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생태학에서 종(種) 다양성은 매우 중요한 가치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가급적 다양한 종들이 조화를 이루며 나름의 균형을 유지할 때 생태계의 안정성이 보장된다고 본다.

물론 각 종의 특성과 역할, 서식지내 위상 등은 제각각이다. 가장 개체수가 많고 지배력이 높은 우점종이 있는가 하면, 종 다양성 측면에서 중요도가 높은 핵심종이 있다. 또 점유율은 낮지만 넓은 서식지를 요구하는 우산종이 있고, 겨우 최소 개체수를 유지하는 멸종위기종도 있다.

어찌됐건 이들 종은 분류와 우열을 떠나 동등하게 저마다의 가치를 인정받는다. 변화하는 미래 환경에 어떤 종이 가장 잘 적응할 지 알 수 없기에 더 그렇다. 종 다양성과 생태계 안정성을 비례관계로, 종의 급격한 감소를 생태계 위험신호로 보는 배경이다.

최근 전력시장에서 벌어지는 전원믹스간 경쟁과 최적믹스 논쟁을 지켜보노라면 이질적이긴 하지만 이런 생태학과 종 다양성 이론이 자연스레 떠올려진다. 현재 우점종인 원자력의 서식지 잠식은 핵심종인 LNG나 우산종인 신재생의 생존여건을 어렵게 하고 있다.

고민은 이런 전력 생태계에 어떻게 인위적으로 개입할 것인지, 궁극적으론 앞으로 어떤 지형의 이상적 생태계를 만드는 것인지로 귀결된다. 근래의 전력시장 개선 논의나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최적믹스 수립 논쟁을 생태계에 비유해 뭉뚱그리면 이렇다.  

각 진영이 제시하는 해법은 종 다양성만큼이나 여러 갈래로 나뉘는 듯하다. 특정 전원의 가치를 재평가해 일정 점유율을 보장해줘야 한다거나 아예 현시점에서 전원 생태계 안정성을 재규정해 새로운 경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두 그 나름의 논리와 당위성이 인정된다.

문제는 어떤 처방이든 미래 불확실성에 완벽히 대응할 수 없으며, 원간 기능과 상호작용을 면밀하게 살펴보지 않은 상태에서의 섣부른 개입은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 전력시장의 구조적 특성과 한계를 아우르면서 미래산업 육성까지 단박에 달성할 해법을 제시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얘기다. 과거 정형화 된 인식과 접근법으로 실마리를 찾기엔 따져봐야 할 변수가 많이 늘었고 외부 환경변화 속도도 빨라졌다.

다행이라면 지금은 이런 난제를 공론화해 각계의 지혜를 모으기에 적기다. 예비력이 시행착오를 커버할 만큼 넉넉해졌고, 무엇보다 전력 생태계의 가장 큰 이해당사자인 국민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중지를 모으는 과정의 대립이나 갈등이 두려워 진일보한 의견을 수렴할 기회를 놓쳐선 안된다.

더 열린 자세로 생태계 구성원들과 소통하는 정부의 변화된 모습을 기대한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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