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석유시장 경쟁촉진→점유율 변동 '집중'
SK에너지 사상 처음으로 30%선 무너졌다 회복

[이투뉴스] SK에너지가 국내시장 점유율 30% 선을 회복하며 '왕의 귀환'을 알렸다. 지난 1월 SK에너지는 내수 점유율 31.2%을 기록했다. 2013년 사상 처음으로 30%대가 붕괴된지 2년 만이다.

국내시장은 SK에너지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정유4사의 과점체제가 장기간 고착화 돼 점유율 변동이 거의 없었다. 1997년 정부가 유가자유화 및 석유제품 수입자유화 정책을 도입했지만, 정유4사의 점유율 합이 98.5%(2008년 기준)인 고집중 시장이 유지됐다. 

과점체제는 소수의 시장 참여자 간 공동행위, 담합으로 귀결되기 쉬우며, 담합의 결과는 가격 왜곡을 낳기 마련이다. 수십년 간의 과점체제를 유지해온 정유4사는 가격 부분에서 석연치 않다는 지적을 자주 받아왔다. 정유4사가 국제유가 상승 때는 국내 기름값에 빠르게 반영하고, 하락했을 때는 그만큼 내리지 않는다는 비판이 많다.

정부는 국제유가 변동폭을 국내 기름값에 제대로 반영되도록 하기 위해서 경쟁촉진이 선행돼야 한다고 판단, 알뜰주유소 정책을 도입해 지금에 이르렀다. 이에 이번 기획에서는 정유사의 시장 점유율 변동을 되짚어 봤다.

◆ 유가자유화가 부른 '출혈경쟁'(1991~1999년)
과거 기름가격은 정부가 고시로 최고판매가격을 정하고, 물량까지 제한했다. 하지만 1997년 유가자유화 정책을 실시하며 정유사가 결정권한을 갖게 됐다. 이와 함께 1995년 주유소 간 거리 제한가 폐지되고, 1997년 석유판매업이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전환됐다.

자유를 얻은 정유사들은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치열한 출혈경쟁을 벌였다. 1997년에 이미 SK에너지(SK인천정유 포함)가 47.3%의 앞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보였고, 그뒤로 LG칼텍스정유(현 GS칼텍스), 현대정유(현 현대오일뱅크), 쌍용(현 에쓰오일) 순으로 지금의 구도가 완성돼 있었지만, 후발 정유사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도발과 선발 정유사의 방어전이 시작된 것. 양측 정유사들은 서로 주유소 공급 기름가격을 낮추고, 시설물 지원을 통해 자사폴 주유소 수를 늘리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1991년 전국에 3882개던 주유소 수가 불과 8년 만인 1999년 1만390개로 4배 증가했다.

◆ 수입사 점유율 7.8%로 올랐다 곤두박질(1998~2003년)
정유사 간 다툼이 한창인 가운데 조용히 세력을 확장해 가는 존재가 등장했다. 1998년 설립된 석유 수입사인 타이거 오일은 석유 완제품을 수입해 국내 정유사보다 10% 가량 저렴하게 주유소에 판매했다. 타이거 오일 외에도 페타코, 페트로코리아, 이지석유 등의 수입사들이 생겨났고 크게 성장했다. 2002년에는 수입사의 점유율이 7.8%까지 올랐으며, 타이거 오일은 전국에 40개의 직영 주유소를 만들었다.

그러나 수입사의 성장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정부가 2003년 석유 완제품의 수입 관세를 조정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원유와 석유 완제품의 관세가 5%로 동일했다. 그러나 정부가 석유 완제품의 관세를 7%로 올리고, 이후 원유 관세는 3%로 인하했다. 원유와 석유 완제품 간의 관세 차이가 4%로 벌어지며 수입사들의 가격 경쟁력은 크게 밀리게 된 것. 엎친데 덮친 격으로 2003년 말 고유가로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폭등하며 수입사는 그마저의 설자리도 잃게 됐다. 40개에 달했던 수입사는 대부분이 문을 닫았다. 페타코는 부도가 났고, 타이거 오일은 수입을 포기하고 현대오일뱅크에서 물량을 공급받기로 했다. 2004년 수입사의 점유율은 3.0%로 추락했고, 이듬해에는 1.68%로 바닥을 쳤다. 이후 2011년 정부가 알뜰주유소 정책을 도입할 때까지 수입사의 점유율은 1%대에서 머물렀다.

◆ 정유4사 점유율 고착화(2003~2011년)
수입사 부분을 해결하고 난 정유사들은 이후 자신들만의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는 데 집중했다. 밖으로 보이기에는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시장 점유율의 변동이 거의 없었다. SK에너지의 점유율은 2004년 36.03에서 2007년 36.10%, 2010년 35.87로 8년 간 1% 내외에서 움직였다. GS칼텍스, 에쓰오일도 마찬가지다. 2004년 17.07%에서 2006년 19.12%로 올랐다가 2010년 18.21%로 하락한 현대오일뱅크가 그나마 가장 변동이 컸다고 할 정도다.
 
하지만 안에서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우선 정유사와 주유소 간에 불공정거래로 의심되는 행위들이 속속 노출됐다. 시설 및 자금지원과 제휴카드 등을 빌미로 한 전량구매계약 강요행위와 주문 및 입금시점으로부터 일정 기간이 경과한 후 가격을 확정해 정산하는 '사후정산(에쓰오일은 사후 할인이라고 주장함)' 관행 등이 나타났다.

2008년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두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시정명령을 내렸다. 뿐만 아니라 2011년에는 정유사들의 주유소 나눠먹기 담합 의혹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당시 공정위는 정유사들이 시장 점유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원적관리 방식으로 주유소 확보경쟁을 제한하기로 담합했다고 지적했다. 원적관리는 정유사들이 상대 주유소 또는 상대 계열주유소 였던 무폴 주유소에 대해 서로의 기득권을 인정해 경쟁사의 동의 없이 해당 주유소를 유치하지 않기로 한 영업관행을 말한다.

당시 GS칼텍스는 자진신고로 과징금 처분을 면했다. 하지만 공정위의 두 시정명령이 각각 2013년과 올해 대법원 판결로 정유4사 모두 무혐의와 과징금 취소 처분을 받게 됐다. 

◆ 정부, 경쟁촉진 위해 칼 빼들다(2011~현재)
그 가운데 국내 기름가격에 대한 불만은 쌓여갔고, 정부는 정유4사의 과점체제를 해소하지 않고서는 다른 대안을 찾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석유제품 시장에 경쟁을 촉진하고, 유통구조를 개선할 정책을 발표했다. 해당 정책의 핵심은 알뜰주유소 도입과 주유소 혼합판매 전환, 석유제품 전자상거래 개설이다. 전자상거래를 통해 석유시장의 가격 투명성을 높이고, 전량구매계약 강요행위를 혼합판매 계약으로 해소한다는 계획이었다. 여기에 삼성토탈을 새로운 공급자로 참여시키며, 공급자 간의 경쟁을 촉진했다.

정부가 직접 팔을 걷고 나서자 시장에 변화가 일어났다. 십수년 간 변화가 없던 점유율이 움직인 것. SK에너지의 점유율이 조금씩 떨어지다 2013년 30%선까지 무너졌다. 점유율 29.80%은 사상 처음이었다. 점유율 하락에 위기의식을 느낀 SK에너지는 다음해 자신이 비판을 지속했던 알뜰주유소의 공급사 선정 입찰에 적극적으로 나서 공급계약을 따냈다. 그후 올해 1월 31.2%로 재탈환에 성공, 자존심을 회복했다.

SK에너지 외에도 주목되는 것들이 있다. 만년 3등 현대오일뱅크가 GS칼텍스의 턱밑까지 추격에 성공한 것. 지난해 월간 단위 점유율에서는 몇차례 GS칼텍스를 앞질렀다. 사실 최근까지 정유사 구도는 SK에너지와 GS칼텍스가 30%대와 20%후반 즉 상위에 머물고, 현대오일뱅크와 에쓰오일은 10%대로 한참 밑이었다. GS칼텍스가 하락하고, 현대오일뱅크가 상승한 결과다.

현재 모습으로는 정부의 경쟁촉진 정책이 십수년 간 요지부동이던 정유사의 점유율 변동에 일부 영향을 준 점은 인정된다. 하지만 현재 거론되는 알뜰주유소의 자립화 이후 정착과 석유 시장의 변화, 이번 정부의 정책사업으로 추진하는 동북아오일허브 등 커다른 변수가 많다. 향후 어떻게 흘러갈지 주목된다.

이윤애 기자 paver@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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