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발전보다 송전이 더 문제…수도권 분산전원 필수
송전망 회피 등 국가 편익 검증 후 전기요금에 반영해야

▲ 정부가 2차 에기본을 통해 2035년까지 분산형 전원 15%를 보급하겠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활성화 계획이 지연되고 있다.

  "분산전원 확산,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적극성은 결여"
 
[이투뉴스] 정부는 지난해 초 2차 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2035년까지 발전량의 15% 이상을 분산형 전원으로 공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에너지원별 믹스가 아닌 입지가 중심이 된 분산전원의 구체적인 설비목표를 세운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는 국내 전력상황이 지금까지는 ‘발전’이 상위가치였지만 갈수록 ‘송전’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밀양 송전탑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송전망 건설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또 고압송전망 건설비용도 지금까지보다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안정적인 전력공급의 필수조건인 초고압송전선로가 오히려 전력수급의 발목을 잡는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정부는 대규모 집중형 발전시설 확대방식에서 벗어나 분산형 전원을 활성화함으로써 대국민 수용성을 제고하고, 계통 안정화를 도모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또 구체적 방안은 연말까지 ‘분산형 전원 활성화 계획’을 통해 확정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정부는 2차 에기본을 확정한 지 1년이 지나 해까지 바뀌었는데도 불구, 분산전원 활성화 계획의 기본적인 윤곽도 잡지 못하고 있다. 초기 누가 이 계획을 주도해야 하는지를 놓고 산업부 내에서 의견이 갈려 시간을 허비한데다 분산전원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적극성이 결여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다행히 산업부와 전력거래소가 지난해 하반기 이후 ‘분산형 전원 활성화를 위한 정책연구’ 및 ‘분산형 에너지 잠재량 분석과 전력수급 활용 전략연구’ 등의 연구용역을 착수해 올해에는 이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분산전원에 대한 논쟁과 바람직한 정책방향에 대해 알아 본다.

◆지역별 전력생산량과 소비량 불일치
한반도 외곽(주로 해안선)에 대형 발전단지를 건설하고, 내륙에 고압송전망을 바둑판처럼 까는 형태의 우리나라의 전력공급시스템은 규모의 경제 달성으로 인한 원가절감과 높은 효율성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전력품질을 가능하게 해줬다. 하지만 갈수록 지역별 전력생산량과 소비량 차이가 커지면서 송전망 역시 점차 고압(154→345→765kV)으로, 송전거리도 장거리로 늘어났다.

지역별로는 대규모 발전단지가 밀집돼 있는 인천과 충남, 전남, 경남의 전력자급률은 200%를 넘어선 데 비해 부산을 제외한 서울, 대전, 광주 등 대도시는 3% 미만의 전력자급율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전체 전력소비량의 41%(생산량은 23% 수준)를 차지하는 서울-수도권의 전력공급 문제(북상조류)는 이미 골칫거리로 등장했다.

밀양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송전망에 대한 주민수용성이 낮아지면서 설비 확장의 어려움도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오는 2027년 이전에 영동 및 중부지역과 수도권 연계 송전망이 포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등 설비 확충 필요성이 커지는 반면 경과지 주민의 고압 송전선로 건설반대 및 민원 증가로 곳곳에서 몸살을 앓고 있다.

여기에 상당수 전문가들이 과도한 지역 간 연계수송량으로 인해 대규모정전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우려를 내놓을 정도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 수도권 융통전력의 유입지점 편중이 심화되고 있으며, 고장전류 저감 목적의 계통분리 개소 증가에 따른 신뢰도 역시 하락하고 있다는 평이다.

외국과 전력설비 밀집도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의 발전 및 송전 밀집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미국(북동부)을 1로 놨을 때 우리나라의 밀집도는 발전부문이 2.36배, 송전부문은 1.66배에 달한다. 비슷한 국토 및 전력설비 특성이 우리와 비슷한 일본보다도 훨씬 높다.

▲ 주요 국가 전력설비 밀집도 비교

송전망 뿐 아니라 대규모 전원건설을 위한 신규입지 확보도 갈수록 곤란을 겪고 있다. 삼척 주민들이 주민투표를 통해 신규 원전유치를 백지화시키는 등 원자력과 석탄발전에 대한 거부감을 피력하는 주민과 지역이 늘면서 대단위 발전단지의 입지난과 비용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결국 정부는 이같은 요인을 반영, 송전망 제약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발전설비 건설과 수요지 인근 발전원(분산전원) 확대로 정책 패러다임을 수정했다. 향후 적절하게 분산전원이 배치되지 않을 경우 계통안정을 헤쳐 전력품질 세계 최고라는 명성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즉 기존 송전선로를 최대 활용하되, 분산전원을 통해 신규 송전망 건설을 최대한 막는다는 취지다.

일부에선 우리나라의 좁은 국토와 수요밀집도 등을 고려할 때 분산전원은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수도권의 고장전류 문제 등을 감안할 때 단순하게 설비를 늘려 충분한 예비율을 확보하더라도 해결이 안된다는 분석이 훨씬 많다. 이제 분산전원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의견도 여기에 기인한다.

◆분산전원에 대한 정의와 개념 제각각
분산전원은 일반적으로 별도의 송전망 없이 수요지 인근에서 전력을 생산, 소비하는 전력공급시스템을 말한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설비용량, 위치, 배전망 접속, 수급자원, 운전패턴(중앙급전 여부 등), 활용목적 등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 및 정의된다. 실제 일부 학자는 20MW 미만의 소규모 공급설비만 분산전원으로 정의하기도 한다.

정부는 아직 분산전원에 대한 명확한 개념을 설정하지는 않았지만, 2차 에기본을 통해 기본적인 대상범위를 명시했다. 우선 열과 전기를 동시에 생산·공급하는 집단에너지(열병합발전)를 비롯해, 상시 필요전력 일부를 자체 생산·소비하는 자가용 발전기와 신재생에너지 등 3가지를 꼽았다.

이중 우선 집단에너지는 수백MW에 달하는 대규모 열병합발전소까지 과연 분산전원에 포함시켜야 할 것인지 여부가 향후 쟁점이 될 개연성이 크다. 또 산지나 해상에 설치되는 대규모 풍력발전단지, 농어촌지역의 사업용 태양광발전소처럼 수요지에서 멀리 떨어진 신재생에너지 역시 분산전원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집단에너지(CES 포함)의 경우 에너지이용효율 제고 및 송전망 건설회피 등 계통편익이 큰 만큼 당연히 분산전원 범주에 포함될 것이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적정규모에 대해선 중소형 열병합만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15%라는 정부 목표치 달성을 위해서라도 현실적으로 대형 열병합발전소도 넣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이 우세하다. 여기에 이견이 없는 소형 및 자가열병합(마이크로CHP 포함)과 함께 연료전지발전을 중심으로 한 신재생에너지, 자가발전 등도 분산전원 활성화 계획에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다양한 분산전원 정책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이창호 전기연구원 연구위원은 “학술적으로는 다양한 시각이 있을 수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국내의 특수한 환경에서 전력수급에 도움을 주고 활용할 수 있는 발전시스템을 분산전원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단 송전망과 배전망의 접점인 154kV를 상한선으로 연계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큰 것은 집단에너지(열병합), 적은 것은 디젤 및 가스엔진(소형 또는 자가열병합), 연료전지 등을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다만 “신재생에너지의 경우 태양광이 대표적인 분산전원이지만 너무 소규모라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분산전원, 대다수가 발전원가 높아
전력계통에 도움이 되고 송전망 건설회피 및 전력계통 신뢰도 향상까지 장점이 큰 분산전원이 왜 보급은 더딘 것일까. 무엇보다 대규모 집중형 발전시스템(원자력 및 석탄 등 기저부하 발전기)에 비해 높은 발전원가가 가장 큰 이유다. 도심지에 발전소를 세워야 하기 때문에 높은 땅값 등 상대적으로 건설비용이 높을뿐더러 주민수용성을 고려해 LNG 등의 값비싼 청정연료를 써야 하는 것도 약점이다.

전력당국이 송전이용요금이나 환경오염 비용 등에 대해 차등을 두지 않고 있는 것도 분산전원 활성화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송전편익을 적용할 수 있는 틀(지역별 가격계수)은 진즉부터 있었지만, 전력계통 혼잡화를 초래하는 융통전력을 전부 인정하면서 있으나 마나한 제도가 돼 버렸다. 집단에너지 및 도시가스사 등에서 송전편익을 전기요금에 내재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여기서 출발한다.

지난 연말까지 내놓기로 했던 분산전원 활성화 계획이 늦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분산전원 활성화를 위해선 낮은 경제성을 보완하기 위한 지원책을 내놔야 하는데 아직 논리적 근거를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산업부 내 전력·가스·집단에너지 부서 간에도 분산전원 활성화라는 큰 틀에는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합의점을 찾아내지 못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분산형 전원의 보급 활성화를 위해선 분산전원의 편익과 가치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함께 이를 고려한 정책적 지원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송전망 건설 회피에 따른 사회적 비용 감소, 온실가스 감축 및 전력계통 안정 효과 등 분산전원의 편익을 어떠한 형태로 얼마나 전기요금에 반영하느냐가 핵심이 될 전망이다.

▲ 송전요금 정책 해외사례

여기에 전기요금 뿐 아니라 열 및 가스요금 역시 전용요금제 도입 등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더불어 송전이용요금에 대한 가격신호 제도화, 설치민원 최소화를 위한 지원 강화, 분산형 전원 정책에 대한 정부기관의 이해관계 조정 등도 뒤따라야 원만한 제도추진이 가능하다는 진단이다.

김홍근 전력거래소 장기수급분석팀장은 “현재 분산형 자원이 모두 경제성이 안 좋다. 사회적 편익이 크니 지원해야 한다는 말은 많지만, 계량화된 수치는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관련 연구용역 진행배경을 밝혔다. 그는 “분산전원 편익이 검증된다면 보급을 늘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곧 활성화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호 전기연구원 연구위원도 비슷한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분산전원이 결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면 경제성 확보를 위한 제도개선이 뒤따라야 한다”며 “향후 용역을 통해 송전편익 등 분산전원의 가치가 전력분야에서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대안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수도권 전력수급 안정을 위해 필수적인 분산전원 활성화를 위해선 편익을 전기요금에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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