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무영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이투뉴스 칼럼 / 한무영] 서울대학교에는 벚꽃이 아주 멋있게 피다가 며칠 전에 온 비로 다 떨어졌습니다. 학교 교정 전체에 벚꽃이 펴서 많은 시민들이 찾아오고, 관악산의 군데군데 하얀 꽃들이 뭉게뭉게 구름처럼 아름다웠습니다. 이제 그 아름다운 광경을 다시 보려면 일 년을 기다려야 됩니다. 개나리 진달래와 같이 벗꽃은 다른 꽃에 비해 가장 먼저 만개하여 봄이 온 것을 알려줍니다. 하지만 일주일동안 피었다가 한꺼번에 다 떨어지는 것을 촐싹거린다고 표현을 하면 좀 경망스러울까요? 아름다운 꽃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요?

그런데 의문이 생겼습니다. 왜 일본의 국화라고 하는 벚꽃이 여의도 국회의사당과 서울대학교에 만발했을까요? 반면에, 왜 우리나라의 국화인 무궁화는 잘 안보일까요? 벚꽃의 자생지가 한국이고, 일본의 벚꽃도 다 한국에서 건너간 것이라고 하기도 하고, 무궁화 꽃이 일본, 스위스, 이란에도 잘 자라는 것을 본 적이 있으면서, 왜 꽃과 애국심을 연결하느냐는 사람도 있지만 그래도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두 번째 의문은, 왜 벚꽃나무의 크기는 크고 멋있는 것이 많은데 무궁화는 왜 큰 나무가 없을까요? 문헌에는 무궁화의 크기는 3-4미터이고, 실제로 독일 친구의 집에는 5미터 이상 큰 무궁화에서 끝도 없이 꽃이 피고 지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키가 큰 무궁화 나무를 본 적이 없네요. 문헌을 보면 우리나라에는 단군시대부터 무궁화가 전국 방방곡곡에 있어서 풍채가 당당한 키 큰 무궁화가 많이 있어야 하는데, 일본 강점기때 민족 정기를 말살하는 차원에서 무궁화를 모두 다 잘라버렸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세 번째 의문은 봄에 벚꽃 피는 것은 방송에서 많이 언급을 하면서, 왜 여름에 무궁화 꽃이 피는 것을 소개하지 않는가 입니다. 무궁화 나무는 봄에는 좀 늦게 잎이 피는 대신 여름 3~4개월 동안 수많은 꽃이 매일 피고지고 합니다. 다른 꽃이 다 져서 없는 여름에 가장 많이 아름답게 피는데, 이것을 소개하거나 자랑하는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네 번째 의문은 무궁화를 키우는 방법입니다. 서울대학교 본관 앞을 비롯하여 군데군데에 무궁화 나무들이 있긴 합니다만 모두가 위를 다 잘라서 1미터 정도 크기로 짜리몽땅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궁금한 것은 왜 벚꽃은 키가 크게 키우고, 무궁화는 작게 키우는가 하는 것입니다. 아마 우리의 잠재의식 속에 우리를 비하하고 열등시하는 습관이, 무궁화의 크기를 작게 키우는 것이 당연하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요?

이렇게 무궁화를 대접하는 것을 본 외국 사람들은 우리를 국화를 사랑하지 않는 민족이라고 비웃을 것 같습니다. 사실 솔직히 저를 포함하여 무궁화가 주위에 있는 지도 모르고 몇십년을 살아온 사람도 많을 것입니다. 지금부터라도 우리가 의식적으로 더욱 더 무궁화를 귀하게 여기고, 예쁘게 키우고 많이 보급을 하여야 하겠습니다.

최근 들어 서울대학교 35동의 옥상은 꽃밭, 텃밭을 만들어 물-에너지-식량을 연계하는 시설의 모범사례로서 세계물포럼에서 최우수상을 받았습니다. 여기에 무궁화 가지를 가져다가 몇 개 꽃아 놓았더니 모든 무궁화에 이파리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을 보면 아주 생명력이 강한 것이 우리 민족의 끈질긴 생명과 얼을 상징한다고 하는 이야기가 이해가 됩니다. 여기서 착안한 것은 서울대에 있는 모든 건물의 옥상의 일부에 무궁화동산을 만들자는 생각입니다. 우리 민족의 대학, 겨레의 대학에서 이와 같은 정신을 가지고 연구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올해부터는 우리 옥상부터 무궁화를 심고, 그것을 다른 건물에 나누어 주는 일을 하고자 합니다. 많은 다른 사람들이 무궁화 심기 운동을 하고, 그 장소를 옥상녹화로부터 시작하였으면 좋겠습니다. 하늘의 선물인 햇빛과 빗물을 가장 먼저 받는 신성한 장소에서 무궁화를 키우면, 우리의 옥상녹화는 물-에너지-식량의 물질적 연계에 더하여 애국의 정신적인 면도 연계하는 신성한 장소로도 각광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많은 분들의 동참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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