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초 위기 영흥 7,8호기, 지역상인·남동발전은 낙담
인프라·송전망 갖추고도 환경 반감 문턱 못 넘어

▲ 위재훈 신영흥화력건설본부 공사관리팀장이 영흥화력 7,8호기 예정부지를 가리키고 있다.

[이투뉴스] ‘온실가스 배출 주범, 주요 대기환경 오염원, 적정비중 이상 기저발전….’

국내 최대 전원(발전량의 약 38%)인 석탄화력에 각인된 주홍글씨들이다. 그래서일까, 우군(友軍)은 찾아보기 어렵고 사방이 적이다. 온실가스를 논하면 원자력이, 환경을 얘기하면 LNG발전과 신재생이 고개를 돌려 쳐다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석탄화력을 경제전원으로 앞세워 온 정부의 눈빛도 예전 같지 않다. 더 이상의 확대는 곤란하며, 가능하다면 비중을 억제해야 한다는 쪽으로 추가 기우는 모양새다. 어느 때보다 세(勢)를 키운 이때가 역설적으로 석탄화력의 가장 큰 위기인 셈이다.

이대로 석탄화력은 환경·사회적으로 배척돼 서서히 사양 전원의 길을 걷게 될까. 지난 19일 서울을 떠나 인천시 옹진군 영흥면 영흥화력발전단지까지 두 시간 가량을 내달리며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생각은 이랬다.

“영흥 7,8호기는 지역경제가 달린 중요한 문제”라는 영흥면 주민의 며칠전 이메일과 "애국하는 마음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해보겠다. 진심은 통할거라고 믿는다”는 내용의 발전사 직원 이메일이 이날 영흥행의 계기가 됐다. 

영흥도는 연륙교로 닿을 수 있는 수도권 가장 서쪽 섬이다. 시화방조제-대부도-선재도로 지나는 40여km의 도로는 남동발전 영흥화력본부 정문에서 끝났다. 89기 해상철탑을 타고 육지로 뻗어나간 총연장 38km의 영흥화력~신시흥변전소간 345kV 송전선로의 출발지도 이곳이다.

발전사 관계자들의 구전에 따르면, 현 부지는 이종훈 옛 한전 사장이 헬기를 타고 산업화 이후 폭증하는 수도권 전력수요를 충당할 대용량발전소 후보지를 물색하다가 현 영흥도와 석모도를 놓고 몇 년간 고심한 끝에 최종 낙점한 장소다.

지리적으로 북한과 가까워 처음엔 정부도 망설였지만, 수도권 수요를 안정적으로 떠받칠 기저발전소 건설을 더 이상 늦추기 어렵고 미래 통일 시 영흥도-석모도-개성으로 이어지는 송전선로를 3년 이내에 건설해 전력 북송도 가능하다는 논리로 개발을 관철시켰다고 한다.

이렇게 태동한 영흥화력은 현재 5080MW 발전설비(영흥 1~6호기)를 돌려 수도권 전력수요의 약 25%를 감당하는 전력안보의 전략적 요충지 역할을 맡고 있다. 하루 유연탄 사용량은 약 5만톤(50억원 상당, 연간 1500여만톤), 일일 전력판매 매출은 약 65억원에 달한다.

영흥도 전체 면적(750만평)의 3분의 1, 서울 여의도 면적의 3배에 달하는 250만평이 발전부지로 매입된 말 그대로 ‘발전섬(島)’이다. 협력사 인력을 포함한 발전소 상주인력은 1600여명. 최근 완공된 5,6호기 공사가 한창일 때는 외부인력만 2600여명을 헤아렸다고 한다.

실제 영흥면의 경제는 발전소 설비용량 확대와 함께 외연을 키워왔다. 1999년 착공 당시 2800여명 불과했던 인구는 발전사가 연륙교 2개(영흥대교․선재대교)를 놓은 뒤 2배(5900여명)로 불어났고 땅값(공시지가 기준)은 14배 가량 뛰었다.

▲ 영흥화력 위치도와 송전선로 및 간선도로 확충 현황

하지만 이날 목격한 지역내 체감경기는 예상외로 차가웠다. 발전소 인근도로를 따라 도열한 신축 원룸주택 밖으론 ‘임대’ 공고가 나부꼈고, 식사시간 때 ‘3회전은 돈다’던 식당가는 한산했다. 7,8호기 증설을 확신하고 미리 움직인 상권의 개점휴업 탓이다.

일부 반대가 없는 것은 아니나 지역주민 여론은 증설 추진 쪽에 우호적이다. 영흥상공인협회가 발전단지 입구에 게시한 플래카드엔 "침몰하는 영흥경제 인천시와 환경부는 각성하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현재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전력당국은 6차 계획에는 반영됐으나 아직까지 환경부로부터 석탄연료 사용승인을 얻지 못한 7,8호기 사업을 수급계획에서 제외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본지 관련기사 7차 전력수급계획, 전원믹스 재편 분수령 참조)

환경부는 석탄연료를 쓰겠다는 7,8호기 사업이 수도권 미세먼지 감축 정책에 배치되는데다 수도권 3개 지자체(인천·서울·경기)의 반발로 선뜻 승인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발전사 측은 대기환경보전법 시행령 청정연료 사용기준(제43조)을 근거로 조속한 사용승인을 요청해 왔다.

시행령은 에너지 및 전력수급상 사유로 산업부장관과 환경부장관이 협의한 화력발전소나 화력발전소 증설 시 이미 허용된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증가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같은 부지에 증설하는 경우 청정연료 외 연료사용을 허용할 수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남동발전은 일부 환경설비 개선을 통해 7,8호기 증설 이후에도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허용총량 이내로 제한할 것이라며 환경부를 지속 설득해 왔으나 당국 결정이 계속 지연되면서 결국 수급계획 반영 전제조건을 해소하지 못한 사업으로 퇴출위기에 놓여있다.

이에 대해 발전사 측은 7,8호기 허용여부를 떠나 ‘석탄화력=환경오염’이란 과거 등식으로 석탄화력이 일방적으로 매도당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청정석탄기술 발전으로 이미 LNG발전 수준의 환경성을 확보했고, 이를 과학적 수치로도 입증 할 수 있다는 것.

왕호동 남동발전 부장은 “배출되는 먼지의 99.7%는 전기집진기로, 황산화물(SOx)은 탈황설비로 환경기준치 이하로 제거된다”면서 “특히 질소산화물은(NOx)은 최근 준공된 LNG발전소보다 낮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15년 이상된 LNG보다 훨씬 낮다”고 역설했다.

석탄 하역부두와 저탄장 등을 둘러본 뒤 지난달 준공한 5,6호기 통합주제어실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제2발전처 4층 조망실(Viewing room)로 자리를 옮겨 관제상황을 엿봤다. 운전원 한 명당 초당 10만건의 실시간 운영정보가 수집된다는 대형설비치고는 관제인력이 단출했다.

영흥화력 5,6호기 통합주제어실. 사진 오른쪽엔 향후 7,8호기 증설에 대비한 예비공간이 마련돼 있다. 

반구형의 통합주제어실 좌측은 5,6호기(기당 설비용량 870MW) 제어룸으로, 나머지 우측 절반은 7,8호기 증설에 대비한 예비공간으로 비워져 있었고 5,6호기 현황모니터 사이에는 이들 발전기의 대기배출물질 농도가 실시간으로 노출됐다.

이날 오후 4시 26분 현재 5호기(괄호안 6호기)의 SOx, NOx, Dust(먼지) 배출량은 각각 6(8), 11(10), 0.5(1.7)ppm등으로 환경규제치인 25, 15, 0.5ppm을 한참 밑돌았다. 앞서 두시간전 사무동에서 확인한 1~6호기 시간당 매출액은 2억3800만원. kWh당 46원꼴이다.

손재식 영흥본부 대외홍보팀장은 “석탄화력이 환경오염 주범이란 말은 머잖아 옛말이 될 것”이라며 “영흥화력은 착공당시부터 일본 헤키난 화력수준의 첨단 환경설비를 도입해 동일 유형 비수도권 발전소보다 SOx와 NOx를 2~3배 적게 배출해 왔다”고 부연했다.

“7,8호기 부지를 보고 싶다”는 요청에 따라 위재훈 건설실 공사관리팀장은 평탄화가 완료된 제2발전처 사무동 인근 개활지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으로 기자를 안내했다. 이미 영흥화력은 최대 8개호기 가동에 대비한 하역부두와 저탄장, 회처리장 등 기반시설을 확보한 상태다.

특히 작년 3월 한전과 송전선로 이용계약을 체결, 별도 선로 신설없이 기존 영흥~신시흥변전소간 345kV 노선을 이용할 수 있는 여건을 확보했다.

위 팀장은 “이곳에 LNG를 지으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도서이고 원거리인데다 해저관로를 깔아야 하므로 경제성이 없다”면서 “국가자원인 부지와 기반시설, 송전망을 최대한 활용하고 수도권 계통의 안정화에도 기여하는 7,8호기 사업이 종합적 관점에서 합리적으로 결정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영흥=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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