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산 발전기 475만kW 터빈하자 우려 고조
송전선로 없는 새 발전소 가동차질도 현실화

▲ 미쓰비시히타치파워시스템스의 m501j 터빈 시리즈 이미지 ⓒmhps

[이투뉴스] “단기적으론 전력수급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위기는 모두가 마음을 놓고 있을 때 갑자기 닥쳐오고, 중장기적으론 그리 여유를 부릴 형편도 못된다."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국회보고를 앞두고 ‘전력공급 과잉’을 둘러싼 일각의 대정부 공세가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예상치 못한 외산 가스발전기 하자와 신규 발전소 송전난 현실화로 당국의 전력수급 운영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지뢰밭에 발을 내딛게 됐다.

28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일단 올여름 안정적 전력수급의 관건은 외산 가스발전기를 들여와 최근 1~2년새 완공한 일부 LNG복합화력발전소들의 하계 피크기간 무고장 가동 여부다.

미쓰비시가(MHPS) 제작·납품한 터빈(모델명 M501J)을 사용중인 일본 2개 발전소에서 블레이드(터빈내 날개)가 깨지는 품질문제가 발생한 상황에서 국내 4개 발전사가 같은 기종으로 무려 10기를 운용중이기 때문이다.

현재 이 모델을 운용중인 발전사와 설비용량은 서부발전 합작법인 동두천드림파워 4기 1900MW, MPC 율촌복합 2기 950MW, 서부발전 평택복합 2기 950MW, 동서발전 울산복합 2기 950MW 등 10기 475만kW에 달한다.

이들 발전사는 설비공급사로부터 해당 발전기의 잠재적 하자 가능성을 전해들은 뒤 자체 점검이나 일본 엔지니어들의 방한점검을 통해 당국에 가동여부를 보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력당국에 의하면, 우선 동두천드림파워 측은 자체 점검을 거쳐 일정대로 전력생산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본에서 문제가 된 모델은 가동기한이 꽤 지났으나 자사 기종은 지난달 준공된 새 설비여서 같은 문제가 발생될 소지가 적다는 이유에서다.

MPC 측도 일본에 공급된 모델과 타입이 다르다는 이유로 설비가동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문제가 된 일본 터빈 2기는 가스터빈과 스팀터빈이 한 개의 축(샤프트)으로 연결된 일축형이지만, 국내로 납품 설비는 개별회전 방식이라는 것.

반면 서부발전 평택복합과 동서발전 울산복합은 일단 전력생산을 중단한 뒤 제작사 기술진의 진단결과를 받아보고 가동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복합은 지난주부터 기술진단을 받고 있고, 평택은 조만간 발전기를 정지한 뒤 점검을 받기로 했다는 후문이다.

이와 관련 미쓰비시는 현장 점검결과를 종합해 최종보고서를 작성한 뒤 문제의 소지가 있다면 하자보수를 책임지겠다는 입장을 발전사 측에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악의 경우 2개 발전사의 1900MW(4기)가 부품교체 판정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당국은 예기치 않은 이들 첨두부하 전원의 향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넉넉한 예비력 확보로 수급위기 발생 가능성은 적지만 전력수요가 크게 증가하는 상황에 또 다른 기저부하 발전기의 고장이 겹쳐 일어나면 예상보다 수급여건이 빠듯해 질 수 있어서다.

당국 한 관계자는 “무시할 순 없지만 전체수급에 끼칠 위협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며 “만약 진단결과 문제가 확인되더라도 일단은 하계수급 참여가 가능할 것이고, 어차피 설비제작에 2개월 가량 소요되므로 교체시점도 여름 이후로 조정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발등에 떨어진 불은 이렇게 끄고 가더라도 딱히 출구전략이 없는 송전선로 미확보 신규 발전소들의 송전난은 여전히 안정적 수급을 위협하는 복병이다.

우선 내달말 최초병입 예정인 1000MW급 당진 9호기와 내년 준공예정인 10호기는 발전소~북당진간 345kV 송전선로 건설 지연으로 기존 송전망이 포화돼 정상 가동을 위해선 결국 기존 1~8호기중 일부 호기를 세워야 할 판이다.

이에 대해 정부와 전력거래소는 한전과 동서발전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학계에 대책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을 의뢰한 상태지만, 정부 신뢰도고시를 준수하면서 새 발전소 휴업이란 최악의 사태를 막을 묘책이 없다는 게 당국의 고민이다.

강원권 신규 발전소들의 형편도 이와 다르지 않다. 신한울 원전 1,2호기, 북평화력 1,2호기, 삼척그린파워 1,2호 등 6GW 규모의 대형 발전소들은 2019년까지 준공예정이었으나 사실상 공기준수가 어려워진 신울진~신경기 765kV 송전선로만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정부 측 설명대로 신경기변전소 노선 결정이 조만간 내려지더라도 지역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예정된 일정대로 송전선로 건설을 완료하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이와 관련해 한전은 이번 7차 전력수급계획 수립 시 6차 송변전설비계획에 적시된 신한울~신경기 사업년도(준공)를 당초 2019년 12월에서 2021년 12월로 2년 연장 변경하고, 같은 이유로 345kV인 북당진~신탕정, 새만금~군산 노선 등의 준공시점을 각각 2년, 3년 연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까지 전력수급계획에 관여한 한 인사는 "예비율이 30%를 넘어서 공급과잉이 큰 문제가 될 것처럼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과거 수급계획 때도 같은 지적이 있었지만 매번 수급난에 허덕였다"면서 "단순 계산 예비율이 아닌 현실여건을 고려한 공급능력 확충과 불확실성을 감안한 전력계획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