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기능가스안전계량기로 국민안전 기여 자부심


‘안전의 가치’ 인정하는 정책과 시장 이뤄지길

[이투뉴스] “가스계량기라는 분야에서 25년 동안 나름대로 국민의 안전을 위해 애썼다는 노력을 인정해 상을 주시는 것 같습니다. 기업을 운영하는 대표로서 당연히 경영적인 측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나름대로 국민안전에 기여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부족한 게 많아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표창을 수상한 황호진 극동기전 사장은 수상소감을 묻는 기자에게 가스누출 시 자동차단기술이 국내에 아직 개발되지 않았던 시절부터 지속적인 기술개발 투자와 부품 국산화에 앞장서 2001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다기능가스안전계량기를 개발·보급한 공로를 높이 평가해준 것 같다며 겸손해 했다. 마이콤미터라고 불리는 다기능가스안전계량기는 유량의 흐름에 대해 내장된 마이크로컴퓨터가 논리적 판단을 하고, 위험 판단 시 자동으로 가스를 차단한 후 원인을 LCD창에 표시해주는 디지털화된 첨단안전기기이다.

“금오공고를 나와 국방과학연구소, 삼성전자, 경조공업, 현대정밀을 거쳐 1990년 극동기전을 설립했습니다. 삼성전자의 1차 밴드로 10년 간 소형모터 등을 공급하면서 가스계량기 시장에도 뛰어들었죠. 당시 1700여개사의 삼성전자 협력업체 가운데 최연소 사장으로, 그 기록은 지금도 깨지지 않은 것으로 압니다. 그만큼 품질관리를 인정해준거죠. 지금도 마찬가지로 품질관리만큼은 자신합니다”

황호진 사장은 1998년쯤 다기능가스안전계량기에 대한 얘기를 듣게 됐다며, 앞으로 다기능가스안전계량기 시대가 올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한다. 국민소득이 올라가면 그만큼 안전에 대한 소비자 니즈도 높아질 게 분명하고, 그에 따라 정부도 정책적인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일본이 이미 정책 지원을 통해 다기능가스안전계량기 보급에 나서 가스사고를 줄이는 혁혁한 성과를 거둔 실증사례도 이 같은 판단에 힘을 더했다.

구체적인 목표가 정해지자 과감한 개발 투자에 나섰다. 제조사업에서 지속적인 개발과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것이 황호진 사장의 지론이다. 당시로서는 큰 금액인 연봉 1억원을 들여 일본인 전문가를 고문으로 영입해 컨설팅을 받기까지 했다.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처음 개발된 극동기전의 다기능가스안전계량기는 성능과 기능에서 호평을 받았으나, 경영적인 성과는 기대를 저버렸다. 당시 보급에 나서면서 큰 벽을 느꼈다는 게 그의 솔직한 마음이다. 제품 특성 상 시장에서의 구매자가 일반소비자 개개인이 아닌 건설사나 시공회사이다 보니 대외적으로는 안전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가격이 낮은 제품을 우선적으로 찾는데다 예상과 달리 정부도 정책 지원에 드라이브를 걸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다기능가스안전계량기의 필요성을 확신한 그는 부품개발과 제품 성능향상에 지속적인 투자를 꾀했다. 마이콤미터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해 시공회사를 설득, 2006년부터 2011년까지 5년 동안 대구지역에서 건설되는 400여세대에 다기능가스안전계량기를 자비로 설치하고 대외적으로 성능을 검증받기도 했다. 이 같은 검증자료는 한국가스안전공사에 기술자료로 제공돼 관련분야가 입법화되는데 바탕이 됐다

정책과 시장에 대한 아쉬움도 숨기지 않았다. 최근 가스기술위원회가 은폐배관 점검구 대신 가스누출확인배관용 밸브의 사용을 승인하면서 다기능가스안전계량기 보급에 치명타를 준 게 아니냐고 묻자 목소리가 높아졌다. 가스안전 선진화를 위해 가스누출과 자동차단 기능을 갖춘 첨단제품을 사용토록 법규화 해놓고는 또 다른 한편으론 사람이 일일이 육안으로 가스누출을 확인해야 하는 제품도 대체가능토록 하는 정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황호진 사장은 이에 대응해 가스누설을 LED등으로 표시하고, 알람기능을 갖춘 점검용 디지털 가스계량기를 개발해 출시를 앞두고 있다.

다기능가스안전계량기의 우수성과 안전성을 확신하고 있는 황호진 사장은 보급 확대를 위해 지자체와 협력체제를 다져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며, 다른 곳에서도 이를 벤치마킹해볼 것을 권했다. 수요가에 다기능가스안전계량기를 설치하고, 비용은 매월 부과되는 도시가스요금에 5년 동안 분할납부토록 하는 방안이다. 매월 2000원 정도의 추가부담으로 안전을 완벽하게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 소비자단체도 이를 반겼다.

황호진 사장은 과당경쟁이 도를 넘는 가스계량기 시장에 대해 우려의 쓴 소리도 아끼지 않는다. 안전부문의 경우 시장경제적인 접근이 아니라 가치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나친 단가경쟁은 결국 품질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고, 이는 결과적으로 소비자 안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가스안전기기는 제조사의 품질 마인드가 바탕이 돼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구매자도 단가만 따질 게 아니라 ‘안전의 가치’를 평가해야 합니다. 안전 측면의 문제가 터지면 모두들 시스템이 문제라고 하는데, 정작 이를 위한 ‘안전비용’은 쓰지 않으려 합니다”

산업분야에 따라 어떤 분야는 시장경제에 맡기는 것이 타당하고, 또 어떤 분야는 정부가 주도권을 쥐고 앞장서야한다고 말한 그는 가스안전의 경우 시장경제가 아니라 최고 가치를 평가해 정부가 확고한 신념으로 이끌어가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앞으로도 제품성능 향상과 소비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개발 투자를 끊임없이 이어나갈 것입니다. 모든 수요가에 다기능가스안전계량기가 설치돼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가스를 쓸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지난해 다기능가스안전계량기를 설치한 한 수요가에서 수차례 자동차단기능이 작동하자 이상을 느낀 소비자가 도시가스사에 이를 알리고, 도시가스사가 점검에 들어가 미세한 누출을 찾아낸 사례를 들며, 하는 일에 자긍심을 갖게 됐다는 황호진 사장은 규모는 작지만 ‘극동기전’ 만의 가치로 안전관리의 첨병이 되겠다며 힘차게 각오를 다졌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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