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성·불확실성 높아 스펙트럼 넓혀 60~80달러 예측
공급과잉과 산유국 간 점유율 다툼으로 치킨런 불가피

[이투뉴스] 국제유가가 반토막이 났다. 최근 국제유가는 배럴당 50달러 대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6월 100달러 였던 것과 비교하면 50%나 하락했다. 국제유가가 단기간에 가파르게 하락하자 적정 유가가 어느 수준이며, 올해는 어느 가격대로 형성될 지 관심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올해 국제유가에 대한 전망 발표가 활발하다. 세계 각국 전문가들의 전망치는 60~70달러다. 넓은 스펙트럼은 유가변동성 및 예측불확실성에서 기인한다. 변수가 많다는 것이다.

▲ <자료 : 페트로넷, 한국신용평가>

◆모건스탠리 "43달러까지 하락할 수도"
우선 미국 에너지정보청은 매달 발간하는 단기에너지전망 보고서 12월분에서 올해 브렌트유 가격을 68.08달러로 예측했다. 11월 보고서의 83.42달러에서 15.34달러로 하향조정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도 브렌트유 전망치를 기존 98달러에서 30% 내린 70달러로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상황에 따라 43달러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첨언했다.

국내에서는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두바이유 기준 시나리오별로 분석해 연평균 최저 64달러에서 최고 101달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유가가 70달러를 하회하면 석유구요가 공급을 상화해 수급이 타이트해진다"며 "연평균 70~80달러 수준에서 석유 수급밸런스가 맞아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이지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북미 셰일 생산자의 한계비용이 유가 하단을 결정한다"며 "셰일광구의 평균 생산원가는 65달러이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유가의 하단은 65~70달러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송민준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원유 공급과잉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며, 그에따라 유가 변동성과 예측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고 전망했다. 송 수석애너리스트는 "미국 셰일오일의 생산원가와 OPEC의 재정균형 부담 등 유가를 지지할 요인이 상존하고  있지만, 중국과 유럽의 경기둔화와 북미지역의 원유생산 증가, OPEC의 생상량 목표 유지에 따른 원유 공급과잉은 유가 하락 압력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전통유와 비전통유 간의 시장점유율 경쟁도 심화돼 유가 변동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공급과잉' 전세계적으로 엉킨 실타래
전문가들은 유가 전망을 하며 공통적으로 '예측 불확실성'을 전제한다. 향후 정세가 어떻게 변할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러시아, 미국 등의 적극적인 참가로 원유 생산량이 30년 만에 최대 수준이다. 즉 지금의 유가하락은 공급과잉과 이를 둘러싼 산유국 간 점유율 다툼에서 기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개별 생산원가가 상이하고, 현재의 유가 수준은 일정 출혈을 동반하지만 치킨런을 멈추지 못하는 측면도 높다. 가장 주목받는 미국과 사우디 뿐만 아니라 OPEC 내에서도 점유율을 둘러싸고 입장이 첨예하다.

우선 비OPEC의 생산량 확대는 이미 OPEC의 점유율을 잠식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원유 생산량은 일산 8650만배럴로 전년대비 약 80만배럴이 증가했다. 그러나 OPEC의 생산량은 전년대비 약 35만배럴 감소한 3680만배럴(전체 생산량의 43%)에 머물었다. 동 기간 비OPEC의 생산량이 4970만배럴로 전년대비 110만배럴 늘었는데, 그중 미국과 캐나다의 원유 생산량 증가분이 100만배럴이었다.

이지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2011년 본격적으로 오일샌드와 셰일오일과 같은 비전통석유 개발이 시작되면서 예상 추정치를 매년 평균 10% 이상 상회하고 있다"며 "2013년 생산량은 일산 1000만배럴을 넘어섰고, 올해도 1270만배럴의 생산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1270만배럴은 글로벌 원유생산량의 15%다.

▲ <자료 : 하나금융경영연구소>

OPEC 내 회원국 간에도 점유율을 두고 양상이 복잡하다. 유가 방어를 위해 감산의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각 국가별 생산량은 늘리기를 원한다. OPEC은 2012년 1월 이후 3년째 목표 생산량을 일산 3000만배럴로 묶어 뒀다.

그러나 같은 기간 미국의 금융제재를 받은 이란과 내전을 겪는 리비아의 감소 분을 사우디, 이라크, 쿠웨이트가 공격적으로 메웠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말에는 사우디, 이란, 이라크가 경쟁적으로 OSP(원유판매가격)를 인하했다. OPEC 정기총회에서 적극적으로 감산을 거부한 사우디가 미국 뿐 아니라 이란과 이라크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지금의 저유가가 지속되면 생산 단가를 맞추지 못하는 나라가 하나둘 발생하며 종국에는 가격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된다. 유가가 50달러 대로 주저 앉은 지난해 12월 미국 퍼미안 지역의 광구 20곳이 문을 닫았다. 퍼미안은 지리학적 특성으로 손익분기점이 80달러로 생산원가가 가장 높은 지역이다. 생산원가가 65달러인 미 셰일광구들은 저유가를 오랜 기간 견디기는 어렵다. 이지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 저점은 셰일오일 공급자들의 한계비용이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유사, OSP하락·정제마진 개선 등 반등 
지난해 말 단기간에 유가가 급락하며 국내 정유사들이 상당한 재고평가손실을 입었다. 또한 원유를 구입해 국내로 들여오는 데 한달 반 가량의 기간이 소요돼 구입 순간부터 손해액이 카운팅 됐다. 그 결과 국내 4대 정유사의 3, 4분기 정유사업 누적손실이 1조원을 넘을 것이라고 관측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난해가 정유업계의 바닥이었으며, 올해는 반등의 시기가 올 것이라고 본다. 정유사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정제마진 개선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정제마진은 원유가격과 관계가 높다. 유가가 낮을 때 고유가 시기보다 마진 확보가 용이하며, 상대적으로 원유를 저렴하게 구입할 때는 정제마진이 자연적으로 높아진다. 일단 올해 유가가 60~70달러선에서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또 아람코의 아시아 OSP 가격이 지난해 9월부터 4개월 연속 인하했다.

또한 미국이 셰일오일 생산 증가로 점차 원유 수입량을 줄이면서 수요국인 아시아를 둘러싸고 산유국들의 경쟁도 점차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다만 정유사들이 세계적 경기변동에 민감하다는 점은 여전히 걸림돌이다. 생산능력이 향상되며 내수수요를 상회하는 부분에 대한 석유제품 수출비중이 꾸준히 증가해 2014년 10월에는 페트로넷 기준으로 48.8%까지 확대됐다. 2005년 34.5%에서 13%포인트 늘어났다.

이윤애 기자 paver@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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