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본사 이전 갈등의 불씨가 새해 벽두부터 다시 타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연말 강경시위에 나섰던 동경주 주민들 대신 이번에는 한수원 노조가 동경주 이전발표의 전면 무효를 주장하며 파업 등 실력행사도 불사한다는 방침이어서 확정된 것처럼 보였던 한수원 본사 이전문제가 다시 수렁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한수원 노조는 3일 성명을 내어 본사 이전부지 선정 결정의 즉각 취소를 요구하며 "법적, 물리적 대응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성명서에서 "민주적 절차에 따라 합리적으로 이전 부지를 결정하겠다던 경영진이 돌연 정부의 일방적 지시에 따라 다수 의견을 무시하고 부지를 발표했다"며 "이는 일부 지역의 불법적 강경투쟁에 굴복한 것으로, 정부의 일방적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근시안적 경영행태를 묵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앞서 지난달 29일 경북 경주시 양북면 장항리로 이전 부지를 발표하려던 이중재 사장의 기자회견을 실력으로 저지, 노사갈등의 악화를 예고한 바 있다.

한영춘 한수원노조 본사지부 위원장은 "전체 직원의 55%가 맞벌이를 하는데다 자녀교육 등 생활여건을 감안할 때 회사측의 일방적 이전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회사의 움직임에 따라 파업 등으로 대응수위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회사측은 상당히 당황하고 있다. 방폐장 유치 철회는 물론, 신월성 원전 건설도 막겠다며 시위에 나선 동경주 주민들의 요구와 정부의 뜻에 밀려 본의 아니게 양북면으로 본사 이전 결정을 내렸지만 이번에는 노조의 강경한 반발에 부딪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측은 원래 본사와 관련업체, 주변시설 등을 포함해 20만평 가량의 부지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했으나 양북면쪽에서 확보할 수 있는 부지가 2만5천평 정도에 불과한 점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고 있다.

여기에 본사를 끌어들인 동경주 주민들은 한수원측이 실제 지역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직원사택 등 시설은 생활여건과 경주시내 주민들의 반발 등을 고려해 시내쪽에서 물색하기로 함에 따라 본사이전 내용이 기대에 못미친다며 불만스러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더구나 유치에 실패한 경주시내 주민들도 동경주 이전에 반대하는 입장을 접지 않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정부와 동·서경주 지역주민, 노조 간의 이해가 달라 만족점을 찾기가 정말 어려운 상황"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한수원과 노조는 오는 5일 본사이전과 관련한 노사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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