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작년말 개설된 전력 수요자원시장 거래실적을 놓고 정부와 전력당국이 바짝 조바심을 내는 눈치다. 그도 그럴 것이 수요관리 시장은 현 정부가 제시한 에너지신산업 6개 모델중 하나다. ‘아낀 전기’를 사고팔면서 새 시장과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접근이 창조경제 프레임과도 잘 맞아 떨어진다. 그러니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야 어깨를 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시장은 기존 공급자원 포화와 맞물려 아직 실적이 미미하다. 지난달 19일 입찰 경매에서 40MW, 같은달 26일과 27일에 각각 10MW, 38MW의 수요자원이 1시간동안 감축에 참여한 것이 전부다. 예비력 상승으로 공급가격은 갈수록 떨어지는데, 수요자원 가격은 하한선에 맞닿아 있다. ‘소문난 잔치’에 몰려든 수요관리사업자들이 손가락을 빠는 것은 당연하다.

오죽하면 당국은 거래기준가격(NBT) 하향 조정 등 다양한 개선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뭔가 큰 기대를 갖고 시장에 뛰어들었다 낙담한 사업자들이나, 이를 지켜보며 전전긍긍하고 있는 정부나 안쓰럽기는 마찬가지다. 어차피 이런 상황은 지난해 시장개설 이전부터 예견돼 왔던 바다. “머잖아 수요관리사업자들이 정부에 구제책을 요구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왔었다.  

‘그것보라’면서 비웃으려는 게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당장의 성과를 떠나 공급위주 수급정책을 효율위주 수급정책으로 전환한 것은 의미가 크다. 우리 전력산업은 수요시장 개설로 안정적 수급을 위한 또 하나의 카드를 손에 쥐게 됐다. 지금까지는 여러 부작용을 감수하며 수요대로 공급량을 늘리는 방식이 유일했으나 앞으론 좀 더 창의적인 사업자들이 피크전력 감축에 기여하며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이제 싹을 틔우기 시작한 수요자원 시장의 의미와 잠재적 가치까지 폄훼하는 여론몰이는 곤란하다. 모름지기 건강한 생태계란 최대한 다양한 종들이 제각각의 전략으로 건전한 생존경쟁을 벌이는 환경을 말한다. 수요자원은 경직된 전력 생태계에 좀 더 유연성을 부여하는 계기도 될 것이다. 우려되는 점이 있다면, 아직 거름도 제대로 뿌리지 않은 토양에서 성급히 수확을 거두려는 정부의 조급증이다. 국가 경제·안보와 직결된 전력정책은 최소 5~10년 단위 미래를 내다보고 일관되게 추진돼야 한다. 또 그 성과가 정부 공이 아닌 국민 편익으로 되돌려질 때 값진 것이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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