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이 많이 사라진 농촌에 가보면 냉장고에 하나 가득 약이 쌓여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빨강, 파랑 알약들이나 캡슐약, 가루약도 포장지 하나 가득 있을 뿐 아니라 비닐팩에 담긴 한약과 통에 든 비타민까지 합치면 말 그대로 약만 봐도 배부를 정도다. 약의 내용도 다양해, 당뇨병, 고혈압, 관절염, 전립선비대증과 같은 만성질환에 쓰이는 약들 말고도, 건강에 좋다는 영양제, 보약, 건강보조식품, 며느리가 보내준 수입약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약들이 어지럽게 한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에 즐거운 약 한 가지가 더 늘어 냉장고 서랍칸에 잘 모셔지는데, 바로 ‘발기치료제’다.


이제 발기부전도 약을 먹는 시대다. 엄격히 말하면 발기기능을 근본적으로 고쳐주는 발기부전의 치료제라기보다는 성관계를 가능하게 하는 ‘해결사’역할을 하는 이러한 약들이 중장년이상 남성들의 복용약 리스트에 당당히 올라가 있다. 6년여 전 심장약으로 약을 타 먹던 환자들이 심장의 효과보다 발기기능의 효과가 너무 좋아 의사에게 매달리던데서 발견되어 온 세계를 들썩이게 만들었던 약이, 이제는 어느덧 네가지로 늘어 의사와 환자의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효과도 좋아 할아버님들끼리도 서로 권하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생길 수 있는 오남용이나 부작용을 막기 위해 정확한 용법과 용량을 의사에게 배워 사용하여야 한다. 그리고 한 가지 먹는 약으로 안 되더라도 얼마든지 차선책을 소개해 주실 것이다.


두 달 전쯤 개인사업을 하는 50대 중반의 남성이 찾아와 발기부전에 관한 상담을 했다.

“다른 병원에서 검사도 해 보고 먹는 약을 계속 먹어 왔어요. 자주 오기 어려우니 50알만 처방해 주세요.”, “그 많은 양을 혼자 다 쓰시게요?”,“사업하다보니 접대할 때도 아주 좋더라구요...” 

물론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고 본인이 쓰실 만큼만 처방했다. 내가 써 보니까 좋으니 다른 사람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에 여기저기 권하고 다니신다는 얘긴데, 잘못하면 사업파트너를 영영 잃게 될 수도 있다. 가끔 남자들 술자리에서도 친구끼리 주고받거나 심지어 술집 경영전략의 도구로도 쓰인다는 소문도 들리는데, 이 역시 매우 위험한 일이다. 자신에게 잘 맞고 안전한지를 의사와 상의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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