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한 자금·영업력으로 시장독식, 생존 위협” 항의

▲ 펠릿보일러 중소기업 직원들이 귀뚜라미의 시장철수를 요구하며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투뉴스] 펠릿보일러를 생산하는 중소기업들이 상생을 외면하는 귀뚜라미의 시장철수를 촉구하며 길로 나섰다. 박근혜 정부가 정책기조로 제도적 기반 위에 상생의 기업문화가 정착돼 대기업의 역량이 중소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한 것과는 어긋나는 귀뚜라미의 행보에 생존을 위협받다 결국 거리로 나선 것이다.

최진민 그룹 명예회장의 전면 무상급식 ‘거지근성’ 비하 발언과 중소기업을 상대로 한 기술유출 소송, 연구원 특허권 빼돌리기 의혹, 대리점 갑질, 뻥튀기 거짓·허위광고 등 끊임없이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아온 귀뚜라미가 이번에는 펠릿보일러 중소기업 죽이기라는 비난을 받으며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9일 동반성장위원회 사무실이 입주해 있는 구로동 키콕스벤처센터 앞에서는 펠릿보일러를 생산하는 중소기업인 넥스트에너지코리아, 일도바이오테크, 규원테크, 한국비엔텍, 터바이오, 쌍마기계, 에코프론트 직원들의 항의시위가 벌어졌다.

목재펠릿보일러는 시장규모가 연간 100억원에 불과하다. 신재생에너지 보급사업의 일환으로 2008년부터 시범사업이 펼쳐지면서 중소기업이 힘들게 산업기반을 다지고 있는 상황에서 뒤늦게 진출한 대기업 귀뚜라미가 막강한 영업력과 자금을 내세워 근간을 뒤흔들었다.

생존 자체를 힘겨워한 중소기업들이 2013년 9월 자생단체인 한국산업로공업협동조합을 통해 동반성장위원회에 중소기업 적합업종품목을 신청하기에 이르렀고, 조정 과정에서 시장에 진출해있던 대기업 중 나머지 한 곳인 경동나비엔은 중소기업 경쟁력 제고와 상생협력 취지에 공감하며 사업을 철수했다.

그러나 귀뚜라미는 요지부동이다. 그동안 동방성장위원회의 조정협의체 회의가 지난해 말까지 5차례나 열렸으나 귀뚜라미 측은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수용불가’를 강조하며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동반성장위원회도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난이 거세다. 중재안이라고 내놓은 합의안이 실효성이 전혀 없는데다, 오히려 귀뚜라미의 기존 영업을 보장한다는 판단에서다.

아이러니하게 귀뚜라미는 80년대 국내 기름보일러 시장이 팽창하던 시기에 대기업이 기름보일러 시장이 들어오면 안된다는 명분을 내세워 중소기업 고유업종으로 지정받아 지금의 거대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런 기업이 이제는 시장규모가 100억원에 불과한 펠릿보일러 분야에서 거대자본과 350개가 넘는 전국 유통점을 기반으로 덤핑에 가까운 할인을 통해 시장을 독식하며 중소기업의 설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이미 대부분 펠릿보일러 중소기업이 문을 닫은 상태이며, 이대로 간다면 2~3년 내 기술력을 가진 중소기업은 모두 문을 닫고 귀뚜라미만 남게 될 수밖에 없다.

이날 시위에 나선 중소기업들은 조정능력이 없는 동방성장위원회의 각성을 강조하고, 거대자본을 이용해 영세규모의 펠릿보일러 시장마저 독식하려는 귀뚜라미의 철수를 요구했다.

연간 시장규모가 100억원에 불과한 펠릿보일러 시장에 대기업 중 홀로 남아 중소기업의 근간을 뿌리 채 흔드는 귀뚜라미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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