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제민 에너지자원개발본부 유전개발팀 사무관

윤제민 에너지자원개발본부 유전개발팀 사무관은 산자부 복도를 지나며 마주치는 직원들의 얼굴이 아직 낯설다. 지난해 11월 첫 출근 이후 채 두 달이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행정고시 49기 출신인 그는 17명의 동기 중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축에 속하는 '막둥이' 사무관으로 생애 첫 직장생활을 산자부에서 시작했다.

 

실무수습 때 산자부의 업무소개를 받으며 에너지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그는 아직 업무파악도 끝내지 못해 조바심이 난다고 했다. '부처를 움직이는 수족'이란 사무관 직함을 달고 새해 업무에 돌입한 윤사무관의 '좌충우돌' 부처 적응기를 뒤쫓아 봤다.


#1. 오전 9시, 산자부 유전개발팀 사무실

부서 배치 이후 그는 중앙아시아에 대한 업무를 맡게 됐다. 우즈베키스탄,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과 같은 나라의 유전개발 계획을 수립하고 직접 실무까지 챙기는 일이다. 출근하자마자 그가 가장 먼저 펴든 것은 부처가 최근 발간한 '에너지2030' 책자.   

 

신입사무관은 축적된 기존 자료와 먼저 친해져야 한다는 생각에 틈나는 대로 각종 통계자료와 데이터를 닥치는 대로 소화해낸다. 처음엔 딱딱할 줄 알았는데 막상 실무에 들어가 보니 의외로 자율적이며 의견소통이 원활한 부서의 특성이 활달한 성격과 잘 맞아떨어져 그나마 위안이 된다고 했다.

 

문제는 며칠이나 질질 끌어온 보고서 작성이다. 업무파악부터 시작하려니 일이 더뎌지는 것은 당연한데 자꾸 고개를 내미는 조바심은 그도 어쩌지 못한다. 미흡한 보고서로 이승우 팀장에게 '퇴짜'를 맞기를 벌써 수차례.

 

처음 보고서를 작성했을 때 무려 10번 가까이 팀장의 수정지시를 받을 일을 그는 잊지 않고 있다. 최근 두 달 동안 수정횟수를 5~6회로 줄인 것이 성과라면 가장 큰 성과다.
 

#3. 오후 1시, 유전개발팀 사무실
과천청사 인근 식당에서 타부서 사람들과 점심식사를 끝낸 윤사무관은 자리로 돌아와 오전 내내 붙들고 있던 보고서를 다시 펴든다. 가급적 타부서 사람들과 유대관계를 맺고 정보를 교환하는 일은 신입 사무관의 주된 업무 중 하나다. 그래서 그는 업무협조가 필요할 때마다 전화나 메일을 이용하기보다 직접 자리에 찾아가 도움을 요청한다.

    
친화력이 높고 주위 환경에 적응이 빠른 윤사무관은 보고서 작성을 위해 본격적으로 선배사무관들의 자문을 얻기로 마음을 굳혔다. 혼자 끙끙대면서 진종일 자료를 수집해봐야 정통한 선배들의 한마디 조언보다 못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본인들의 업무 챙기기도 빠듯한 시간이지만 늘 상의 성실함과 애교로 무장한 후배의 질문공세를 마다할 수 있는 선배는 없어 보였다.
 

# 4. 오후 6시, 퇴근을 앞둔 유전개발팀 사무실

퇴근 시간을 조금 넘겼지만 외근업무로 자리를 비운 선배들을 빼놓고는 누구도 자리에서 일어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윤사무관은 이승우 팀장에게 '한 소리' 더 듣고 보고서를 수정하기 시작한다. "추상적인 말보다 현장감있는 실례를 들어야 한다. 이론적 보고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선배들이 하나 둘 자리를 털고 일어날 때까지 윤사무관은 꿈쩍하지 않고 보고서에 몰입했다. 업무지시에 대한 과거 보고서 샘플을 이미 확보해 뒀고 큰 틀에 대한 1차 보고도 끝낸 터라 혼자 남을 시간이 두렵지 않다.

 

에너지에 대한 포괄적 정책업무를 다뤄보고 싶은 것이 신참 윤사무관의 소박한 꿈. 그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석유, 광물자원, 신재생에너지까지 두루 경험해 보고 싶다"고 했다. '너무 무리하지 말라'는 선배들의 성화에 못 이겨 어둑해진 시간 마지못해 청사를 걸어나오면서도 마음은 이미 내일 업무계획에 닿아 있는 듯했다.

 

대낮처럼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는 과천청사를 뒤로하고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윤사무관은 이미 녹초가 다됐다. "집에 돌아가자마자 쓰러져 잠들기 바쁘다"며 너스레를 떠는 그는 "본격적으로 바빠지기 시작하는 4월 이전에 남자친구를 만들어 연애를 시작해보는 것이 새해 계획"이라고 수줍게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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