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대화 기승전'자원개발'…사기저하 우려도
자원개발 생태계 파괴 아닌 재발방지책 논의 기대

▲ 오는 12일 기관조사를 앞두고 석유공사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사진은 1층에서 올려다 본 울산 석유공사 본사 모습>

[이투뉴스] 국회에서 연일 자원외교 국정조사 이슈가 쏟아지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한국석유공사(사장 서문규)와 광물자원공사(사장 고정식)가 있다. 이중 석유공사는 지난해 12월 안양시 평촌을 떠나 울산에 새둥지를 틀었다. 물리적으로 아주 멀어졌지만 매일 뉴스에 오르내리니 심리적 거리는 여전히 가깝다.

지난 3일, 울산 석유공사 본사에서 만난 공사 직원들은 대체로 차분했다. 여전히 매일 공사의 뉴스가 쏟아지지만 조용히 울산에서의 삶에 적응을 해 나가고 있었다. 한 과장은 "울산 생활 두달이 지나며 성격이 만만디(慢慢的)가 돼간다"고 말했다. 만만디는 천천히라는 뜻의 중국어로, 중국인의 느긋한 성향을 가리키는 말이다. 울산 구시가지에 위치한 공사 주변은 실제로 조용하고 한가롭다.

50대의 한 간부는 자신을 '울총(울산총각)'이라고 지칭했다. 최근 공사 내부에서는 '울총'이 유행어다. 이 말에는 '울산에서만' 총각과 '울산에 사는' 총각이라는 두가지 뜻이 담겨 있다. 가족과 함께 내려온 유부남을 빼고는 모두가 울총인 셈이다.

울총이라도 아직은 서울이 그립다. 한 팀장은 "금요일이면 직원 중 70% 가량은 서울로 올라간다"고 말했다. 공사는 유연근무제를 도입해 평일 1시간씩 일찍 출근하면 이를 적립해 금요일에 조기 퇴근할 수 있게 했다. 주말 내 서울에 있는 가족, 연인, 친구들을 만나고 나면 아직은 낯선 울산 생활이 조금은 위로가 된다. 

물론 벌써 울산에 완벽 적응한 이도 있다. 소개팅을 받아 울산아가씨와 알콩달콩한 만남을 시작한 직원도 있다. 한 대리는 "서울에서도 여자친구를 잘 사귀는 친구들은 울산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전했다. 울산에서만 총각인 유부남들도 서넛씩 짝을지어 퇴근 후 술한잔 기울이며 가족과 떨어진 외로움을 잊는다. 

그러나 울산생활에 대해 한참을 떠들던 직원들의 대화는 '국정조사'로 귀결되면서 긴장이 감돈다. 시쳇말로 기승전'자원개발'이다. 한 직원은 "이왕 국정조사가 결정됐고, 공사가 잘못한 부분은 어서 벌을 받았으면 좋겠다. 이와 함께 문제의 원인 분석을 통해 재발방지를 위한 시스템이 마련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공사를 둘러본 지 2시간도 채 안돼 연일 뭇매를 맞고 있는 공사의 사기가 많이 저하됐다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20년 넘게 공사에 몸 담고 있는 한 부장급은 "업무를 함에 있어 후배 직원들이 많이 위축됐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며 걱정했다. 특히 자원개발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와 직원은  더욱 그렇다고 하소연했다.

성공률이 낮은 해외 자원개발사업은 흔히 도박에 비유된다. 10개의 시추공을 뚫는다면 9개가 실패한다. 한개를 뚫는 데 드는 비용은 150억원 가량이다.  사업담당자들이 자원개발의 실패에 대한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 위해 최대한 안전한 길만 찾을 거라는 건 불보듯 뻔하다. 하지만 잃지 않고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잘못은 지적하되, 자원개발 생태계 자체를 무너뜨려선 안된다는 지적이다.

이라크 쿠르드 유전사업을 담당하던 실무 과장의 죽음이 다시 조명된 점도 상처를 다시 한번 후볐다. 한 직원은 "동료의 죽음은 우리에게 아픈 상처다. 장례식 내내 눈물을 흘리지 않은 직원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자녀학자금 명몫으로 직원들이 매달 돈을 모아 송금하기도 했다. 하지만 언론에는 전후과정이 사라진 채 '산재 적용 후 위로금 회수'라는 자극적인 이야기만 나오며 유가족과 직원들 사이에 벽을 만들었다.

자원개발 관련 전문가들은 국정조사 논의가 나오기 몇 해 전부터 한목소리로 말했다. 권한과 책임을 같이 해야 한다. 결정권한을 쥔 사람들이 책임을 지도록 해야 잘못이 반복되지 않는다. 이와 함께 프로젝트에 대한 철저한 이력관리를 통해 실무자의 책임도 높여, 실무자가 경제성이 없다 판단 시 누구의 지시에도 불응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정치로부터의 독립이 없으면 모두 불가능한 얘기다. 

한편 여야는 6일 오전 자원외교 국정조사 기관보고 일정을 확정, 본격적인 국정조사에 돌입했다. 12일 석유공사와 해외자원개발협회를 시작으로, 13일 광물자원공사·석탄공사, 24일 국무조정실·감사원·기획재정부·외교부를 거쳐 25일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마무리 된다. 바야흐로 청문회 시즌이 시작되고 있다.

<울산=이윤애 기자 paver@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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