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수 박사 / 동국대학교 겸임교수 / 자연환경보전연구소 소장

서정수 박사
동국대학교 겸임교수
자연환경보전연구소장
[이투뉴스 칼럼 / 서정수] 지난해 이 즈음하여 정부는 308㎢에 해당하는 그린벨트 지역을 해제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우리나라 근대의 그린벨트제도는 1971년 도시계획법에 의해 근거를 마련한 뒤 1977년까지 8차례에 걸쳐 5397.1㎢의 면적을 지정 하였으나 이런저런 사유로 해제되어 오다가 지금은 7개 도시권에 3862㎢만 남게 되었고, 당초 전 국토 면적의 5.4%에서 3.9%로 축소됐다.
여기에 더하여 지난 6일 정부는 이르면 9월부터 233㎢에 달하는 그린벨트의 해제 권한을 국토교통부 장관으로부터 시도지사에게 이양하는 규제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로서 그린벨트는 규제개혁의 단골 메뉴임이 밝혀졌고 더 이상 존치의 가치도 없는 ‘개발제한구역’이 아닌 ‘개발가능구역’으로 전락한 것 같다.

지금으로부터 576년 전 세종 21년(1439)에도 지금의 그린벨트 모양의 도성내외 삼림대 보전을 위한 제도 도입으로 수 없는 환란의 역사를 지닌 지금의 서울이 남아 있게 된 조상의 슬기를 계승하기는커녕 지켜내지도 못하는 현 정부의 연약함에 이제는 연민의 정이 들 정도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해제방안을 감행한다는 이유는 무엇 때문인지 선뜻 이해도 어렵다.

물론 개인의 사유재산권 제한에 따른 근본적 문제 해결이라면 환영할 일이지만 소수의 개발 이익자들과 행정 편의를 위한 수단이라면 단호히 반대하는 입장이다.
얼마 전 시행된 규제완화를 위한 환경영향평가제도 개선에 따라 지자체로 이관된 소규모 개발사업들로 인해 전 국토의 곳곳이 난개발 상흔으로 온전한 구석 없이 파헤쳐지고 있는데도 정부는 느끼는 감도 없이 방관에 더하여 부추기는 모양새다.
소규모 사업을 주관하는 지자체의 현실이 안타까워 이제는 규모를 확대하여 시·도지사에게 까지 선심을 베푸는 대폭 확대방안이 바로 그것으로 보인다.

지방자치시대에 중앙정부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이고 국민을 위해 무엇을 지켜야 할지도 모른다면 과감히 그 해당 부처의 존폐 여부에 대해 재고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린벨트란 어느 개인, 어느 지자체를 위한 소수의 소유물이 아닌 국민과 국가 전체를 위한 환경의 핵심지역으로 판단해야만 한다.
삼림자원 보전, 경관, 치수는 물론 생물다양성 보전 및 확대, 국민건강을 위한 휴식처 제공, 각종 위해 환경으로부터의 방제 기능 확대 등 유한한 양질의 자원이 곧 그린벨트란 인식을 새롭게 가져야만 할 것이다.
새로운 그린벨트지역 확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똑같은 자원이면서도 무한하지 않고 유한하다는 것이다.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위한 지역 삼림 문제들만 해도 개개인의 손익을 계산하여 찬반을 가름하는 시대이다. 작게는 공원을 지정하는 문제들도 개인, 지역 등 손익 계산이 우선인 시대에 그린벨트지역을 확대한다는 사실은 꿈도 꿀 수 없는 현실임을 다시 한 번 절감할 필요가 있다.

진정, 국토보전을 위한 규제완화 정책을 수립하려면 현재 개인 소유인 그린벨트 내 토지를 국가가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단계다.
연 5일이나 계속되는 초미세먼지 확산사태, 매년 불어오는 황사, 각종 유해가스 발생 등에 대한 미온적 대응에 그나마 잔존하는 그린벨트 지역의 감소는 국민건강을 무시한 재앙을 부추기는 촉매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현실이다.

우리 주변에 자연이 지켜져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주 5일제 근무 시행과 함께 전국에 산재한 자연자원은 모든 국민이 한번쯤은 가서 누리고픈 핵심적 장소로 꼽히고 있다.
보아서 좋고, 가서 좋고, 느껴서 좋고, 즐겨서 좋고….
맑은 공기와 물, 더 넓고 푸르른 삼림은 공해에 찌든 국민적 정서 갈등 해소에 즉효약으로 처방되고 있다는 기본적 현실을 계속 외면만 할 것인가.

국가 재정위기가 가속되는 가운데에도 생태하천, 생태공원, 도심공원 조성 등에 쏟아 붓는 예산은 과연 얼마인가.
교과서적인 개발과 보전의 논리를 전개하기 보다는 가장 기본적 논리에도 모순되는 정책을 시행하는 정부의 행태에 경종을 울리고 싶다.
저평가된 그린벨트는 금세기말 대한민국에 더 이상 잔존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깊다.

우리와 똑같은 분단의 비극을 안고 살았던 독일의 경우, 전 동-서독 국경을 따라 조성되었던 그뤼네스반트(Grünes Band)는 오늘날 독일의 자연유산으로 남았으며 유럽 전체가 공유하는 자연유산으로 각광받고 있다.
철의 장막, 죽음의 지대로 인식되었던 독일 국경지대는 자연과 문화, 역사가 독특하게 어우러진 현대 역사의 살아있는 생명선으로 전 세계의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40여년의 같은 역사를 지닌 그뤼네스반트와 우리의 그린벨트가 얼마나 다른가는 듣고 보는 것과 같이 하늘과 땅의 차이로 보인다.
개발의 선진국 모형만 답습할 것이 아니고 보전으로 전 세계인의 각광을 받는 사례연구를 이 정부는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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