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공급가에 의무구매비율 상향 추진하자 업계 반발

[이투뉴스] 기름 가격을 낮추겠다며 알뜰주유소, 석유전자상거래, 혼합판매 등 '유통구조 개선 3대 대책'까지 마련해 적극 나섰던 정부의 정책의지가 실종된 거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알뜰주유소 자립화가 수차례 거론된 데 이어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한국석유공사와 알뜰주유소 사업자들 간 마찰이 점차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8일 주유업계에 따르면 석유공사와 알뜰주유소 사업자 간의 갈등은 세단계에 걸쳐 심화됐다. 그 시작은 석유공사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휘발유, 등유 등 석유제품을 정유사 대리점보다 높은 가격에 공급하면서 였다. 이에 알뜰주유소 사업자들이 보다 저렴한 정유사 대리점, 수입사 제품으로 돌아서며 석유공사의 판매량이 크게 감소했다.

결국 석유공사는 지난달 개별 알뜰주유소에 '석유공사의 물량을 50% 이상 구매해야 한다'는 계약조건을 지키지 않을시 의무불이행으로 계약을 해지하거나 위약금 3000만원을 청구하겠다고 통보했다. 한 알뜰주유소 사업자는 "석유공사가 최근 의무구매비율을 현행 50%에서 75%로 상향하고, 석유전자상거래에서 구매한 물량은 의무구매비율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알뜰주유소 평가제도 개편안도 발표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알뜰주유소 사업자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앞서 석유공사의 상대적으로 높은 공급가격을 두고 올해초부터 산업통상자원부와 석유공사, 자영알뜰주유소협회 간에 수차례 간담회 자리가 마련됐었다. 주로 알뜰협회가 '가격이 높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석유공사가 이에 답변하는 양상으로 진행됐다. 알뜰협회는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도 주문했다.

하지만 정작 내놓은 것은 석유공사의 알뜰주유소 평가제도 개편안으로 변질됐으며, 오히려 계약조건을 강화해 개별 사업자들을 길들이려는 것 아니냐는 푸념이 나오고 있다. 기존 정유사들이 계열 주유소들에 행하는 갑질을 석유공사가 똑같이 답습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통상 정유사와 계열 주유소 간에는 전량구매계약을 맺더라도 전체 판매량 중 80% 까지 해당 정유사 제품을 구매한다면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다. 석유공사가 의무구매비율을 75% 까지 올리면 정유사의 80%와 크게 다르지 않게되는 셈이다.

한 알뜰주유소 사업자는 "의무구매비율을 지키지 않을 경우 정유사들은 위약금도 없을 뿐더러 자사의 제휴카드 혜택 중단 등이 전부인데 반해 석유공사는 위약금을 청구하겠다고 하니 정유사보다 고약한 것"이라고 성토했다.

알뜰협회 관계자는 "석유공사에 의무구매물량비율 상향 문제와 위약금, 석유전자상거래 제외 등에 대한 문제 제기 후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위규 산업부 석유산업과 서기관은 "현재 알뜰주유소 평가제도 개편안과 관련 석유공사가 의견수렴을 진행하고 있어 곧 최종안을 발표할 것"이라며 "의무구매비율은 현재와 같이 50%로 유지하고, 75% 이상 구매시 계약 상의 가점을 준다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또 정부가 석유전자상거래를 개설해 구매를 장려해 놓고, 의무구매물량에서 제한다는 것 역시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 "현재 석유공사가 알뜰주유소 물량을 정유사로부터 공동구매해 단가를 낮추겠다는 게 출발점이었다"며 "공동구매 물량을 지키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덧붙였다.

이윤애 기자 paver@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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