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창간 8주년 기념사] 중동의 안정을 외교의 제일 목표로 삼았던 미국 외교의 축이 흔들리고 있다. 어쩌면 중동에 미국의 가장 큰 이익이 걸려 있다는 기본 입장이 바뀌어 벌써 동아시아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 밑바탕에는 석유가 깔려 있다. 중동의 산유국에서 많은 석유를 수입함으로써 생명선이 중동에 걸려 있었으나 셰일 혁명으로 미국이 하루 900만배럴 이상의 원유를 생산함으로써 에너지는 물론 국제 정세 까지 요동치고 있다.

미국이 사우디와 러시아 등과 함께 세계 3대 산유국으로 등장하면서 국제 유가는 이미 가장 비싸던 시절보다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국제 유가의 폭락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위상을 크게 떨어뜨렸음은 물론 시장의 바게닝 파워(협상능력)를 뚜렷하게 약화시키고 있다. 나아가서는 석유 수출로 재정을 유지하고 있는 러시아에게도 엄청난 타격을 가하고 있다. 러시아로서는 80년대말 저유가가 유지되면서 옛 소련이 몰락했던 참담한 기억을 되씹어야할 지도 모르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급속한 경제발전으로 에너지 자급률이 80%에 머무르고 있는 중국 역시 강건너 불보듯할수는 없을 것이다. 10억이 넘는 많은 인구가 경제발전으로 인해 생활수준이 향상되면 될수록 에너지 의존도는 높아지게 마련이다. 이처럼 미국발 셰일 혁명은 국제질서의 기본 축을 흔들 정도로 세계 각국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 국제유가의 하락이라는 단선적인 상황 뿐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심대한 주름살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우리가 나아갈 길이 무엇인지에 대한 심도있는 연구와 미래 방향 설정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미국발 셰일 혁명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국가 차원의 밀도있는 모색은 안타깝게도 찾아보기 어렵다.

국제 에너지 정세가 요동치는 가운데 우리의 에너지 정책은 이대로 좋은가. 석유 정세와 함께 후쿠시마 원전폭발로 원자력 발전 정책은 현행대로 유지될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쉽게 수긍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삼척과 영덕에 새로운 원전부지를 지정했지만 삼척은 주민들이 쌍수를 들어 반대하고 있고 영덕도 앞날을 예측하기가 어려운 처지. 그렇다면 원전을 29%까지 유지하기로 한 에너지 믹스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더욱이 이 정도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고리 1호기가 10년 연장에 들어갔지만 다시 또 10년을 연장해야 하는 것은 물론 설계수명이 다된 원전들이 줄지어 있다. 원전에서 쓰고 남은 사용후 핵연료 역시 원자력발전소 구내에서 쌓여지고 있으나 이 역시 2016~2024년이면 포화상태에 이른다. 적어도 10년 이내에 사용후 핵연료 처리에 관한 국가의 방침이 세워져야 하고 아울러 건설이 이루어져야 한다.

원전의 비중을 줄이는데는 전기료의 인상이 불가피하다. 원전을 반대한다면 높아지는 전기요금 부담 역시 감수해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위험도는 높으나 그 대신 발전원가가 저렴한 원전의 비중을 줄일 경우 국민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어쩔수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불합리한 에너지 가격 정책도 이대로 언제까지 방치할수는 없다. 자원배분을 왜곡하는 가장 불합리한 에너지 가격은 전기요금이다. 몇차례 인상이 있었지만 아직도 원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원가에 이르지 못하는 전기요금은 원활한 전기 공급을 위한 시설투자를 막고 낡고 오래된 송전망은 새로운 위험으로 슬금슬금 다가서고 있다. 일부에서는 앞으로 전력대란이 생긴다면 발전소에서의 전력 생산이 아니라 송전망의 고장으로 인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낡은 송전망을 정비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주로 해안가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전체의 40%를 소비하고 있는 수도권까지 끌고 오는 것 또한 난제중의 난제다. 신고리 3호기가 생산하는 전력을 육지로 수송하기 위해 건설된 밀양 송전탑 사태에서도 우리는 생생하게 경험한 바 있다. 벌써 경기도에서도 여러 지역에서 송전망 건설을 둘러싸고 집단 민원이 발생할 소지가 크다.

이같은 송전망 건설에 따른 어려움을 해소하고 신재생에너지와 분산형 전원 육성을 통해 송전망 수요을 줄이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전기요금의 차등화도 불가피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즉 발전소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지역은 그만큼 전력수송에 따른 비용이 드는 만큼 차등적으로 전기요금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끝으로 세계 각국은 온실가스 감축에 다시한번 팔을 걷어부치고 있다. 올 겨울 파리에서 열리는 기후변화당사국총회는 의미있고 효과가 있는 온실가스 감축방안을 찾아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미 세계에서 가장 많이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는 중국과 두 번째 나라인 미국이 원칙적인 면에서 합의를 이룬데다 많은 나라들이 이를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올해부터 실시하고 있는 배출권거래제를 정착시켜 책임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의무를 담당해야 한다. 아울러 이로 인한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함으로써 세계 무대에서 당당하게 경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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