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의무사, 직접 물량 사들이는 계약시장에서 소규모 발전사업자 외면

[이투뉴스] 전북 정읍에서 100kW 규모의 태양광설비를 가진 A씨는 한 발전공기업의 태양광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판매사업자 공고를 보고 잠시 기뻐하다 이내 실망했다. 3MW이상 설비를 우선하거나 높은 감액비율을 요구하는 평가항목 때문이었다.

태양광 REC가 적체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물량을 소화할만한 타개책은 눈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지난 17일 접수가 마감된 상반기 태양광 입찰시장에는 역대 가장 많은 판매사업자가 몰렸다. 에너지관리공단 관계자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대상을 제외해도 접수건수만 1만여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번 입찰에 공급의무사들이 제시한 REC물량은 모두 160만kW였다. 작년 상반기 입찰과 비슷한 물량이나 발전사업자의 접수건수는 작년 4530건보다 두 배 이상 많은 1만여건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률도 작년 4대1에서 지금은 10대1까지 점쳐지는 상황이다.

태양광 입찰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소규모 발전사업자들의 물량을 위주로 태양광 REC가 국내 시장에서 소화되지 않고 있다. 공급의무사인 발전사들이 물량을 사들일 수 있는 여력은 있어 보이나 직접 물량을 사들이는 계약시장에서 단일 사업자의 대규모 물량을 선호할 뿐, 소규모 물량은 기피한지 오래다.

지난 2월 동서발전이 공고한 태양광 REC판매사업자 시장도 마찬가지였다. 40MW의 적지 않은 물량이 나왔지만 소규모 사업자들은 REC를 팔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평가 시 3MW 이상 설비를 가진 사업자에게 20점을 주고 1000kw이하 물량은 그보다 낮은 15점을 주었다. 감액비율도 10% 이상의 사업자만 우대하거나 특허를 받은 신기술을 제시하는 등 등 소규모 사업자들에 불리한 방향으로 기준을 내놓았다.

이 때문에 소규모 발전사업자들을 위주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한 발전사업자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작년 4차 신재생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태양광 입찰시장을 최대 300MW까지 확대키로 했지만 공급의무사들이 자체 계약을 통해 이미 물량을 확보하고 입찰시장은 나몰라라 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치열한 경쟁으로 저가 투찰이 심화돼 다른 시장가격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아졌다. 공급과잉으로 인한 가격하락이 입찰시장을 넘어 계약시장과 현물시장까지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시공사마다 지금도 건설물량을 40~50개씩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며 “하반기 시장은 지금보다 더욱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고 말했다.

일단 산업통상자원부와 에너지관리공단은 고시 개정을 통해 태양광 판매사업자 선정시장을 확대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방안 중에는 올해 하반기에 내년 REC물량을 빌려와 입찰을 시행하고, 고시 개정으로 내년 입찰물량을 회복하는 방안이 제시됐으나 아직까지 명확한 대책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는 “공급의무사인 발전사들이 관리상의 편의를 이유로 이미 계약을 할 대상자를 염두해놓고 공고만 띄어놓는 식의 계약행태는 지양해야 한다”며 “공급과잉을 해결하려는 정부나 유관기관, 태양광 업계의 노력을 외면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최덕환 기자 hwan0324@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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