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LNG발전, 시장價 단기급락에 패닉 상태
단기-누진제 완화·VC확대, 장기-소매경쟁 주문

[이투뉴스] 제주도에서 수백kW급 태양광발전소를 운영중인 A대표는 2013년보다 30% 이상 감소한 작년 매출장부를 꺼내보이며 연방 한숨을 내쉬었다. 월매출이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1년전의 절반수준으로 폭락했기 때문이다.

A 대표는 “이런 추세라면 12년 가량 한 푼도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투자비만 갚아나가야 할 판”이라며 “겉으론 신재생에너지 보급·육성을 얘기하면서 실제로는 원전 건설에만 혈안이 돼 있는 정부가 재생에너지 산업을 고사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사정은 대표적 첨두부하 발전기인 LNG복합화력도 마찬가지. 모 대기업이 2008년 6000억원을 들여 충남 당진에 건설한 G발전소는 최근 연일 급전지시를 받지 못해 개점휴업 상태다. 30년 가동을 내다보고 지은 발전소가 단 7년만에 애물단지가 된 셈이다.

LNG발전소의 경영난은 효율이 높은 새 발전소도 예외가 아니어서 최근 1~3년내 상업운전을 시작한 일부 t신규 발전소들 역시 순손실을 걱정하고 있는 처지다.

민간발전사 관계자는 “실상이 이런데 앞으로 누가 발전사업에 투자하겠나. 이러다가 문닫는 회사(발전소)가 나오고, 수급운영에 차질이 생겨서야 (정부가) 뒤늦게 대책을 만든다고 우왕좌왕 할 것”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애초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하강곡선을 그리는 전력시장가격(SMP)에 신재생·LNG복합 발전사업자들이 패닉상태에 빠졌다. 지속적인 공급설비 확충과 전력소비 증가율 둔화에 국제유가·LNG가격 하락까지 겹쳐 벌어진 현상이다.

15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연평균 kWh당 141.78원을 기록한 SMP는 지난 1월 140.76원으로 소폭 하락한데 이어 지난달 121.16원(제주제외 육지 기준)으로 미끄러졌다. 반면 지난 1월 전력예비율은 전년동월 대비 2배 이상 상승한 16.3%를 기록했다.

연간 SMP 급락세는 최근 시장가격 추이로도 어렵지 않게 감지된다. 이달 12일 기준 SMP(하루 가중평균)는 121.11원으로, 1년전 같은날(171.91원)보다 무려 50.8원 낮다.

제주도의 경우 주력 기저발전기인 유류발전의 열량단가 하락과 값싼 육지전력 HVDC(해저케이블 2회선) 송전량 증가로 육지-제주 가격역전 현상까지 나타났다. 매년 3월 12일 기준 제주 SMP는 2013년 211.01원에서 작년 202.94원, 올해 119.65원 순으로 폭락했다.

잘 알려져 있듯 이같은 도매전력 가격하락은 대규모 설비용량(공급력) 확충과 원전·석탄 등 기저발전 전력 생산량 증가에 기인한다. 작년말 기준 발전설비 용량은 9321만kW로 2013년보다 7.2%(624만kW) 늘었다.

이 과정에 원별 발전량은 원자력이 12.6%, 석탄이 1.6% 각각 증가한 반면 LNG발전은 7.9% 감소했다. 같은기간 원별 이용률도 원전이 76.6%에서 86.2%로 9.9%P 상승한 반면 LNG는 67.1%에서 53.2%로 13.9%P 하락했다.

문제는 예외적인 수요증가나 건설 예정 발전소의 대규모 운전지연 등이 빚어지지 않는 한 향후 수년간 이런 추세가 지속돼 청정발전으로 분류되는 신재생·LNG복합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질 공산이 높다는데 있다. 실제 당국은 올 연말쯤이면 SMP가 110원 안팎까지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넉넉한 예비력을 확보해 불확실한 미래수요에 대비하고 저렴한 가격에 전력을 공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대로 기저-첨두(또는 신재생)간 수익 불균형 현상을 방치하면 자칫 상호보완 기능을 하는 전원 생태계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시의적절한 장·단기 처방으로 균형 잡힌 수급운영을 도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발전자회사 한 임원은 “충분한 공급능력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과도한 가정용 누진제 완화는 국민 후생 개선과 수요진작 측면에서 꼭 필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일부 민간발전사와 한전 측은 정부가 도입중인 판매사-발전사간 장기 전력거래 계약제(VC. 정부승인차액계약제) 확대 시행을 ‘LNG복합 출구전략’의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 컨트롤이 쉽지 않은 도매시장의 리스크를 경쟁요인이 가미된 계약제로 해소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발전사 관계자는 “용량요금(CP) 현실화가 최선이나 장기 수급전망이 불확실해 정책결정이 부담스럽다면 선별적으로 일부 LNG를 VC 대상에 편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면서 “이때 사각지대에 놓이는 신재생은 별도의 청정에너지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단기적 처방보다 전원믹스 결정에 대한 소비자 선택이 전력수급계획에 반영되는 형태의 전력시장 구조개편 추진이 근본적 해결책이란 지적도 있다.

전력당국 한 관계자는 “판매사업자가 한전뿐인 구조에선 지금과 같은 정부주도 수급계획 수립과 인위적 시장개입이 불가피하다”면서 “시장에서의 가격경쟁과 전기료를 지불하는 국민의 의사가 전원믹스에 반영되려면 한전 독점 소매시장 경쟁 전환이 선결 과제”라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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