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찬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강희찬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이투뉴스 칼럼 / 강희찬] 지난 21일 정부는 올여름 전기요금을 한시적으로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가정용 전기요금은 7월부터 9월까지 석 달 동안 인하하고, 산업용은 중소기업에 대해 8월부터 1년 동안이나 할인해 준다고 한다. 4인 가구 기준 월 평균 8368원, 중소기업은 1년간 437만원  정도의 인하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유인즉슨 유가가 하락해 전기 생산에 들어가는 원료비용이 하락했고, 이로 인해 한전이 1조 2331억 원의 흑자가 나서, 그동안의 전기요금 부담을 경감시켜준다고 한다. 몸에 열이 많은 일반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서 진정 너무나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의 가정용 전기요금체계는 누진적이다. 그래서 전체 가구의 54.3%가 2-3구간(매달 201-300kWh사용)에 있지만, 여름철만 되면 4구간(301-400kWh)으로 이동해 전기요금 폭탄을 맞게 된다. 그런데 이번 정부 전기요금 인하 조치로 인해, 여름철에 에어컨 등 전기 사용량 급증으로 일반가구의 전기사용량이 4구간 요금으로 이동한다고 해도 3구간의 낮은 전기요금만 적용받는다고 한다.

그런데 정부가 내놓은 가격 인하 이유가 좀처럼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한국에서 전기 생산에 이른바 ‘기름’을 원료로 사용하는 비중이 얼마나 될까? 2014년 기준 7% 정도이다. 나머지는 석탄과 원자력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7%대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유류(중유)를 이용한 전력생산에서 유류 가격이 하락했다고 이 정도의 선심성 가격인하를 한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관심을 조금 돌려 보면, 최근 한국의 전력공급예비율이 상당히 개선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9·15 정전사태가 발생한 2011년의 경우 4.8%대의 전력공급예비율에서 최근에는 11%를 훌쩍 넘는 수준까지 개선됐다. 쉽게 말해서 더운 여름 에어컨 사용 급증과 같이 급작스런 전력 수요에 대비해서 항상 보유하고 있는 전력 공급예비분이 크게 커졌다는 말이다. 이는 최근 국내 경기 침체로 인한 전력 수요 감소도 한 몫을 했지만, 정정사태 이후 석탄 화력발전소의 증설과 원자력발전소 가동률 증가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다시 정리하자면, 정부가 발표한 전기요금 인하는 ‘전력 공급을 이 만큼 많이 늘려 놨으나 우리 국민들이 전기를 좀 더 풍족하게 쓰라’는 신호다. 더욱 감사한 것은 향후 2029년까지 핵발전소는 13기, 석탄화력발전소는 27기를 추가로 증설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앞으로도 전기를 더욱 더 풍족하게 써달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전기요금을 자꾸 낮추면, 앞으로 전기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다. 그럼 최근 개선됐던 전력공급예비율은 다시 악화될 것이고, 그럼 앞으로 석탄화력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는 더 짓자고 설득하려 들 것이다.

이제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하지 않을까? 나를 포함한 누구나 여름철 시원한 실내에서 보내길 바란다. 하지만 이러한 전력 과소비형 생활습관은 다시 거꾸로 돌아가기 힘든 성향이 있다. 한번 달콤한 문명의 이기를 경험하면, 그게 없던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은 너무나도 괴로운 일이다.

또한 한전이 작년 1조원 이상의 흑자를 냈다고 하는데, 누적적자가 100조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최근의 전기요금 인하는 ‘눈 가리고 아웅’격이 아닐 수 없다. 한전 적자를 메꾸는 것은 어차피 국민의 혈세라면, 지금의 전기요금의 달콤함은 나중에 더 큰 누적 부담으로 우리를 짓누를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