 만큼 가동 시험설비와 어떤 시험이 진행되는지 궁금했다.

“LNG, LPG, 액체질소 및 공기공급설비등 연구개발 및 시험인증에 필수적인 가스공급설비를 우선 구축할 예정입니다. 주요 시험 설비로는 유량 2400㎥/hr급 이온 컴프레서 등 수소 및 CNG 분야에 대표적으로 요구되는 가압시험을 수행할 수 있는 장비들이 설치될 예정이며 수소가스반복시험, 수소가스투과성시험, 충전시험, 가스누출시험, 수압반복시험, 고온 크립 시험 등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해외기관과의 단순비교는 무리가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캐나다의 경우 우리보다 20년 이상 먼저 인증기관을 설립해 운영 중이라며 후발주자의 장점을 살려 ‘모방하되 가치를 더한다’라는 캐치 플레이즈를 가지고 선진 시험기관과의 차별화를 시도할 예정이라고 설명한 권 원장은 선진 시험기관중 초고압·초저온 및 화재폭발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곳은 에너지안전실증연구센터가 유일하다고 자긍심을 드러냈다.

세계 4번째로 건립되는 시험시설인 만큼 앞서 운용되고 있는 다른 곳과의 차별성을 기하는 특징이 있을 듯했다.

“에너지안전연구실증터는 4만3000평의 부지에 독일 BAM의 폭발 방호개념을 도입해 시험통제실을 설계했으며, 일본 JARI의 내폭개념을 적용해 연소시험동을 구축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야외시험장을 겸비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구축물은 상호 유기적으로 배치돼 효율성을 추구하게 되죠. 다른 나라에서 운영 중인 기관의 경우 부지 규모가 최대 1만5000평으로 확장성이 낮으며 전문분야 연구가 한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에너지안전연구실증센터는 공공기관이라는 특성 상 최소 30년 이상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앞으로 30년 후까지 확장이 가능하도록 배치계획을 세워놓았다는 권 원장은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나의 장비를 만들어도 세계 최고 수준의 장비를 만들고, 한 번의 실험도 확실하게 하겠다는 것이 기본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산업기반기술의 보호와 인증시험에 따른 국부 유출을 상당히 줄 일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사업초기에는 국부 유출의 개념을 시험인증비용의 지출로 계산하는 오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국부 유출의 본질은 국내에서 개발된 제품을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것에 있습니다. 예를 들면 700bar급 초고압 수소용기용 밸브를 개발했다고 가정하면, 최종사용자인 소비자가 국산제품을 선택할 것이냐는 의문을 갖는 것입니다. 따라서 초고압 부품은 ‘All or Nothing’의 게임룰이 지배하는 시장입니다. 소재·부품 산업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일본산 밸브의 경우에 10년 전만해도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제품은 거의 없었습니다. 일본자동차연구소, 대학, hytrec, KHK등이 유기적으로 협조관계를 이뤄가면서 지속적으로 품질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한 결과 최근에는 일본산 제품의 경쟁력이 점차 높아지는 추세에 있습니다. 우리 센터도 이 같은 일본의 사례를 거울삼아 지속적인 산업육성과 국내 기반기술 보호에 최선을 다할 예정입니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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