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취약계층 지원 위해 예산 1058억원 투입
복잡한 지원기준,'과도한 행정비용 유발' 우려

▲ 지난 연말 에관공 서울본부와 sk브로드밴드 봉사자들이 구로구 오류동에 있는 다문화 가정 어린이·청소년들을 위한 지구촌학교 도서관에서 에너지환경개선을 위해 led 조명교체 작업을 하고 있다.

[이투뉴스] 에너지 취약계층을 위한 에너지바우처 제도가 올해 12월부터 전면 시행된다. 정부는 지난해 국정과제인 ‘저소득층을 위한 생활영역별 맞춤형 급여체계구축’을 위해 에너지바우처에 1058억원의 신규 예산을 편성, 취약계층에 대한 에너지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고 발표했다. 

바우처 제도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 당시 내세운 공약 중 ‘빈곤 없는 따뜻한 에너지복지 실현’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정책이다. 

2013년 보건사회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전기, 가스단절, 연료비 부족으로 동절기에 난방을 하지 못한 취약계층이 중위소득 가구의 50%이상까지 분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위소득은 소득액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중간지점에 위치한 가구의 소득을 뜻한다.

특히 12월~2월까지 취약계층의 연료비는 비동절기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4인 가구를 기준으로 동절기 연료비가 비동절기보다 약 7만~8만원 가량 더 많이 발생하며, 아동과 장애인 등 가구원이 포함된 경우는 아동은 25% 가량, 장애인은 6% 가량 연료비가 더 많이 지출됐다.

정부는 저소득층 및 차상위 계층에게 전기, 가스, 등유, 연탄 등 연료비 부담을 덜 수 있도록 한정된 용도로 지불이 가능한 쿠폰이나 카드를 지급하는 바우처 제도를 통해 에너지취약계층에 대한 에너지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더 많은 계층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방침이다.

◆기존 등유·연탄지원, 에너지바우처로 통합

현재 취약계층을 위한 에너지복지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저소득층이 거주하는 노후주택에 단열이나 창호공사를 통해 에너지효율을 개선해 비용을 절감하는 에너지효율 개선사업과 가스나 등유, 연탄 등 난방에 필요한 일체 비용을 지급하는 보조금 지원제도로 나누어진다.

우선 취약계층을 위한 에너지개선 효율사업은 한국에너지재단이 주로 맡고 있다. 기초생활수급가구와 차상위 계층,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저소득 가구를 위해 지난해 에너지특별회계를 통해 671억1000만원의 예산을 집행, 가구당 150만원의 한도 내에서 주거효율개선사업을 펼쳐왔다.

예산은 2007년 100억 원으로 출발, 2011년 약 195억 원, 2012년 295억 원, 2013년 410억 원으로 매년 급증했다. 이는 단순히 난방비만 제공하던 과거 에너지복지 시스템만으로는 저소득층의 연료비를 원천적으로 절감 할 수 없다는데 정부와 시민단체 등의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특히 저소득층일수록 전체 소득에서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기 때문에 주거효율 개선사업으로 낭비되는 소득지출을 줄여 전체적인 소득 증진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복안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지난 2013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소득이 가장 낮은 1분위(평균 31만3000원)인 가구의 경우, 12개월 내내 연료비가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0%를 넘는 에너지 과부담가구였다. 특히 겨울철에는 20%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지난 2011년 이 같은 주거에너지효율개선을 통해 창호공사 6.72%, 단열공사 28.01%, 창호와 단열 복합공사 시 29.28%의 에너지절감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현재 재단은 주택진단사와 함께 저소득층 거주주택에 대한 에너지효율을 진단해 객관적인 수치를 기반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보조금 지원제도는 각 에너지원별 관련 기관에서 운영하고 왔다. 취약계층 위한 등유, LPG, 도시가스, 전기요금에 대한 전체 또는 일부 지원을 에너지재단에서 맡아왔고, 연탄은 관계기관인 광해관리공단이 연탄쿠폰 등 지원제도를 운영 중이다. 이외에도 한국전력공사가 별도 전기요금 할인제도를 갖추는 등 각 관계 기관마다 취약계층을 위한 지원정책이 따로 있었다.

이중 등유지원과 연탄쿠폰은 바우처 제도에 편입된다. LPG 지원사업도 편입될 예정이었지만 판매업자들의 대부분 민간사업자이기 때문에 정부는 내년 추이를 지켜본 후 결정을 내릴 계획이다.  정부는 등유와 연탄의 바우처 편입시 가구부담을 감안해 기존 사업에 대한 지원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원수준이 현 바우처에 비해 높기 때문에 향후에는 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 에너지바우처 지원기준(안)

바우처,  4인 기준 월154만원 소득이하 가구 적용

최근 정부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에너지복지를 위해 에너지효율개선과 요금할인 등 4개 분야에서 11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예산은 2011년 3932억 원에서 2013년 4658억 원으로 매년 큰 폭으로 늘었다.

정부는 바우처 제도 도입을 통해 각 기관마다 별도의 에너지복지 프로그램 도입으로 발생할 수 있는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는 계획이다.

바우처 제도는 연료비가 급증하는 겨울에 맞춰 12월부터 2월까지 3개월간 한시 운영된다. 한 달에 3만원 꼴로 최대 16만5000원부터 최소 5만4000원이 지원된다. 지원대상은 중위소득의 40%이하인 가구다. 4인 가구를 기준으로 월 154만원 이하, 98만 세대가 대상에 포함된다.

바우처 제도 주무기관인 에너지관리공단은 기초생활수급자 중 노인과 아동, 장애인 포함가구를 우선 대상으로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닌 경우 보건복지부와 협의를 통해 다른 복지제도의 소득과 재산기준을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지원수준은 저소득층이 동절기와 비동절기시 소비하는 비용의 차액으로 산정했다. 가구원수와 도시가스 사용여부 등 에너지원, 아파트 등 주거형태를 따져 15단계로 구분된다. 5인 이상 가구이면서 주택, 도시가스 이외 다른 에너지원을 이용하면 최대금액인 16만5000원을, 1인 가구이자 아파트 거주자로 도시가스를 이용하면 최소금액인 5만4000원이 지급된다. 지급방식은 전기와 도시가스, 지역난방, 등유, 연탄, 프로판 등을 모두 구입할 수 있는 통합형 전자바우처(카드)로 3개월치 전액을 제공한다.

바우처를 원하는 신청자가 각 주민 센터에 신청하면, 지방자치단체가 기초생활수급자 여부, 소득과 재산 수준, 노인이나 아동, 장애인 등 가구원 특성을 고려해 지원대상자를 판단한다. 이후 공단이 가구원수와 에너지원 등을 검토해 지원금을 산정한 후, 금융사나 지자체를 통해 카드를 전달한다.

정부는 바우처 제도가 타 복지사업과 마찬가지로 신청주의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충분한 홍보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사후관리 차원에서 바우처 카드의 매매 등을 부정행위로 간주해 금액환수나 벌금부과 등 관련 규제를 신설했다.

세분화된 지급기준 및 지자체담당자 업무과중 우려

정부는 바우처 수급대상을 98만 가구로 산정했으나, 이 같은 수치는 구체적인 집계가 아닌 여러 경로를 통해 모아진 추정치이다. 에너지복지 전문가들은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닌 실제로 연료비가 필요한 대상을 추가적으로 조사해 바우처 대상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현지 사정에 밝은 지역복지단체와 협력을 강화해 실제 연료비가 필요한 수급자를 물색, 바우처 가입을 권유하겠다고 밝혔다.

제도 시행에 앞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과도한 행정비용이다. 에너지복지 관계자들에 따르면 LNG 등 에너지원, 가구원수, 아파트 등 거주형태까지 고려해 15단계로 세분화된 지급기준이 오히려 대상판정 등 행정절차를 복잡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고 보고있다.

지난 해 12월 4일 국회에서 있었던 세미나에서도 대다수 참석자들이 같은 지적을 했다. 특히 복지여건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보편적 복지 실현과 동떨어져, 너무 선별적인 기준을 도입했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15단계로 구분된 지급기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바우처카드 역시 최소 15종류가 마련돼야 한다”며 “물론 시간과 비용이 투입되면 가능하지만 지급되는 금액에 비해 과중한 비용이 소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 복지 담당공무원들의 과중한 업무도 우려된다. 지난해 12월 5일 태안에서 있었던 지자체 및 지역복지단체와 간담회에서도 공단의 바우처 담당자가 최대한 일선 공무원들의 업무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제도를 운영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일부 지자체 담당자들은 의문을 제기했다.

이들은 기존 에너지원별로 3만~4만 세대에 그쳤던 대상이 거의 100만 가구까지 늘어나기 때문에 적지 않은 행정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미 지자체 복지담당 공무원들의 과중한 업무가 사회적 이슈가 됐었던 만큼 부담을 덜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지만 전체 예산 1058억원 중 행정비용이 거의 전무한 상태이기 때문에 별도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간담회에서 제기됐다. 

전자바우처(카드) 도입도 넘어야할 장애물이 많다. 대부분 영세한 연탄판매처들이 카드단말기를 보유하지 않고 있다는 점과 이미 계좌이체가 일반화된 전기요금 납부를 어떻게 카드로 전환할 것인지 실제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일단 정부는 전기·가스·연탄 등 에너지공급자가 바우처로 거래할 수 있도록 전자결제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또 시행초기 민원에 대비해 민원대응 콜센터 등 전담기관을 두기로 했다.

향후에는 저소득층 에너지효율개선사업과 국토부의 주택수리 등 주거급여 및 주택 개보수사업과 연계해 중장기적으로 재원관리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객관적인 지수 마련과 정책추진을 위해 에너지복지정책 평가관리시스템도 만들어 올해 상반기 에너지빈곤도, 에너지 접근도, 에너지 가격 등 다양한 변수를 종합적으로 반영한 에너지복지지수를 설계해 올해 하반기 지수 산정을 추진키로 했다.

최덕환 기자 hwan0324@e2news.com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