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대리점 등록요건 강화해 부실 대리점 난립 막아야

▲ 저유소의 저장시설.

 

등록요건 완화로 매년 50~100여개 신규 등록 및 폐업해 시장교란

부실·영세 대리점 대거 시장 진입, 무자료 거래 등 불법탈세 온상돼


▲ 김상환 한국석유유통협회 실장

[이투뉴스] 현재 석유대리점업계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그 원인은 무장해제에 가까운 정부의 대리점 등록요건에 대한 대폭적인 완화와 알뜰주유소 확대 및 삼성토탈의 저가공급으로 인한 도매가격 붕괴에서 찾을 수 있다. 또한 2014년에 이은 알뜰주유소와 석유현물 전자상거래 등을 통한 정부의 가격경쟁촉진 정책으로 인해 유류가격 인하경쟁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치열한 국내 석유유통시장 상황도 석유대리점에게는 부담이 돼 왔다. 여기에 배럴당 100달러에서 80달러까지 오르내리던 국제유가가 2008년 이후 가장 낮은 배럴당 50달러에서 40달러 선까지 하락하는 등 저유가 시대의 험로 역시 석유대리점을 어렵게 할 전망이다. 

다행히 최근 정부에서는 불법탈세 근절과 정상사업자의 피해를 예방하고 석유시장 정상화 차원에서 석유대리점 등록요건에 대한 개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현행 석유대리점 등록요건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에 대해 알아본다.

◆ 등록요건 대폭완화로 대리점 급증
석대법령상 석유대리점 설립요건은 1975년 이후 석유유통질서 확립 차원에서 신고제를 대폭 강화해 저장 및 수송시설의 자기소유 의무화를 골자로 한 허가제를 시행했다.

그러다가 1997년 유가자유화, 석유수출입업 개방 등 석유산업 합리화 정책에 따라 등록제를 도입하였다. 이어 1999년에는 석대법 제10조(석유판매업의 등록 등)에 의거 석유대리점의 등록요건을 대폭 완화, 기존의 자가소유만 허용했던 저장 및 수송시설 요건에 임대차도 가능하도록 규정 신설한후 현재까지 오고 있다.

이러한 등록요건 완화로 매년 50~100여개에 이르는 석유대리점이 신규 등록했다. 실제  석유대리점 수는 1998년 77개사에서 2000년 150개사, 2005년 428개사 그리고 2014년 9월 말 현재 614개사로 지속적인 증가추세에 있다.

이러한 등록요건의 완화 영향으로 대리점이 급증하면서 자본력이 약한 부실·영세 석유대리점이 대거 시장에 진입, 등록과 폐업을 반복하고 있다.  최근 6년간 석유대리점의 등록·폐업 상황을 살펴보면 매년 25%(200여개)가 1년 내에 신규 등록을 하거나 폐업하고 있을 정도로 시장의 진출입이 자유로운 상황이다.

문제는 과도하게 낮은 시장진입장벽으로 인해 부실·영세대리점들이 양산되었고 경쟁에서 밀린 일부 석유대리점이 무자료 거래 등의 불법탈세의 온상으로 변질되었다.

◆ 완화 부작용으로 영세 부실업자 대거 등장
정부의 석유대리점 등록요건 완화의 목적은 유가자유화 이후 유류공급선 다변화 차원에서 석유수입제품의 공급을 늘려 주기 위해서였다. 저장 및 수송시설의 비용부담이 줄자 석유수입사는 신규로 등록하는 대리점에게 대거 공급계약을 남발했다. 그 결과 2000년 이후 등록한 대리점의 90%이상이 수입사 계열이다. 

그러나 문제는 선입금 사고 및 경쟁력 저하 등으로 상당수 수입사들이 퇴출되었고 석유수입사와 공급계약을 통해 시장에 진입한 대리점들은 정유사와 타 대리점을 통해 유류를 공급받으면서 전화기 1대 놓고 영업하는 대리점이 나올 정도로 영세화 부실화 되었다.

실제 판매실적이 없거나 연락두절로 거래상황 보고를 하지 않는 등 부실대리점은 2006년 56곳에서 2011년 179곳, 2013년 현재 77곳에 이르는 등 제대로 관리가 되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판매량 면에서도 비교해 보면 2013년 기준 석유대리점 당 연평균 판매량은 44,546㎘(222,730드럼)이다. 그러나 전체 보고대리점 511개(판매실적이 없거나 연락두절인 업체 제외) 중 421개(약 82%) 석유대리점은 연평균 판매량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183개(약 36%) 대리점은 주유소 연평균 판매량(2,280㎘(11,400드럼), 주유소협회 자료)에도 못 미치는 영세업자다.

결국 부실화 영세화된 일부 석유대리점들은 불법석유 및 무자료 유통, 탈세의 진원지가 되었고 정상 대리점은 물론 주유소들에게 많은 피해를 주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이들 부실·영세 대리점들이 불법에 이용되고 일부에서는 불법을 목적으로 유령대리점을 등록하는 등 손쉬운 시장진입이 용인되는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 가짜석유, 무자료 거래 등 불법 탈세

이러한 부실·영세 대리점 등을 인수한 유령대리점(페이퍼컴퍼니)들은 가짜석유 유통의 뒷받침이 되는 자료상 역할을 하며, 가짜세금계산서를 발행한 후 폐업 또는 명의를 변경하는 등의 수법으로 수천억에서 수조원대에 이르는 탈세를 일삼았다.

무자료거래의 경우 범죄의 치밀함이 요구되어 여러 개의 유령대리점이 개입하는 경우가 많고 이 과정에서 부실·영세대리점들을 인수하는 등 불법에 이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유령대리점(페이퍼컴퍼니)들은 주로 세금계산서 등을 발행하지 않거나 가공의 가짜세금계산서를 발행 후 폐업 또는 명의를 변경하는 등의 수법으로 세금을 탈루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완화된 등록요건을 악용하여 다수의 저장시설을 단기로 임차해 막대한 이익을 챙긴 후 자진폐업을 하고 종적을 감추거나, 폐업 후 명의만 변경하여 재영업하는 등의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

국세청 적발사례에 따르면 불법업자들은 시장에 대거 진입한 부실·영세 대리점을 이용하여 자료상 조직을 만든 후 일부 실물거래를 하는 등 정상사업자로 위장하여 단속을 피하거나, 명의사장을 고용해 4∼5개의 자료상 행위업체를 설립하고 6개월 단위로 개업과 폐업을 반복하면서 무자료 거래와 불법가짜석유 유통을 자행해왔다.

그동안의 국세청 세무조사 결과 10여개 부실 석유대리점을 인수하여 1조원 규모의 불법석유 취급 및 무자료거래를 한 자료상 조직이 적발된 바 있으며, 이로 인해 거래주유소들도 큰 피해를 입는 등 석유시장을 혼란시키고 있다.

◆ 무자료 유통에 따라 선의의 주유소 피해 급증
석유유통과정에서 유령대리점들은 무자료 거래 후 종적을 감춤에 따라 정작 피해를 보는 곳은 이들과 거래한 주유소로 국세청 등 세무당국으로부터 수억원에서 수십억원대 세금을 추징당하는 등 주유소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현재 국세청은 불법 자료상으로 적발되었거나 무자료 유통으로 적발된 대리점과 거래한 주유소의 경우 모든 거래 내역은 불법행위로 간주, 징벌적 세금을 큰폭으로 부과 및 추징하고 있다. 최근 3년간 국세청으로부터 부가세, 소득세 등을 추징당한 주유소는 전국적으로 최소 1,000여개 업소가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부실·영세 대리점과 거래 후 세무당국으로부터 세금추징을 당한 피해 주유소들이 세무서에 이의신청을 하거나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하지만 대부분 기각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각 당한 10억대 이상의 추징금액이 큰 주유소의 경우 법적 소송을 진행중에 있으며 최근에 반환 소송에서 주유소가 승소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와 같은 피해 급증에 국세청이 자료상에 대한 조사를 계속해 왔으나 인터넷․핸드폰 등 통신수단 발달로 광역화․지능화․조직화된 자료상을 적발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이를 근절할 수 있는 대책 수립이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전국을 무대로 가명과 대포폰, 인터넷 비상연락체계까지 마련, 국세청이나 검찰, 경찰 등의 추적조사를 어렵게 하고 거래명세서, 출하전표 등 허위증빙도 정교하게 위조, 정상거래로 가장하는 등 적발시를 대비하는 치밀함을 보이는 등 그 수법이 매우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다.

◆ 실질적 대리점업 영위 가능 업체만 등록토록
따라서 석유대리점의 불법탈세를 근절하고 부실화 영세화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으로 대리점업을 영위할 수 있는 업체들만 신규진입이 가능토록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정상적으로 사업하는 업자들의 피해를 막고 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등록업체의 철저한 사후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다.

그 방안의 하나가 석유대리점의 저장 및 수송시설 등에 대한 등록요건 중 시설요건은 완화하고 자격요건은 강화토록 개선하는 것이다. 즉 현재 대리점 등록요건인 저장시설 700킬로리터를 350킬로리터로, 수송장비 50킬로리터를 25킬로리터로 완화하고 이를 반드시 자기소유를 의무화하도록 하는 규정 마련이 필요하다.

이는 빈번한 등록·폐업으로 인한 시장교란을 방지하고 대리점을 영위할 수 없는 부실·영세 사업자의 석유대리점업 진입을 막아 불법가짜석유 근절과 세금탈루 방지효과가 클 것이며 석유유통시장의 건전한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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