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2번째案 유력했으나 최근 3∼4안으로 무게중심 이동
오바마 美 대통령 전화, 교황 회칙 등 국제사회 압박 감안

[이투뉴스]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국제사회의 강한 압박에 못 이겨 상향 조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시나리오 중 당초에는 2안을 택하는 방안이 유력했으나, 최근 3안 내지 4안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INDC(온실가스 감축 자발적 기여방안)를 제출해야 할 6월말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부의 ‘포스트 2020 감축목표’가 변화되고 있다는 조짐이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203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 규모를 놓고 4가지 안을 검토해온 정부는 최근 청와대에서 관련 회의를 갖고 시나리오 중 높은 수준의 감축 목표가 담긴 안을 유엔에 제출키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주관으로 진행된 이날 회의에는 국무조정실을 비롯해 기획재정부,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참여했다.

회의에서 청와대 측은 감축목표를 과도하게 낮췄다는 평가가 많이 나오는 만큼 시나리오 중 3안과 4안중에서 최종안을 선택, 이를 유엔에 제출해야 한다고 제안했고, 각 부처 역시 이에 대해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시간의 촉박함을 이유로 INDC 감축방안의 유엔 제출시기를 일부 늦추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빠른 검토와 의사결정을 통해 6월말까지 제출키로 한 당초 일정을 지킨다는데도 의견을 모았다.

당초 정부는 4개의 시나리오를 제시하면서 현실을 무시한 지나친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우리 경제에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사실상 2안(BAU 대비 19.2% 감축, 2012년 대비 0%)을 유력한 대안으로 판단, 의견을 조율해왔다.

하지만 정부와 청와대가 2안에서 탈피 3∼4안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게 된 것은 한국정부가 유엔이 정한 ‘후퇴금지의 원칙’을 최초로 위배한 것 아니냐는 국제사회의 다양한 압박이 영향을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한국이 온실가스 감축에 선도적으로 나서달라”는 주문을 내놓았다. 한국정부가 후퇴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사전정보를 입수한 미국 측이 ‘감축목표를 더 올려 달라’며 압박하는 모양새다.

지난 18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환경 문제를 가톨릭 신앙의 관점에서 바라본 회칙 ‘찬미를 받으소서(Laudato Si)’를 발표한 것도 여파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교황은 회칙을 통해 기후변화를 포함한 전 지구적인 환경문제를 성찰하고, 회개와 행동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을 유치하는 등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선제적인 감축행동’을 강조해 왔던 MB정부와 지나치게 다른 행보라는 시각도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선진국과 개도국의 가교역할을 하면서 국제적 위상이 많이 오른 상황에서 갑자기 바뀐 정책을 내놓기 쉽지 않은 상황도 고려됐다.

결국 정부의 입장변화는 내심 대안으로 잡았던 2안으로는 국내외에서 반발만 불러올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이를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3∼4안으로 가기 위해서는 경제계의 강력한 반대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2안 조차도 국내 경제에 과도한 부담으로 다가온다며 사실상 1안을 고집하고 있는 경제계가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조정을 수용하지 않고, 반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국무조정실이 중심이 돼 전경련 등 경제계와 물밑대화를 통해 수습책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국제사회에서는 한국 정부의 감축목표 후퇴가 개발도상국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판단하는 듯하다”며 “초기에는 경제계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대안을 모색했으나, 현재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달라진 환경을 실토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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