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기술로 대용량-고효율-친환경 '재무장'
초초임계압(USC) 주력화…한전기술 혁신 선도

▲ 1000mw급 국산 초초임계압(usc) 석탄화력발전소 단면도

[이투뉴스] 석탄화력은 원자력보다 전력생산량이 많은 국내 최대 기저전원이다. 작년말 기준 전체 연간 발전량(52만1408GWh)의 37.6%를 공급, 원자력(30.0%)을 7.6%P 앞서 있다. (LNG는 24.5%) 이용률도 전체 전원중 가장 높은 89.6%이다.(원자력 86.2%, LNG 53.2%)

원자력은 2013년 대규모 정지사태로 한차례 홍역을 치렀고 LNG는 기저발전 증가로 1년새 가동률이 13.9%나 미끄러진 반면 석탄화력은 여전히 저렴한 발전원가 경쟁력을 앞세워 최대 전원(설비량은 가스가 30.2GW로 최다)으로서의 세(勢)를 과시하고 있다.

하지만 당장 올해부터 석탄화력이 맞닥뜨리게 될 현실은 이런 분위기와는 딴판이다. 이미 현실화 된 발전용유연탄 개별소비세, 갑절로 뛴 화력발전 지역자원시설세는 물론 배출권거래제라는 거대 환경규제가 시시각각 석탄화력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각종 사회적 비용을 발전원가에 반영하는 최근 정책 추세와 전원믹스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전원들의 가격하력 등을 감안할 때 언제까지 지금의 전성기가 유지될 수 있을 지 낙관하기 어려운 상태다. 실제 셰일가스 이용이 본격화 된 미국에선 비중이 급감하고 있다.

최근 석탄화력의 기술혁신은 이런 위기감에서 출발한다. 기술혁신의 방향은 크게 대용량-고효율-친환경에 맞춰져 있다. 이전보다 더 적은량의 석탄을 사용해 보다 많은 양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면 경제성과 환경성을 동시에 제고할 수 있어서다. 

한국형 표준석탄 설계기술 개발에 참여해 단기간에 기술 자립화를 이룬 뒤 최근 차세대 1000MW 초초임계압 설계기술 상용화까지 이끌어 낸 한국전력기술의 발자취를 통해 급변하는 전력시장 환경변화 대응한 석탄화력의 기술 진화과정과 전망을 조명해 봤다.

▲ 석탄화력발전소 개념도 ⓒ한전기술

오일쇼크로 촉발된 국산 석탄화력 개발
1970년대 초중반 두 차례에 걸쳐 발생한 오일쇼크는 에너지안보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해준 사건이다. 원자력을 국내 주요 에너지원으로 육성시킨 것도 이때부터다.

당시(1975년) 원전 설계기술 자립을 목표로 설립된 한국전력기술은 동시에 석탄화력발전소 기술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1973년 1차 오일쇼크로 유류중심 전원개발계획에서 탈피해 발전연료를 다원화할 필요성이 대두되었기 때문이다.

제3차 전원개발계획 기간인 1976년 원별 발전량 구성비는 유류 92.3%, 수력·무연탄이 7.7%였다. 이때부터 기존에 소극적으로 다뤄지던 발전연료 다원화가 본격 반영되기 시작해 4차 계획 수립 시 장기대책으로 유연탄과 원전을 주전원으로 하는 방향전환이 이뤄졌다.

이후 1980년대 후반 들어 전력수요가 급증하자 대용량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이 강력히 추진된다. 정부 장기전원개발계획에 의해 500MW급 표준석탄화력 건설계획이 확정됐고, 그동안 해외기술에 의존하던 발전소 건설을 독자기술로 추진하기 위한 설계기술 개발이 추진된다.

이들 계획은 원전 기술자립과 궤를 같이하면서 보령화력 3, 4호기를 시범모델로 우리나라 고유의 초임계 관류형 표준석탄화력발전소 설계기술을 확보하는 결실을 맺게 된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환경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면서 석탄화력은 한 차례 고비를 맞게 된다. 새 발전소 부지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건설일정이 속속 차질을 빚었다. 전력당국이 부지활용 효율성 제고와 건설비 절감 등을 위해 대용량화를 꾀하게 된 배경이다.

한국전력기술은 이에 따라 기존 500MW급 석탄화력을 대체할 800MW급 격상용량 표준석탄화력발전소(KSFP) 설계기술 개발에 착수했고, 2004년 12월 영흥 1,2호기 준공을 계기로 2000년대 주력기종인 800MW급 석탄화력 상업운전 시대를  연다.  

설비용량 대형화와 함께 기술혁신도 빠르게 진행됐다. 500MW 표준석탄발전소 초임계압 기술과 함께 2000년대 들어 800MW 초임계압 석탄화력 설계기술 기반이 갖춰졌다.

이후 2002년부터 7년에 걸쳐 1000MW급 차세대 화력발전소 기술개발이 추진됐고, 고온·고압 설계기술을 이용해 기존보다 효율성과 경제성, 유해물질 배출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원전 용량규모의 1000MW급 국산 석탄화력이 탄생하게 된다.

한국전력기술 관계자는 “1000MW급 국산 석탄화력발전소 개발은 주기기 국산화에 따른 수입대체 효과는 물론 전 세계 보일러, 터빈, 발전기 시장개척의 신호탄이 됐다”고 설명했다.

▲ 한국전력기술이 설계한 동서발전 당진화력 9, 10호기 (좌측 2기)

원전 규모 1000MW 대용량 시대 열어
짧은 기간 대용량화에는 성공했으나 화석연료를 태우는 과정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각종 오염물질은 여전히 석탄화력의 아킬레스건이 됐다. 유연탄은 연소과정에 CO₂, NOx(질소산화물), SOx(황산화물), 분진 등의 오염물질을 배출하는데, 환경기준은 날로 엄격해졌다.

이같은 환경규제를 만족시키기 위한 청정석탄화력 발전기술로 등장한 것이 가압유동층 보일러(PFBC)와 석탄가스화 복합발전(IGCC), 초초임계압(USC) 발전 기술 등이다. 이중 PFBC와 IGCC는 기술 잠재력은 높지만 아직 대형화가 어렵고 높은 투자비가 걸림돌이다.

이에 비해 초초임계압(USC) 화력발전 기술은 대용량은 물론 고효율, 친환경 등을 동시에 충족하는 혁신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발전시스템의 증기온도와 압력을 획기적으로 높여 연료 사용량과 오염물질, 온실가스 배출량은 동시에 낮추는 게 이 기술의 핵심이다.

한국전력기술은 500MW 초임계와 800MW급 초초임계 석탄화력발전소 설계경험을 바탕으로 2002년부터 6년간 1000MW급 차세대 초초임계압 석탄화력 기술기반을 확보했다.

이 기술은 신규 건설 화력인 당진 9,10호기를 시작으로 삼척화력 1,2호기, 태안 9,10호기, 신보령 1,2호기, 신서천화력 등에 적용돼 우리나라 석탄화력발전소의 핵심모델로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1000MW급 초초임계압 석탄화력은 주증기 온도가 600℃ 이상, 재열증기 온도가 610℃ 이상이어서 기존 초임계압 화력 대비 효율이 2% 이상 높다. 그만큼 연료 사용량과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다.

발전업계에 따르면, 물이 증기로 변하는 임계압(㎠당 225.65kg, 374℃) 이상의 증기를 사용하는 초초임계암은 기존 초임계(SC) 대비 효율이 높아 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면서 그만큼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 1000MW 기준 CO₂감축량은 연간 32만톤에 달한다.

아울러 아역청탄을 최대 50%까지 혼소 가능한 다탄종 연소보일러를 채택해 석탄수급여건에 탄력적인 대응이 가능하고, 1000MW급 발전소로는 세계 최초로 50인치급 최종익(LSB)을 적용해 터빈 발전기의 기술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제고했다.


2020년 초초임계압 기술이 주력기종화
혁신기술 개발에 따라 화력발전소의 증기 온도와 압력은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 1960년대부터 초임계압, 1990년대부터 초초임계압이 각각 실용화에 들어갔고, 오는 2020년에는 초초임계압이 주력기종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글로벌 발전업계에 의하면, 유럽은 1990년대 후반 터빈 및 보일러 설계회사와 소재기업, 발전사, 대학 및 연구소 등이 공동참여하는 ‘COST 501' 연구 프로그램을 통해 증기압력 300bar, 주증기온도 600℃, 재열증기온도 600℃를 각각 달성했다.

이후 유럽은 1998년부터 2003년까지 300bar, 620℃, 650℃ 달성을 최종목표로 하는 후속 ‘COST 522’ 연구프로그램을 수행했고, 이와는 별도로 300bar, 700℃, 720℃, 발전소 효율 55%를 목표로 하는 'Thermie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전력기술 관계자는 “국내외 기술 개발에 힘입어 화력발전 설비용량과 증기조건은 앞으로도 지속 상승할 전망”이라며 “효율 증대에 따른 획기적 연료비 절감과 온실가스 감축이 실현되면 석탄화력이 반환경적이란 인식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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