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에너지생태계와 분산시스템 구축
[칼럼] 에너지생태계와 분산시스템 구축
  • 이창호
  • 승인 2015.06.22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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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한국전기연구원 / 경제학 박사

이창호 
한국전기연구원
( 경제학 박사)
[이투뉴스 칼럼 / 이창호] 근래 들어 에너지생태계, 선순환구조와 같은 개념이 자주 등장한다. 생태계(ecosystem)의 사전적 의미는 대체로 밀접하게 연결된 유기체들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주변의 환경이 상호작용하는 체계이다. 이러한 개념이 산업생태계, 에너지생태계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면서 산업이나 분야의 내외적 요인들이 유기적인 네트워크에 의해 보다 자연스럽고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시스템을 지칭하는 것 같다. 즉 이러한 전반적인 생태계를 통해 개별적으로 단절된 행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효율과 부작용을 줄이고 상호연계를 통한 구성요소간의 공존과 지속을 추구한다 하겠다.  

전력이나 에너지분야에도 이러한 개념이 종종 사용되고 있다. 전력의 생산, 운송, 소비과정에는 여러 에너지원과 기술이 이용되고 있다. 과거에는 전력의 생산과 운송 즉, 발전과 송전이라는 단순한 구도에 맞추어 의사결정이 이뤄졌다. 이러한 바탕에는 값싸고 질 좋은 전력공급을 통해 산업체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력이나 에너지문제가 단순히 동력을 제공하는 생산요소의 하나에서 벗어나 환경, 산업, 기술, 생활방식 등과 연계성이 커지면서 큰 변화를 겪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전력수급, 신 재생에너지, 원전, 에너지절약, 수요관리, 스마트 그리드 등이 사회적 이슈로 거론되고 있다. 생활과 직결된 전기요금이나 수급문제에서부터 크게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에 이르기까지 이제 전력문제는 정부나 공급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성원 모두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새로운 관점에서 에너지와 환경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으며, 특히 에너지문제에 있어 주민참여와 공동체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이는 결국 국가나 지역이 보유하고 있는 자원의 활용도와 구성원의 참여확대를 통해 에너지의 공급과 수요 간에 선순환구조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생태계의 조성으로 귀결된다 하겠다.

우리처럼 에너지나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산업구조에서는 현실적으로 부존자원만으로는 에너지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석유 한 방울 나오지 않는 여건에서 대규모 원전이나 화력발전이 에너지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방법인지도 모른다. 국토는 협소하고 인구는 많으니 신재생에너지 입지를 찾기도 쉽지 않다. 일사량이나 바람도 그리 좋은 편이 아니라 설치 효율 또한 낮을 것이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몇몇 나라를 제외하고는 많은 국가들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자원이 많다는 나라도 엄청난 인구나 개발단계로 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유럽은 위도가 높아 일사량 조건이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규모의 태양광시스템을 설치했다. 뿐만 아니라 풍력은 물론 산림자원을 체계적으로 활용하는 바이오에너지 등을 통해 에너지자립도를 높이고 수요지 중심의 분산시스템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앞으로 분산에너지의 보급과 산업육성은 부존자원의 개발, 에너지 효율성 제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주민참여와 공동체에 의한 에너지생태계의 구축이라는 측면에서 나가야 한다.

우리가 보유한 부존자원을 최대한 개발해 에너지를 스스로 충당하고자 하는 노력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에너지절약과 에너지자립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전력산업은 이미 프로슈머의 시대에 들어서 있다. 전력회사가 대규모 발전소와 송전망을 통해 공급하던 ‘공급자 중심’의 방식에서 ‘소비자 중심’의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환경문제, 기술진보 등 새로운 에너지생태계에서는 더 이상 경제성과 같은 과거의 기준에만 의존하기 어렵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에너지를 자급할 수 있는 기술적·경제적 토대가 빠르게 개선됨에 따라 분산형 시스템과 네트워크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유럽,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의욕적인 친환경 분산자원의 청사진이 마련되고 있다. 2050년에는 이러한 자원만으로도 에너지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전망들이 구체적인 목표와 함께 제시되고 있다.

며칠 전 발표된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에 따르면 2029년까지 분산전원을 12.5%로 확대한다고 한다. 여기에는 신재생에너지와 집단에너지·자가발전 등이 포함된다. 특히 이번 계획에서는 분산전원을 전력수급의 관점에서 정의하고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2029년에는 분산전원이 전체 발전량의 12.5%를 차지하며 신재생이 5.3%, 집단에너지가 4%, 자가발전이 3.2%를 구성하는 것으로 돼있다. 신재생에너지는 이번 수급계획에서도 발전량 기준으로 2029년 11.7%를 차지하나, 여기서는 소규모 분산형만을 반영했다. 열병합발전에 의한 집단에너지의 비중은 현재 약 3.5%에서 2018년에는 약 5%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추가계획이 마련된다면 이후로도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자가발전은 상대적으로 증가폭이 미미하지만 보급 확대를 위한 정책과 제도가 마련된다면 계획보다도 늘어날 수 있다. 계획이 갖는 의미는 형식적인 수치제시 보다도 이에 도달하고자 하는 의지에 있을 것이다. 지금 제시된 목표는 15년 후의 먼 얘기처럼 보이지만 접근방식이나 발상의 전환 없이는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태양광·풍력·바이오·연료전지·ESS·전기자동차·효율발전시스템 및 마이크로그리드와 같은 기술의 등장으로 프로슈머로 가는 장애물들이 점차 극복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스마트 그리드, 분산자원의 보급 확산을 위한 정책과 지원제도 또한 마련되고 있다. 이제 긴 안목에서 국가 미래에너지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할 때다. 공급에만 의존하는 성장과 개발의 패러다임만으로는 기후변화, 환경문제, 입지문제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기 어려운 한계상황에 이르렀다. 친환경 고효율 분산자원이 뒷받침된 새로운 에너지생태계 조성을 통해 전력수급을 바라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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