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뚜라미홈시스 대리점사업자가 불공정거래행위 신고접수
매출 강권, 무상서비스 강요…순응안하면 서비스계약 해지

[이투뉴스] 이른바 ‘갑질’은 언제쯤 없어질까. 올해 들어서도 여전히 갑질이 사회적인 이슈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차가운 시선 속에서도 갑의 횡포는 여전하다.

가스보일러 분야도 다르지 않다. 특히 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대리점에 대한 본사의 갑질은 그동안 공공연히 나돈 얘기다. 대기업인 귀뚜라미의 치졸한 갑질이 결국 수면 위로 드러났다.

귀뚜라미와 계약을 맺고 10년 가까이 대리점을 운영했던 사업자가 분노를 삼키다 못해 반기를 들었다. 온갖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에 정식으로 불공정거래행위 신고를 접수한 것이다. 귀뚜라미라는 슈퍼갑을 상대로 하소연하기조차 쉽지 않은 대리점이 직접 제소까지 나선 것에서 그동안 겪었을 아픔을 짐작케 한다.

이렇게 고통을 겪은 귀뚜라미의 대리점은 셀 수 없이 많다. 이번에 제소한 곳 외에도 귀뚜라미의 갑질을 공정위에 제소하는 것은 물론 소송 등 법정의 판단을 받기 위해 자료를 준비하는 대리점이 전국적으로 적지 않다.

이번에 공정위에 귀뚜라미를 제소한 K 사장. 종합배관자재사업을 하던 그는 2006년 경기도 권역에서 귀뚜라미홈시스 대리점 계약을 맺고 사업을 확대했다. 초기투자금 8억원이 부담됐지만 희망을 안고 출발한 K 사장은 온갖 부당한 대우를 견디다 못해 결국 최근 국민신문고 접수에 이어 공정위에 제소했다.

귀뚜라미홈시스는 귀뚜라미가 제2의 도약을 꾀하며 야심차게 발족한 주거공간 설비의 신개념 유통점으로 보일러, 에어컨, 가스오븐, 가구, 벽지 등 집수리에 관한 모든 제품을 판매하고, 설치, 관리, 보증해 주는 원스톱 토탈인테리어점의 개념이다.

귀뚜라미그룹 오너인 최진민 명예회장이 제2의 창업의 개념으로 홈시스마트를 시작한다고 강조할 정도로 그룹 차원에서 드라이브를 걸었다. 2005년 5월 1호점이 개설돼 2년 3개월 만에 100호점을 열 정도로 외형적으로 빠른 성장세를 거뒀다. 하지만 이 같은 성장 뒤에는 힘없는 수많은 ‘을’의 고충과 아픔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귀뚜라미는 본사가 요구하는 매출 수준을 대리점이 달성하지 못할 경우 여신 제한, A/S권 정지, 인근 대리점 개설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해 압박을 가하며 홈시스 간판을 내리게 했다. 어떻게든 지쳐서 그만두게 만들고, 새로운 대리점을 다시 개설하는 방식으로 초도물량을 통한 매출확대를 꾀하는 전략인 셈이다. 이는 매월 2~3곳의 홈시스대리점이 해지되고, 같은 지역에 그만큼의 대리점이 신설되는데서 잘 드러난다.

귀뚜라미는 대리점이 개업할 때부터 밀어내기 식으로 악성재고 제품 진열을 요구하고, 팔지 못할 경우 반품을 받아주겠다고 하나 이제껏 반품을 받아준 경우가 없다. A/S체계도 대리점의 고혈을 뽑아낸다. 본사에서는 순정품을 사용하라고 하면서, 본사에 무상수리한 부품을 보내면 이를 수리해서 다시 보내준다. 본사로부터 받는 서비스 비용은 없다. 결국 모든 소비자 민원은 물론 비용부담까지 대리점이 떠안는 셈이다.

귀뚜라미홈시스 대리점을 하던 K 사장은 본사에서 일방적으로 연간 가스보일러 3000대 이상을 팔 것을 강요하고, 이를 달성하지 못하자 영업지역 축소와 서비스대행 계약을 종료시키며 경영에 압박을 가했다고 밝혔다. 사설 시공업자로 인한 보일러 민원이 끊이지 않아 지원을 요청하자 돌아오는 대답은 “저희 회사를 아직도 모르십니까”였다.

귀뚜라미의 갑질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부당성을 여러 차례 항의하자 서비스에 문제가 있다며 징계와 벌금부과가 이어지더니 2012년 12월 구두로 홈시스 계약해지가 통보됐다. 귀뚜라미는 매월 대리점 서비스 기사 가운데 BEST와 WORST를 뽑는다. K 사장의 대리점은 단 한번도 WORST에 뽑힌바 없으나 징계와 벌금이 부과됐다.

알고 보니 인근에 이미 신규대리점이 준비돼 있었다는 게 K 사장의 설명이다. 대리점 계약서에는 ‘지역 내 대리점을 추가로 개설할 경우 기존 대리점과 협의한다’고 명시되어 있으나 사문화된 규정에 불과하다.

항의를 계속하자 이번에는 다른 지역으로의 대리점 이설을 제안했다. 영업 네트워크가 생명인 대리점에게는 사실상 그만두라는 얘기다. 그러면서도 본사 사장이 부친상을 당하자 지사장이 전화와 문자를 통해 “꼭 오시고, 와서는 자기를 꼭 만나고 가라”며 불이익을 암시하고 참석을 강압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본사에서 이 같은 사실을 모르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에 귀뚜라미 ERP게시판에 글을 올려 시정을 요구하자 “올린 글 빨리 삭제해요. 윗분들이 싫어합니다. 회장님이 보고 계십니다”라며 거센 압박이 이어졌다.

K 사장의 대리점은 2014년 7월자로 민원이 많다는 명분을 내세워 그나마 있던 A/S권을 해지하고, 지금은 껍데기만 대리점으로 남아 있다.

공정위에 귀뚜라미를 제소한 K 사장은 “오죽하면 을도 아닌 병이라 불리는 대리점사업자가 본사를 공정위에 제소했겠습니까. 우리는 이젠 A/S도 못하고, 판매 문의도 없는 무늬만 대리점으로 남았습니다. 십수억원을 날린 것이죠. 이렇게 대리점 계약이 해지되고 폐점되는 수가 전국적으로 엄청납니다. 귀뚜라미 공화국이라는 말이 왜 나오겠습니까”라며 한숨지었다.

◆“귀뚜라미의 사기극”…전국에서 소송 준비
이 같은 귀뚜라미의 갑질에 더 이상 견디지 못하는 대리점은 이곳만이 아니다. 경북지역에서 귀뚜라미홈시스 대리점을 하며 K 사장과 비슷한 과정을 겪은 B 사장도 공정위 제소와 함께 법에 호소하기 위해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대리점을 계약할 때 자금이 모자라 본사로부터 대여를 받았는데 계약서에는 이율을 연 3.6%로 적시해놓고 실제로는 5%의 이자를 받아갔다. 또한 수억원의 투자비가 들어가는 홈시스 개설을 주저하자 1년간 매출액의 1%를 리베이트로 주겠다며 투자를 유도하고는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

또 본사 차원의 홈시스 마케팅과 광고를 수년동안 지속적으로 시행하겠다고 해놓고는 약속과 달리 보일러 광고만 진행해 영업적으로 막대한 손해를 보았다. 이 모든 게 귀뚜라미그룹의 사기극이라는 게 B 사장의 얘기다.

서울에서 귀뚜라미홈시스점을 하며 매출 강권에 쫓기다 순응하지 않자 결국 A/S권조차 없는 보일러 판매대리점으로만 남게 된 Y 사장도 소송을 준비 중이다.

그는 본사에서 지역상황에 대한 판단 없이 일방적으로 연간 가스보일러 2000대 판매를 요구하고, 이에 맞추려고 애썼으나 이루지 못하자 매출을 독촉하더니 결국 서비스대행 계약해지를 통보해왔다고 하소연했다. 명분상으로는 A/S 민원이 많다는 지적이었으나 실제는 매출 부진과 함께 본사에 이런 저런 항의를 계속하자 눈 밖에 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Y 사장은 “본사 눈 밖에 나면 어떤 빌미라도 만들어 A/S 계약해지를 통보하고 잘라냅니다. 대리점이 A/S를 못하면 사실상 운영이 안되는 것을 악용하는거죠. 이 과정에서 이미 인근지역에 다른 신설대리점을 준비해 초도물량을 통한 매출 늘리기를 꾀하는 겁니다. 우리는 앉은 채로 그냥 몇십억원을 날리게 되는거죠. 이런 갑의 횡포를 엄하게 징계할 수는 없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해당 사안을 접수한 공정거래위원회 담당과장은 “조사관이 이제 조사과정에 들어가는 안건으로, 현재로서는 향후 일정이나 세세한 과정을 밝히기 어렵다”며 “조사가 종료되고 위법하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위원회에 상정해 심의하게 되고, 결과가 신고인과 피신고인에게 통보된다”고 말했다.

귀뚜라미그룹의 최진민 명예회장은 한국공학한림원이 주관하고 지식경제부가 후원한 ‘대한민국 100대 기술과 주역’에 선정될 정도로 한국 산업계의 선도자이다. 그만큼 글로벌 경쟁에 나서야 할 최고수준의 엔지니어이며 기업인이다. 이른바 갑질을 하면서 세계 일류기업이 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글로벌 기업들이 이미지 제고를 위해 전사적 역량을 쏟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을미년 새해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주창하는 동반성장과 상생이라는 존중과 배려가 살아 있는 ‘갑질’ 없는 사회가 되길 바라는 게 귀뚜라미에게는 무리일까.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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