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생가스부터 올해 첫 시행…충분한 의견수렴·조율이 성패 가를 듯

▲ 나주 혁신도시내 한전 신사옥 전경. 한전은 정부승인차액계약제 시행에 따라 각 발전사(발전소)와 개별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이투뉴스] 정부가 사전에 승인한 가격 및 물량 등의 계약조건에 따라 한전과 각 발전사(원자력·석탄·부생가스·수력)가 도매 전력시장에서 전력을 거래하는 정부승인차액계약제(Vesting Contract, 이하 ‘VC')가 지난해 전기사업법 개정을 거쳐 올해부터 본격 시행된다.

이와 관련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VC운영에 필요한 운영기준을 제정·고시함으로써 기존 정산조정계수를 단계적으로 VC로 대체해 나가는 정책 변화의 첫발을 내디뎠다. 일단 정부가 이 고시의 폐지나 개정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못 박은 시한은 2017년말까지 만 3년이다.

도매 전력가격의 안정성과 발전부문의 효율성 강화를 명분으로 도입돼 과도기 전력시장을 재편할 핵심 변수로 부상한 VC의 제도설계 방향과 향후 일정, 이를 둘러싼 쟁점 등을 짚어봤다.

불완전 전력시장, VC로 정부 전면개입
국내 전력산업은 2001년 구조개편으로 발전부문에 한해 물적 분할이 이뤄진 상태다. 이후 중단된 배전 분할은 10년 넘게 소모적 논쟁을 거듭하며 제자리걸음이다. 이런 도정의 적정성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불완전하고 어정쩡한 형태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표퓰리즘 전기료 책정과 연료비 상승으로 급기야 2011년 9.15 순환정전 사태가 발발했고, 이후 판매원가도 회수하지 못한 한전은 수십조원, 전력그룹사 전체로는 100조원에 육박하는 부채가 쌓였다. (예비율이 낮다보니 사실 이틈에 민자발전은 돈을 만졌다.)

결론적으로 우리 전력산업은 전력수급 안정도, 도매시장의 유효경쟁도, 이를 통한 소비자 편익 증대 등도 실현하지 못한 채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환경속에 불확실한 행보를 이어가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VC 시행을 놓고 이처럼 장황한 설명이 필요한 이유는 사실상의 청원입법을 통해 이 제도를 서둘러 도입한 정부가 어떤 인식을 갖고 전력산업과 시장을 바라보고 있는 지를 가늠하기 위해서다.

단적으로 정부는 “현 도매시장은 외부충격과 환경변화에 따라 SMP(시장가격)가 크게 변동해 안정성이 취약”하며, “저원가 발전기의 초과이윤 제한을 위해 운영중인 정산조정계수는 발전사의 효율개선을 유인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산업통상자원부)

이에 따라 정부는 VC 도입을 통해 사전에 승인한 가격(상한선이 정해진 가격), 물량, 기간 등 계약조건에 따라 한전과 각 발전사의 전력거래를 관리·감독하되 계약량을 초과한 발전량에는 인센티브를, 반대로 고장정지 등으로 부족한 물량에 대해선 위약금을 물려 시장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제고한다는 계획이다.

물론 이 제도 도입의 타당성을 놓고 제기되는 비판은 여전하다. 소위 학계 시장론자들은 “전력거래의 시장원칙을 훼손하는 가장 이상한 형태의 규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전력시장에 수시로 개입해 미봉책을 쏟아낸 정부가 또다른 비시장적 규제로 투자왜곡과 수급불안을 조장하게 될 것이란 문제 제기다.

올해 부생가스·수력부터 첫 시행 
다양한 형태의 VC중 정부는 발전사와 한전이 계약가격과 기준가격(도매시장가)의 차액을 정산해 가격변동성의 위험을 회피하는 '쌍방향 방식(Two-way)'을 택했다. 계약가격과 시장가격이 다를 경우 발전사와 한전이 그 차액을 서로 보전해 결국 계약기간동안 항상 계약된 가격으로 전력을 판매 및 구매하는 형태다.

다만 정부는 불완전한 전력시장을 보완하기 위한 차선책으로 VC를 도입한 만큼, 이후 시장환경 변화 등을 지켜보면서 한시적으로 이 제도를 운영하겠다는 입장이다. 이후 VC틀 안에서 어느 정도 시장이 안정화되면 계약물량을 점진적으로 축소해 자발적 계약시장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운영기준 고시에 VC 재검토기한을 2017년말까지로 적시해 추가 운영이나 폐지의 여지를 둔 이유다. 

일단 올해 VC를 적용하는 발전기는 구조적으로 초과이익이 발생하는 발전기로 분류된 부생가스와 수력이다. 연료비가 들지 않고 이해당사자가 되는 사업자가 적어 비교적 제도적용이 용이하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이미 포스코에너지 광양·포항 부생복합과 현대그린파워 당진 부생가스발전소를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중 작년말 당사자간 쟁점협의가 완료된 부생가스는 빠르면 내달말부터 첫 계약거래를 시작하고, 양사간 공동용역에도 불구하고 한전-수자원공사(K-water)간 견해차로 논의가 지체되고 있는 수력의 경우 전력거래소 중재안을 통해 늦어도 상반기까지는 접점을 마련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요한 것은 제도의 원칙과 방향이다. 이해관계가 다른 거래상대방 사이에 쟁점이 발생하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모든 발전기를 한꺼번에 하기보다 수급영향이 적은 부생가스·수력발전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시행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 VC 운영기준에 의하면, 차액계약 대상 발전기는 LNG발전을 제외한 부생가스·수력(양수발전 제외)·석탄(국내탄 포함)·원자력 등이며, 계약기간은 원칙적으로 1회계연도(1년)이다. 단 연료비나 전기료 변동 등에 따라 기간을 신축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여지를 뒀다.  

차액계약 기준가격(정산가격)은 최초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총괄원가를 보상하는 수준에서 투자비와 발전특성 등을 기초로 발전기별로 산정하게 된다. 기준가격은 연료비, 감가상각비, 운전유지비, 법인세 비용, 투자보수 등을 고려해 책정하게 된다.

VC 시행을 위한 일련의 모든 제반 업무는 전력거래소를 중심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전력거래소는 발전기별 차액계약 적용안 제시부터 구매자 계약물량 할당, 차액계약 관련 회계 및 원가자료 검증, 계약 당사자간 의견 조정, 전기위원회 심의에 이르는 업무를 총괄, 기존 전력시장 운영업무와 VC업무를 병행하게 된다.

이와 관련 앞서 한전 측은 차액계약 협상을 주도할 ‘VC 실무협의회’를 전력거래소가 아닌 전기위원회 내에 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최종 고시에는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석탄은 내년부터, 원자력은 2017년 시행
발전사들과 전력당국에 따르면, 올해 부생가스와 수력으로 첫 출발한 VC는 연내 석탄·원자력에 대한 모의운영을 거쳐 내년부터는 석탄까지, 2017년부터는 원자력까지 단계적으로 확대 시행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계약 당사자인 한전과 각 발전사는 세부 시행안과 향후 일정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이익이 극대화되는 최종 계약체결을 위해 골몰하고 있다. 특히 화력발전사들은 각 발전소별로 제각각인 개별비용의 특수성과 신규 발전기의 설비안정화 기간을 인정해주는 제도적 보완을 지속 요구하고 있다.

또 일각에선 LNG발전도 VC체제안에 일부 수용해 최근 이용률 급감으로 존립위기에 처한 LNG발전의 출구전략을 확보하는 동시에 중장기적인 전력수급의 안정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VC 당사자들은 일정보다 다소 시간이 지체되더라도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제도의 완결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력당국 한 관계자는 "기존 발전자회사의 경우 정산조정계수를 적용하고 있으므로 촉박하게 VC를 시행하기보다 충분한 사전분석과 모의, 합리적 방안 모색을 위한 각 사의 의견수렴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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