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예산정책처 "사업규모, 건설시기 재검토해 추진"
산업부 "고시 개정으로 발생 민간시설 여가분 반영할터"

▲ 동북아 오일허브 울산북항 조감도

[이투뉴스]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은 박근혜 정부의 대선공약 사업이다. 박 대통령은 오일허브를 에너지분야 창조경제의 대표적 사례로 꼽고, 100대 국정과제로 선정해 국가프로젝트로 추진 중이다.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은 구체적으로 여수, 울산에 대규모 상업용 저장시설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국제 석유거래를 활성화해 우리나라를 미국, 유럽, 싱가포르를 잇는 세계 4대 오일허브로 발전시키기 위한 사업이다.

박 대통령은 2013년 11월 동북아 오일허브사업 기공식에 직접 참석해 축사를 통해 "동북아오일허브는 에너지 분야에서 창조경제를 구현하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며 "오일허브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항만과 저장시설 등 하드웨어적 인프라 뿐 아니라 석유거래와 물류를 활성화하기 위한 규제완화와 기업환경 개선 등의 소프트웨어 인프라가 함께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와 공공기관, 민간기업 등이 함께 노력하고, 규제완화를 위한 국회의 협조도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동북아오일허브 사업은 순풍에 돛 단듯 진행됐다. 정부는 국제석유거래업자들을 유인하기 위한 규제완화와 비축시설 구축을 위한 탱크터미널 건설, 두 가지 핵심 목표를 축으로 속도를 냈다.  
 
그러나 돌연 지난해 12월 국회 예산정책처가 '공기업 사업영역 확장 평가와 개선과제' 보고서를 통해 동북아오일허브 사업의 사업규모와 건설시기를 재검토 후 추진할 필요성이 있다고 의견을 내며 제동이 걸렸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보고서의 목적을 공기업의 사업확장으로 총지출이 늘어나는 가운데 사업의 타당성과 수익성 등에 대해 평가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공기업의 중장기 경영목표에 제시돼 있는 사업영역 확장 현황을 분석한 것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평가 결과 "석유공사와 울산항만공사가 수행하고 있는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의 사업규모를 재검증하고 추진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권고했다. 초기 사업 계획설립 당시와 변화된 현재의 환경을 반영하도록 요구한 것이다.

◆ 정부, 여수와 울산에 3660만배럴 규모 탱크터미널 건설
정부의 계획은 2조원의 민자자본을 투자해 여수와 울산 지역에 연간 최대 4억배럴 규모의 물동량을 처리할 수 있는 3660만 배럴 규모의 탱크터미널 건설이다. 3660만 배럴의 탱크터미널은 여수 820만 배럴과 울산 북항 990만 배럴, 남항 1850만 배럴이 더해진 것이다. 

그 시작으로 석유공사는 356억7600만원을 출자해 상업용 탱크터미널 회사인 오일허브코리아여수를 설립했다. 오일허브코리아여수는 석유공사가 29%의 지분을 갖고, 중국항공유공사(26%), SK에너지(11%), GS칼텍스(11%), 삼성물산(10%), 서울라인(8%), LG상사(5%)가 공동출자했다. 820만 배럴 규모의 36기 탱크저장시설과 부두 4선석, 블랜딩 설비 등의 설비를 갖추고, 2013년 3월부터 상업운전을 개시했다.

두번째 탱크터미널은 울산 북항에 설치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해 1월 울산 북항사업 합작법인인 코리아오일터미널 출범식을 갖고, 2017년까지 6222억원을 투입해 990만 배럴 규모의 상업용 석유저장 터미널을 건설하기로 했다. 코리아오일터미널은 석유공사 51%, 보팍그룹 38%, 에쓰오일 11% 씩 지분을 보유했다. 마지막으로 울산 남항은 최근 석유공사와 울산항만공사가 공동으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발주했으며, 결과가 나오면 7월까지 기획재정부에 예산타당성 평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 국회 예산정책처 "기존 비축시설과 민간시설 우선 활용 방안 검토 필요"


국회 예산정책처는 산업부와 석유공사가 보스턴컨설팅그룹에 용역을 맡겨 산정한 결과 2020년까지 실제 유치 가능한 물량이 2억7000만배럴로 이를 소화하기 위해 필요한 저장규모는 3060만 배럴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3060만 배럴은 여수와 울산 북항의 물동량 합인 1810만 배럴에 추가로 650만 배럴을 신규 건설하면 충분한 수치라는 것이다.

여기에 석유공사의 비축시설 민간대여로 2000만 배럴, 석대법 개정으로 생겨난 민간 여유분 2000만 배럴 등 4000배럴을 활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 두 가지는 모두 정부가 발표한 내용을 바탕으로 추산됐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3월 '에너지분야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동북아 오일허브 추진대책'을 발표하며 필요시 정부비축시설을 민간에 대여해 2000만 배럴 수준의 저장시설을 추가 확보해 싱가포르를 추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석유공사의 정부비축시설 1억4600만 배럴 중 국가석유비축자산인 비축유의 트레이딩과 대여 활용범위를 총 비축물량의 각각 15% 이내에서 30% 이내로 통합하고, 비축시설 대여 요건에 국내기업의 해외생산원유, 석유제품의 국내도입도 추가하면 2000만 배럴 규모의 저장시설을 상업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자료 : 국회 예산정책처>
민간 여유분 2000만 배럴은 산업부가 지난해 9월 석유정제업 저장시설 등록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을 개정하며 발생했다. 산업부는 석대법 제5조의 석유정제업 등록 시 등록요건으로 일정수준 이상의 저장시설을 갖추도록 의무화한 부분을 대폭 완화했다. 기존 시행령에는 정유업자가 내수판매량의 60일분과 생산계획량 45일분 중 많은 양만큼의 저장시설을 갖춰야 한다고 돼 있었다. 이를 내수판매계획량 기준 40일분 수준으로 대폭 완하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산업부가 보수적으로 예상한 활용가능 비율로 계산했다"며 "저장시설 등록요건 완화로 생긴 여유시설의 34%를 상업용으로 전화할 경우 약 2000만 배럴의 저장용량 확보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동시에 "이는 당초 동북아오일허브 사업 추진 당시 고려되지 않았던 사항"이라며 "계획대로 4000만 배럴 규모를 상업용 저장시설로 활용할 수 있다면 울산 남항 탱크터미널은 규모 및 단계별 건설시기 등이 재검토 돼야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 여수 사업 경험축적 및 사업타당성 검증 후 단계적 추진해야
국회 예산정책처는 오일탱크터미널은 자본집약적인 장치 산업이라는 점을 우려했다. 자본집약적 장치산업은 초기 투자비용이 크고 규모의 경제가 작용하는 등 진입장벽이 존재해 안정적인 사업 영위가 가능하지만, 일단 탱크를 설치한 뒤에는 매몰비용도 매우 크다는 단점이 있다.

2013년 3월 상업운전을 개시한 오일허브코리아여수의 사업 성과를 살펴 향후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완공 1년여라는 짧은 기간과 현재 정유업계의 불황 등을 감안할 때 성과를 평가하기에 이를 수 있지만, 여수사업이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의 1단계 사업으로써 향후 사업 확장의 시금석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성과를 살펴야 한다고 봤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주무부처인 산업부와 주관기관인 석유공사가 파일럿 프로젝트인 여수사업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울산 남항사업에 대한 타당성을 검증 후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마무리 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국회 예산정책처의 지적대로 석대법 개정으로 인한 민간 부분의 저장시설 활용 부분은 사업 초기에는 예상치 못했던 부분이다"며 "민간기업들에 석대법 개정으로 발생하는 여유분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통해 향후 사업계획에 이를 반영할 하겠다"고 말했다.

이윤애 기자 paver@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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