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사고 줄이는데 기여한 자체가 영광


“가스안전은 행복”…인명피해율 세계 최저가 목표

“1983년 12월에 한국가스안전공사에 입사했으니 벌써 32년이 넘었네요. 긴 시간 가스사고 예방을 위해 현장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제도를 개선하는 등 현재의 발전된 가스안전관리 선진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는 게 뿌듯합니다”

제22회 가스안전대상 행사에서 산업포장을 수상한 양해명 한국가스안전공사 기획조정실장은 우리나라 가스사고가 1995년 577건에서 2014년 120건으로 크게 줄었는데, 이 과정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었다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다소 겸연쩍어했다. 그러나 자랑스럽다는 말도 아끼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가스안전대상을 직접 기획해 1994년 제1회 대회를 치른 게 그였기 때문이다.

32년 간 가스안전공사에서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며 나름대로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가할 게 있을 것 같았다.
“지난해 국내 최초로 도입된 도심 노후 중압배관 정밀안전진단제도를 총괄하기 위해 설립된 배관진단처의 책임 부서장으로써 약 1000㎞ 상당의 배관에 대해 정밀안전진단을 벌였고, 이 중 배관피복손상이 심각한 47개소에 대한 굴착조사 후 즉시 보수완료하는 등 결함이 있는 1708개소를 찾아내 조치했습니다. 지난해 8월 1일 대만 가오슝 첸전구에서 노후 가스배관이 폭발하는 사고가 나서 20명이 죽고 290명이 다쳤으며 주변 2㎞가 피해를 입는 대형사고가 발생한 사례를 든 그는 도심지 중압가스배관 정밀안전진단제도를 도입해 사고를 근원적으로 예방하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했다고 생각하니 자긍심을 갖게 된다며 미소지었다.

그동안 가스안전관리 수준의 발전상을 묻자 사후대책을 중심으로 한 규제 강화 등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급변하는 산업 환경을 고려해 사전에 가스사고 관련 위험을 예측하고 이를 예방하는 방식으로 가스안전관리가 바뀌고 있다고 설명한다. 도심 노후 중압배관 정밀안전진단제도, 굴착정보지원센터 운영, 세계 3번째의 독성가스 중화처리센터 건립 등을 예로 든 그는 정부에서도 5년마다 가스안전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관련 법령이 개정됨에 따라 앞으로 가스안전관리 수준은 획기적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스안전관리 수준이 향상됐다고는 하지만 실무입장에선 아직도 아쉬운 점이 있을 것 같다고 하자 LPG는 농어촌, 도심외곽지역 등에서 서민들이 주로 사용하는 연료라는 점에서 퓨즈콕 무료보급 사업, 서민층 LPG시설 무료개선 등 다양한 정책을 통해 사고 감축에 나서고 있으나, 여전히 전체 가스 사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다행히 올해 종료 예정이었던 서민층 LPG시설 무료개선 사업이 앞으로 5년 정도 연장되는 방향으로 정책 검토가 이뤄지고 있어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가스안전공사가 글로벌 톱을 지향하면서 가스안전 선진화를 달성하기 위한 과제가 뭐라고 생각하는지를 묻자 “가스안전기술의 선진화 및 기술 확산을 이루기 위해 공사는 초고압 제품 종합시험 및 화재폭발 성능평가 기술, 독성가스 전 주기 복합 안전관리 기술, 수소 사용제품 및 이용시설의 안전성능 평가기술 등 글로벌 톱 10 기술을 최종 선정하고 세부실행계획을 수립해 추진 중”이라며 “세계 4번째이자 아시아 2번째인 가스화재폭발 성능평가센터를 내년까지 구축하는 등 글로벌 톱 수준의 가스안전 R&D 기반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선에서 가스안전관리를 맡은 많은 인력들의 여건이 여전히 힘들다고 안타까워하는 그는 통계를 살펴보니 지금부터 20년 전인 1995년부터 1999년까지 5년 동안 매년 가스사고로 517명이 죽거나 부상을 당했지만 최근 5년 간은 가스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는 186명으로 64%가 줄었는데, 이는 일선 산업현장에서 많은 안전관리 인력들이 힘든 여건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제 몫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즉 일선의 가스안전관리자들이 매년 대구지하철 가스사고의 인명피해 규모 정도를 막고 있는 셈이라는 설명이다.

“매년 330여명이 죽거나 다친다면 얼마나 많은 가족이 불행하겠습니까. 여러분의 노력으로 많은 가족이 행복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정말로 가스안전은 행복이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최근의 매르스 사태처럼 안전도 조금만 소홀해지면 이는 가스사고 증가로 이어지고, 소비자는 불안감을 느끼는 가스에 등을 돌리게 돼 결국 기업도 경영에 악영향을 받게 됩니다. 1906년경 미국의 철강업이 불황의 늪에 처해 있을 때 미국 철강회사인 U.S 스틸의 E.H. 게리 회장은 경영의 기본방침 순서를 첫 번째는 ‘안전’, 두 번째는 ‘품질’, 세 번째는 ‘생산’ 으로 정하고 안전작업을 강화했습니다. 그 결과 안전뿐만이 아니라 제품의 품질도 생산량도 크게 향상된 실제 사례가 있습니다. 안전하지 않은 제품 또는 서비스는 소비자가 외면할 게 당연하다는 점에서 안전에 비중을 두고 기업을 경영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꼭 이뤄보고 싶은 것을 물었다.
“가스사고 건수가 1995년 577건에서 2014년에는 120건으로 크게 줄었다고 얘기했는데, 가스사고로 인한 인명피해의 경우 지난해 100만 가구당 6.8명 내외입니다. 일본이 5.0명 내외를 기록하고 있는 것과는 비교되죠. 우리나라가 놀라운 경제성장을 보여주면서,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이제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경쟁하는 시대가 됐지만 아직 안전 분야에서는 일본보다 뒤처지는 게 사실입니다”
더없이 안타까울 뿐이라는 그는 지금까지는 가스사고 건수, 즉 양적인 측면에서 발전을 이뤘다면 앞으로는 가스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를 대폭 줄이는 등 질적인 면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둬 100만 가구당 가스사고 인명피해율을 세계 최저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목표이며 바람이라고 밝혔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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