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산업의 종전 인위적 분할과 민영화는 유효성 따져봐야
신재생에너지는 물량목표 달성 보다 산업경쟁력 배양에 비중

[이투뉴스] “올해 에너지 정책을 둘러싼 환경을 보면 우선 저유가가 지속되고 있는데 과연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 이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가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에너지 시설을 둘러싸고 정부, 공공기관, 지자체, 지역주민간 이해관계 조정이 필요한 현안들이 많은 상황에서 이제는 국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정책 추진과 사업 집행에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저유가의 기회를 활용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솔루션을 찾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고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정책을 시행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문재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25일 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에너지전문지 편집국장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통해 이 같은 앞으로의 정책방향을 밝히고, 송전망 등 에너지망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신뢰와 소통을 통한 해결에 우선순위를 두고 문제를 풀어가겠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양원창 에너지관리과장, 문신학 원전산업정책과장, 이호현 가스산업과장, 허정수 신재생에너지과 팀장도 함께 했다.

▲ 문재도 차관이 올해 에너지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양원창 에너지관리과장, 문신학 원전산업정책과장, 문재도 2차관, 이호현 가스산업과장, 허정수 신재생에너지과 팀장.

전력산업 판매경쟁 도입과 관련해서는 그동안 정부와 전력산업계가 전력산업의 경쟁촉진과 효율향상에 적합한 합리적 구조를 논의하고 제도개선을 추진해 왔다면서 현 시점에서 판매경쟁을 위해 과거와 같이 인위적인 분할과 민영화를 추진하는 방식이 여전히 유효한지는 생각해 봐야할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현재 정부는 ICT 등 타 산업과 융합된 에너지신산업 성장에 따라 다양한 시장을 개설하고 새로운 사업자의 유입을 촉진하고 있는데 시장 참여자들의 자연스러운 변화와 다양한 사업자들의 시장유입 촉진을 통해 효율성, 다양성, 안정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지역난방공사와 도시가스업계 간 갈등구조가 빚어지는 그린히트 프로젝트의 정책 의지를 묻자 양측이 대화를 통해 상생방안을 찾는 것이 우선으로 산업부가 상생을 찾는 조율에 나서겠다고 운을 뗐다. 그러나 연구용역을 통해 사업타당성, 곧 비용대비 편익비율(B/C)이 1이 넘는 것으로 나타나면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확고히 했다.

“국가 에너지이용 효율제고를 위해 수도권 외곽의 미이용 열에너지를 활용하는 그린히트 프로젝트입니다.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및 합리적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정부 및 전력, 도시가스, 전력부문에서 추천한 전문가 등 6인으로 구성된 기획단이 해당 프로젝트의 기술·경제적 검증을 위해 지난 6월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예비타당성조사를 의뢰해 4월에 결과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예비타당성조사 결과가 사업타당성이 있다고 나올 경우 집단에너지사업법에 따라 사업을 추진할 것입니다”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사업자간 이견이 있을 수 있으나 우리나라 에너지산업 전체적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해 추진할 방침이라고 설명한 그는 다만 이해관계가 첨예한 도시가스사의 소매 집단에너지사업 참여 등 상호 상생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수송용 LPG의 연료사용제한 제도에 대해서는 기획재정부 등 관련부처와의 협의 등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한 문제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표했다. 1982년부터 LPG에 낮은 세금을 부과하면서 택시 등 특정차량만 부탄을 연료로 사용토록 제한하고 있는데, 이후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복지 확대, 경차 및 친환경차 보급 등 정책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마다 사용대상을 점진적으로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수송용 연료에 대한 세금은 연료사용 제한을 감안한 사회적 합의에 따라 휘발유 100, 경유 85, LPG(부탄) 50인 유종별 상대가격에 맞추어져 ℓ당 휘발유는 746원, 경유는 529원, 부탄은 221원의 세금이 부과된다며 LPG 연료사용제한 대폭 완화나 폐지는 수송용 연료에 대한 세제개편, 장애인 등 이해관계자 지원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중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항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에너지 요금 정책에 대해서는 이미 시장이 자율화된 석유제품시장은 시장 수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될 것이고, 정부는 가격결정 과정에 개입하기 보다는 시장의 경쟁을 강화해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며 정부 규제 요금에 대해서는 원가를 면밀히 살펴 합리적으로 판단할 때 변동 요인이 있다면 충분한 검토와 검증을 거쳐 주어진 절차에 따라 조정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원개발 국정조사와 관련한 입장을 묻자 해외자원개발 정책을 비롯해 모든 정책이 의사소통도 강화해야 하고 국민의 관심에 대해 적극적인 설명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국정조사도 그러한 취지에서 보고 있다면서 제도를 개선하고 제자리를 찾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국정조사로 인해 자원개발 업계에 심리적인 위축이 염려되며, 자원개발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누구나 인식하고 있는 만큼 정부 정책도 이번 기회에 더 개선하고 업계의 투자가 위축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문재도 2차관과의 일문일답
- 전기자동차 보급에 대한 정부 지원정책은.
▶보조금을 바탕으로 전기자동차 보급을 확대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시장기반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기자동차 활용 여건이 양호한 제주지역을 중심으로, 민간 주도의 유료충전서비스 사업과 전기자동차 배터리 리스사업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제주도에 설치되어 있는 주유소 수만큼 충전소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유료충전서비스 사업에는 다수 민간기업이 참여해 합작투자법인(SPC)을 설립하고 모두 1700여기의 충전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전기버스나 택시 등 공공성이 높은 차량을 대상으로는 배터리 리스사업을 추진해 전기자동차 도입을 위한 운송사업자의 초기 투자비용 부담을 완화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지자체들이 전기자동차 보급을 포함해 자체적으로 에너지 정책을 발표하고 추진해 나가는 것을 긍정적으로 판단한다.

-저유가로 신재생에너지 보급 및 육성에 대한 정책 의지가 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데.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정부 의지는 단지 예산의 규모만이 아니라 RPS 등 제도개선 노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신재생에너지의 투자 열기가 식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확고한 입장이다. 과거와 같이 물량목표 달성 위주의 정책 보다는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는 제도적인 여건을 갖춰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서남해 풍력발전사업의 경우도 정책 의지가 문제가 아니라 관련기업들이 현장을 조사해보고 예상보다 조건이 좋지 않다거나 지역민원과 규제가 여전하다고 느끼는 게 많고, 해당지역 내 협력업체등이 대부분 조선해양플랜트 업체인데 경영난을 겪으며 신규사업에 대한 여력이 부족하는 등 여러 요인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판단한다. 따라서 멈춘 게 아니라 지연되는 것이라 해석하는 게 맞다.

- 동북아 오일허브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과거 소비지정제주의는 우리가 소비하는 만큼은 국내에서 정제하자는 취지였지만, 현재 도입한 물량의 3분의 1을 정제해 수출하고 이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상황에서 이를 발전시킬 수 있는 모델이 필요한데 이것이 바로 동북아오일허브 정책이다. 여수 지역에 건설된 820만 배럴 규모의 탱크 터미널 운영을 활성화하는 한편, 울산 석유화학단지 내에 990만 배럴 규모의 저장시설 건설을 추진하고 해당 사업에 국내외 석유기업들을 참여시킬 계획이다. 대규모 저장시설을 기반으로 석유 거래가 활발히 일어날 수 있도록 관련 제도개선 작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연내 석유및석유대체연료사업법을 개정해 트레이더에 적합한 업역인 국제석유거래업을 신설하고, 국제석유거래업 신고 시에는 보세구역 내 자유로운 혼합·제조행위를 허용해 트레이더들의 비즈니스 여건을 조성하며, 여수·울산지역의 대규모 정제시설을 보세공장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해외 트레이더들이 국내 정제시설을 활용해 위탁 정제 후 재수출하는 형태의 새로운 사업도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배출권거래제에 대한 평가와 입장은.
▶배출권거래제도가 시행된 이후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고는 있지만 이는 우리보다 먼저 제도를 시행한 EU 등도 경험했던 바다. 좀 더 지켜보면서 시장 공급은 없으면서 수요만 계속 증가하는 경우에는 가격 안정화 장치 등 보완대책을 강구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배출권거래제 시행과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 과정에서 산업계와 환경단체 등의 생각에 차이가 있다. 산업계는 노력을 했지만 준비할만한 시간이 많지 않았고 결정되는 과정에서 논의가 부족했다는 불만이 큰 반면 환경단체 등은 산업계가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충분히 달성할 수 있고 국제적으로 약속한 부분이니 지켜야 된다는 생각이다.

현재 이슈는 기존 감축목표에 대한 리뷰이다. 기업들에게 제대로 설명되지 않은 부분을 충분히 설명하고 토론과정을 거쳐 점검해서 기업들이 시작부터 부담을 지고 가는 제도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 Post-2020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관련해서는 현재 연구기관들이 용역 중으로, 어떤 지표를 사용해 목표를 어느 정도 선에서 정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감축목표 제시와 관련해 BAU 기준, 절대량 기준, 원단위를 통한 효율기준 등의 방안이 현재 제기되고 있다.

- 고리 1호기 계속운전 관련 입장과 원전 정책이 지역주민들에게 끌려 다닌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리1호기는 올해 6월까지는 한수원에서 안전성을 평가하며, 그 이후 경제성과 지역 수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계속운전 신청여부를 결정할 생각이다. 원전 건설, 운영의 핵심 기조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소통을 통해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조 하에 철저한 평가를 거쳐 순차적으로 검토해 나가겠다.

지역수용성과 관련해서는 과거에는 국책사업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 주민들이 감내했지만, 우리나라 경제규모를 감안하면 여전히 국민에게 이를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피해보는 국민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수준에서 배려가 필요하고 국민도 법이 정하는 합리적인 수준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게 해야 신뢰가 쌓일 수 있다. 그리고 정책의 예측가능성을 위해 원전입지 선정 등 국가사무는 주민투표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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