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요금 제도개선, 환경·분산전원 편익보상 등 정책변화 조짐
세부 지원책 아직 불투명…경영적자 등 현장어려움도 여전


"최악 벗어나 변화의 계기는 마련, 아직 갈 길 멀다"

[이투뉴스] 국내 집단에너지의 앓는 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적잖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극소수 대형업체를 제외한 대다수 사업자의 경영적자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력예비율 상승 및 SMP(전력시장가격) 하락으로 상당기간 전력부문 약세가 예상되고 있다는 점도 큰 불안요소다.

무엇보다 지역난방 신규공급지역이 줄다 못해 없어지는 현상이 심화되면서 성장정체가 현실이 되고 있다. 따뜻한 날씨와 단열강화 등으로 단위수요는 줄고, 전기를 쓰는 보조난방기 보급증가 등 전기화 현상으로 인한 수요정체 우려도 갈수록 커진다. 

이 와중에 도시가스요금이 대폭 내려가면서 지역난방과 개별난방 간 가격경쟁력이 역전됐다는 분석까지 나오면서 시장은 갈수록 시끄러워지고 있다. 소비자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던 지역난방에 대한 선호도 역시 점점 무뎌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일부에서는 집단에너지가 고사 위기에 직면했다는 비관적인 분석까지 내놓았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늦을수록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이 힘겨운 만큼 빠를수록 좋다는 얘기도 들린다. 정부부터 사업자까지 집단에너지 종사자라면 누구나 변화 필요성에 대해서도 공감하는 눈치다.

문제의 원인과 진단이 정확하다면 해법은 결코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에너지절감 및 환경·전력계통 편익’이라는 도입이유에 주목해야 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늦기 전에 초심으로 돌아가 집단에너지 편익을 국가와 소비자에게 충분히 제공해야 기회가 있다는 얘기다. 물론 그 가치만큼 제대로 대접받아야 하는 것도 필수다.

◆ 수렁 속 집단에너지, 왜 어려운가
국내 집단에너지는 70∼80년대 석유파동 이후 에너지절약과 온실가스 감축수단으로 도입했다. 국가가 나서 도입한 정책에너지라는 얘기다. 이후 90년대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 건설과 맞물려 본격적으로 보급이 확대됐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집단에너지 지역지정고시를 비롯해 공사비 부담금제 도입, 에너지및자원특별회계 융자, 전력기반기금 지원 등의 다양한 지원정책을 통해 보급확대에 나섰다.

이러한 지원에 힘입어 국내 지역난방 공급세대는 1995년 52만5000호에 불과했으나, 이후 매년 폭발적으로 늘어 2014년에는 244만1000호로 증가했다. 보급률도 5.5%에서 12.1%로 수직상승했다. 또 2001년 전력산업구조개편에 따라 발전설비시장에도 진출, 2014년 현재 국내 총 발전설비의 5.1%를 차지하는 4469MW로 성장했다.

하지만 외형적인 성장만큼 내실을 다지지는 못했다. 2000년대부터 민간의 시장진입을 적극 장려하면서 사업자 수는 지난해까지 35곳(구역전기 포함)으로 늘었지만 한국지역난방공사와 GS파워, 안산도시개발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업자가 누적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지역난방사업자 전체적으로 4조601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80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을 정도다.

실제 지난해 국내 지역난방업체 중 무려 25곳이 경영적자를 기록했으며, CES(구역전기) 업체는 10곳 모두 설립 이후 단 한 번도 이익을 내지 못했다. 더욱이 CES 및 소규모 지역난방사업자 대다수가 빚이 점차 늘어나면서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상황이다. 이익은커녕 이자도 갚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로 특히 전기와 열부문 모두에서 치이는 구역전기업계가 가장 심각하다.

▲ 국내 집단에너지(지역냉난방부문) 현황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우선 소규모 사업자가 대거 등장하면서 집단에너지 특유의 규모의 경제에 미달한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히고 있다. 규모의 경제에 미달, 최적의 설비를 갖추지 못한데다 공급권역이 지나치게 좁아지면서 소각열 등 저가열원 없이 원가가 비싼 CHP와 PLB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지역난방사업이 정책자원에서 어느 순간 경쟁을 우선하는 시장자원으로 전환된 것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민간위주의 시장전환을 꾀하면서 상대적으로 정부지원이 약화된 측면도 무시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또 시장을 우선시하는 정책으로 변환했음에도 열요금 인상억제 등 정부통제가 지속된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효율에 기반한 변동비 반영시장(CBP)인 국내 전력시장의 고질적 문제도 집단에너지의 만성적자에 일조하고 있다. 열과 전기를 동시에 생산하는 열병합발전의 경우 전기부문의 보상체계가 애매모호하게 책정돼 원천적으로 존립 자체가 힘든 수준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에너지절감과 오염물질 저감, 전력계통 편익 등 열병합발전의 제값을 쳐주지 않는 시스템이다. 

전력부문은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기저설비 증가와 전력수요 둔화에 따라 SMP가 지속 하락할 경우 집단에너지(지역난방)는 고사위기에 놓일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급전지시를 받지 못해 열제약발전이 늘어나 증분비보다 낮은 SMP를 적용받기 때문이다. 이미 SMP가 kWh당 100원 아래로 내려가 CHP를 돌릴수록 손해가 나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같은 전력부문의 매출감소와 채산성 악화가 열요금 인상 등 열부문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세대당 열사용량이 계속 감소하고 있는 마당에 가격경쟁력까지 도시가스 개별난방보다 뒤처질 경우 자칫 지역난방사업의 기반이 붕괴될 우려가 있다.

강재성 에너지경제연구원 실장은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은 소비조장적인 요소가 너무 많다. 특히 낮은 전기요금 등 가격시그널을 잘 못 줘서 난방의 전력화 현상 등 시장왜곡이 발생했다”며 “지역난방 역시 국가적으로 얻는 편익만큼 혜택을 줘야 하는데 안 주니까 시장이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것”이라고 현 상황을 분석했다.

◆환경·전력부문 등 변화 스타트…꼼꼼한 검토 필요
지난해까지 수렁에 빠져있던 국내 집단에너지산업이 최근 조금씩 변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직 경영실적 개선으로까지 연결되기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여러 분야에서 달라지고 있는 모습이 확인되고 있다. 또 달라지려고 노력하는 정부와 업계의 모습도 곳곳에서 비친다.

가장 먼저 열요금 제도개선이 스타트를 끊었다. 그간 정치적인 이유 등으로 정당한 요금인상을 막으면서 사업자의 숨통을 조였던 것에서 벗어나 한숨 돌릴 여건이 조성됐다. 물론 여기에는 원료비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가스요금이 내렸다는 외부요인도 있지만, 산업부 역시 지역난방업계의 사업여건 개선에 힘을 보탰다.

단순 요금조정이 아닌 다양한 제도개선을 통해 사업자 간 원가차이를 일부 인정했다는 점과 앞으로 요금조정 시 정치권 눈치를 덜 보도록 도시가스요금과 조정시기를 일치시킨 점도 눈에 띈다. 이밖에 그동안 비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요금검증도 ‘선시행 후검증’ 체제로로 변경하고, 시장기준요금 개념을 도입해 과도한 요금격차가 나지 않도록 통제수단도 마련했다. 

원천적으로 온실가스 저감시설인 열병합발전소를 발전·에너지업종에 같이 묶어 과도한 감축부담을 줬다는 비판을 받아온 배출권거래제도 역시 제도개선에 본격 나섰다는 측면에서 희망을 주고 있다. 오랜 힘겨루기 끝에 환경부가 집단에너지에 대한 배려방안 마련에 나섰다는 점에서 업계가 고생한 보람을 찾을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단순하게 집단에너지 분야 배출권 할당 조정안만 재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발전·에너지업종에서의 독립 여부 등 중장기 개선방안도 마련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집단에너지협회와 열병합발전협회 역시 에경연 및 에기연 등과 배출권거래제 개선방안 연구용역을 진행,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가장 난제로 꼽혔던 전력부문의 보상체계 개선도 큰 변화의 발걸음이 시작됐다는 평가다. 정부가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분산전원의 범위에 집단에너지를 포함시킨 것은 물론 CP(용량요금) 우대 등의 지원책까지 거론했기 때문이다. 2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정했던 분산전원 활성화 방안의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난 셈이다.

▲ 7차 전원계획의 분산전원 목표

산업부는 7차 전원계획을 통해 분산전원의 정의를 소규모 발전설비는 40MW 이하(22.9kV 배전망 접속)로, 수요지 발전설비는 500MW 이하(154kV 송전망 접속)로 이원화했다. 또 수요지를 산업단지와 함께 열공급이 가능한 수준의 도심지로 명시, 산업단지 열병합 및 지역난방사업이 대상임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분산형 전원의 보급목표를 2029년 총발전량의 12.5%, 9만3115GWh로 잡았다. 전원별 발전량과 비중은 신재생에너지가 3만9748GWh(5.3%)로 가장 많고, 이어 집단에너지가 2만9426GWh(4.0%), 자가발전이 2만3941GWh(3.2%)로 전망했다. 신재생에너지가 메인이 되고 집단에너지는 4차 기본계획에 담겨 있는 수준만 반영됐지만, 8차에 다시 손보기로 했다.

이같은 정의와 목표는 기존 학술·전통적 개념의 소규모 분산전원(소형열병합발전 등) 만이 아닌 열병합발전까지 분산전원 범위를 넓힌 것이다. 특히 집단에너지가 분산전원 확대에 실효적인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시한 것은 물론 향후 집단에너지 목표치를 더 늘릴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는 점에서 상당한 진전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희망이 안 보이던 집단에너지가 이처럼 일부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고 마냥 손 놓고 기다릴 처지는 아니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제 새로운 미래전략을 찾기 위한 작은 단초를 마련한 것일 뿐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제대로 된 개선책 마련을 통해 올바른 정책지원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조언한다. 더불어 과도한 패배의식에서 벗어나 자기변화와 혁신을 꾀해야 할 때라고 주문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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