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별 할당량 차이 커…발전·에너지 1차기간 26.7% 줄여야
가동률 떨어지는 LNG발전소는 일부 혜택, 석탄·열병합 불리

"과도한 할당량 폭탄, 배출권 사서 메우는 방법밖에…"

[이투뉴스] 올해부터 시행되는 배출권거래제를 위한 업체별 할당량이 최종 통보됐다. 특히 발전·에너지업종은 1차 계획기간(2015∼2017년)에만 기준년도(2011∼2013년) 대비 26% 넘게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할당량 폭탄이 터졌다는 반응이다. 앞으로 3년 평균 12.3%의 배출량을 줄여야하는 석유화학 등 일부 업종도 심각한 표정으로, 적극적인 이의신청에 나선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적잖은 논란이 예고되고 있다.

당초 산업계는 내년부터 시행하는 배출권거래제에 대해 크게 걱정을 하지 않았다. 환경부가 1차기간 중에는 모든 업종의 감축률을 10% 완화하고,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간접배출 및 발전분야에 대한 감축부담을 추가 완화, 배출권 할당량을 2013∼2014년 배출실적 수준으로 조정키로 했다. 즉 산업계의 불안감 및 시장의 불확실성 해소, 거래제도 안착 등을 위해 완화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천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뚜껑을 연 결과 발전·에너지업종은 할당량 수준이 예상보다 강력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전체적으로 산업계는 감축률을 최소화하는 대신 배출량이 가장 많은 발전업종으로 떠넘겼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발전사들은 일단 이의신청을 통해 최대한 각 사 입장을 어필한다는 입장이지만 어느 정도 수용해 줄지는 미지수다. 이제 미우나 고우나 뒤처리가 문제다. 배출권을 인위적으로 줄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배출권을 사거나 과징금을 내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아직 모든 것이 불투명하다는데 있다. 거래제 포함업종 및 대상기업들은 할당량이 많다고 일단 아우성치고 있지만, 아직 실질적인 유·불리에 대한 평가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전력·에너지 분야의 경우 전기요금에 반영해준다는 약속에 걱정을 한시름 놓는 분위기지만, 전기와 열을 동시에 생산해야 하는 집단에너지업계는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일전불사를 외치고 있다.

◆산업계 ‘추가부담 크다’ vs 환경부 ‘엄살 심하다’
정부가 배출권 거래제 1차기간 동안 할당한 배출권 총량은 15억9800만KAU(톤CO2-eq)다. 이는 주요한 17개 업종의 대상업체가 할당을 신청한 20억2100만톤에 비해 4억2300만톤(20.9%)이 부족하다. 발전·에너지업종 역시 3년 간 7억3585만톤이 배정돼 신청물량에 비해 한참 부족하고, 기준년도 배출량인 7억7545만톤에 비해서도 3960만톤이 적다. 신청할당량은 기준년도 배출량에 신·증설분이 추가되는 구조다.

▲ 업종별 1차 계획기간 중 평균 감축률

정부가 이처럼 업체별 배출권 할당량을 확정하자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필두로 한 경제계는 즉각 ‘배출권거래제 기업별 할당에 대한 공동논평’을 통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우선 경제계는 4억2300만톤의 할당량 과부족이 생겨 할당량만큼 과징금(3만원/톤)이 부과되면 3년간 12조7000억원이나 추가부담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여기에 수차례 지적해 온 국가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재검증을 조속히 진행해야 한다고 다시 한 번 주문함과 동시에 배출권 시장안정화 기준가격 1만원을 하향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시장안정화를 위한 예비할당분이 1400만톤에 불과해 시장에서 배출권을 구매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며 정부가 부족한 배출권 공급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배출권 기준가격을 1만원으로 묶은 것에 대해서도 유럽의 사례를 들며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유럽의 배출권 가격은 7유로 수준으로 우리나라의 1만원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또 대부분의 개발도상국이 강제감축의무를 부여하지 않는 상황에서 왜 우리나라만 앞서가느냐는 원천적인 반론도 여전하다.

하지만 환경부는 전반적으로 산업계의 엄살이 지나치다고 깎아내리는 분위기다. 우선 2년 전부터 기업들을 대상으로 온실가스 목표관리제를 시행한 결과 오히려 초과달성하는 기업들이 많았다며 할당량을 넘어서는 곳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또 예정에 없던 신·증설 등을 반영하기 위해 1400만톤의 예비분으로 상당수 해소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무엇보다 산업계가 추가 부담해야 할 액수로 거론한 12조7천억원의 경우 과징금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배출권 기준가격인 톤당 만원으로 시장에서 샀을 경우 3분의 1로 줄어든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것 역시 추가감축 노력을 안했을 경우 모든 업체들이 배출권을 다 산다는 가정인 만큼 부담액을 과도하게 부풀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일단 내고 보자…이의신청 쏟아져
배출권거래제에 따른 할당량이 확정되자 산업계에선 명암이 갈렸다. 이전부터 착실히 준비한 업종이나 기업의 경우 비교적 선방했다는 분석이 나오는가 하며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어려운 업종은 이로 인한 경영 압박과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이달 말까지 진행되는 이의신청에는 대부분의 업종 및 기업이 문제제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반영이 안되더라도 일단 내고 보자는 심리가 강하기 때문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난해 25일 “이번주 들어 배출권 할당량에 대한 기업들의 이의신청 건수가 20곳을 훌쩍 넘었다”며 “보통 마감에 맞춰 이의신청이 쇄도하는 만큼 다음주에 쇄도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앞서 환경부는 내년부터 3년간 시행하는 거래제 1차 계획기간 내 배출권 할당량을 확정해 대상인 525개 업체에 통보했다. 기업은 통보받은 날로부터 30일 동안 이의를 신청할 수 있다.

▲ 감축률 상위 5대 업종 3년 평균 조정계수(감축률)

환경부는 배출권 비용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평가받는 발전·에너지, 석유·화학, 비철금속, 철강업계를 중심으로 할당량을 늘려 달라는 이의신청이 쏟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12월 24일 현재 이미 20여 곳에서 이의신청에 나섰으며, 신청마감인 내주에 이의신청 물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란 얘기다.

업종별로는 조정계수가 0.5대와 0.6대로 가장 낮아 감축률이 40%가 넘는 디스플레이(F가스공정)와 반도체(F가스공정)의 경우 오히려 기술적으로 감축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 조정계수 1을 받았거나 1에 가까워 감축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한(3년 평균 10% 미만) 음식료품, 섬유, 제지, 목재, 시멘트, 유리, 정유, 자동차 등도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다.

반면 3년 평균 25%를 줄여야 하는 비철금속을 비롯해 건물(20.8%), 석유화학(15.4%), 항공(14.3%) 등의 경우 대다수 업체가 이의신청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감축률이 크지는 않지만, 부담이 큰 철강과 전기전자, 섬유, 폐기물, 제지 등에서도 적잖은 업체가 이의신청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부 업체의 경우 이의신청이 안 받아들여질 경우 행정소송도 불사한다는 강경한 입장이어서 초기 배출권거래제 운영과정에서 상당한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마땅한 대응수단이 없는 석유화학의 경우 부담이 크며, 증설분이 제대로 반영 안 된 일부 업체는 30% 이상 줄여야 하는 곳도 있어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방안 마련도 병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업체별 온도차 심한 발전·에너지 분야
배출권거래제 총 할당량 중 무려 46%를 차지하는 발전·에너지업종이 가장 큰 문제다. 당장 올해 17.9%를 시작으로, 2016년 29.1%, 2017년 33.2%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당초 10∼15% 수준의 감축률을 예상했던 발전업계는 갑자기 감축률이 치솟은 이유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공기업이 많은 특성을 이용, 산업분야를 살려주는 대신 발전분야가 희생양이 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발전·에너지 업종의 경우 전반적으로 뾰쪽한 감축수단이 없을뿐더러, 절대량이 많아 감축률을 높이면 그 부담이 어마어마하다. 여기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좌우하는 가동률 역시 경기상황 및 전력·열 수요에 따라 통제가 불가능한데도 과다한 감축률을 부여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 2012년부터 정부가 도입한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제도로 온실가스 배출에 제한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중규제라는 지적도 많다. 
업체별로는 상당히 이해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우선 석탄발전의 경우 신·증설 분까지 할당량을 비교적 많이 받았지만, 배출량이 워낙 많아 배출권 구매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LNG발전의 경우 기준년도에 비해 가동률이 크게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와 1차기간의 경우 감축 압박이 심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배출권을 팔아 가동률이 떨어진 것을 벌충할 수도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온다.

발전업계는 배출권거래제가 중장기적으로 비용상승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지만 비용을 전액 전기요금으로 정산해주기로 정부가 약속한 것에 기대를 걸고 있다. 여타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압박을 덜 느끼는 이유이기도 하면서, 발전분야의 감축률을 높인 요인이다. 다만 업계는 실제 비용증가와 정산시기가 차이가 날 경우 경영압박 요인이 될 것이라며 이를 최소화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희생양 된 집단에너지, 강력 반발
반면 열과 전기를 동시에 생산하는 집단에너지 분야의 경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우선 집단에너지의 경우 열수요 포화정도에 따라 점진적으로 가동률이 높아지는 특성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 이번에 신청량(6969만톤) 대비 턱없는 할당량(4495만톤)이 주어졌다. 예상배출량(7071만톤)에 비해 무려 2571만여톤이 부족해 기준가격으로만 2585억원 어치의 배출권을 사서 메워야 한다.

▲ 발전-집단에너지 기준연도 온실가스 배출량 비중
▲ 발전-집단에너지 1차기간 할당량 비중

집단에너지업계는 CHP(열병합발전)의 경우 에너지절감은 물론 온실가스 저감, 전력계통 편익 등의 장점이 있는데도 불구 환경당국이 오히려 여타 발전소 보다 푸대접을 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실제 기준연도 발전·에너지업종 내에서 집단에너지 배출비중이 7.1%였으나, 할당비중은 6.4%로 오히려 0.7%포인트가 줄었다.

CHP의 경우 일반 발전소와 조정계수를 차등 적용하고 있는 선진국과도 비교된다.  독일을 비롯해 이탈리아, 그리스 등 유럽의 경우 원천적인 에너지 및 온실가스 저감시설인 열병합발전의 편익을 고려, CHP에는 감축이 필요 없는 조정계수 1을 부여하는 반면, 여타 발전소는 0.74∼0.92를 적용해 열병합발전 보급확산을 꾀하고 있다.

▲ eu의 열병합발전 조정계수 차등 적용 사례

발전분야는 전기요금을 통해 배출권거래제에 따른 소요비용을 모두 회수할 수 있지만, 집단에너지의 경우 열요금에 이를 체계화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정부의 열요금 조정이 제 때 이뤄지지 못하는데다 한난을 제외한 민간기업의 경우 요금격차로 인해 현재도 반영하지 못한 원가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또 경쟁관계에 있는 도시가스 개별난방은 온실가스 감축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점도 신경이 쓰이는 대목이다.

중소기업이 대다수인 산업단지 열병합업체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비용 증가가 결국 전기 및 열요금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중소기업의 경쟁력 약화 및 해외 이탈까지 우려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열수요 업체들까지 나서 기재부·환경부·산업부에 집단에너지는 배출권거래제에서 제외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개별 업체와 계약관계로 이뤄진 열요금을 올리는 것 자체도 쉽지 않아 고민거리다.

따라서 집단에너지업계는 우리나라 역시 유럽 선진국과 같이 열병합발전의 편익을 고려한 배출권거래제도가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열생산부문에 대해 별도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아예 거래제 대상에서 아예 제외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산업부와 공동으로 열병합발전의 에너지 절감 및 온실가스 저감량에 대한 계량화된 수치를 마련하는 연구용역을 통해 제도개선의 당위성도 입증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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