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무영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한무영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이투뉴스 칼럼 / 한무영] 가뭄이 심각하다. 소양댐의 바닥이 드러난 사진, 마른 논에 소방호스로 물을 주는 사진이 그 증거다. 매우 감성적이다. 냉철한 원인분석에 따른 이성적인 해결책은 나오지 않는다. 보이는 대책이라곤 500년전에 한 것과 똑같은 기우제뿐이다. 우주여행도 하는 시대에 걸맞지 않는다. 공학과 과학으로 대처해야 한다.

도긴개긴(소양강 댐의 수위 = 예금 통장의 잔고)이다. 가계부의 잔고(소양강 댐의 수위)가 바닥이 난 이유는 수입이(강수량) 줄고, 지출이(물소비량) 많기 때문이다. 올해만의 지출만이 아니고 과거부터 지금까지 많이 쓴 누적된 결과다. 해결책은 돈을 많이 벌든지, 돈을 적게 쓰는 것이다.

첫째, 돈을 많이 버는 것은 댐에 들어오는 물의 양을 늘리는 것이다. 그런데 ‘비가 안와서….’라고만 핑계를 돌리면 기우제를 지내는 것 외에는 할 일이 없다. 기후변화의 원인인 온실가스를 핑계대도 답은 없다. 전 지구가 협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고, 협조하더라도 단시간내에 해결이 어렵다. 하지만 내린 빗물을 많이 모으고, 흘러가는 속도를 더디게 할 수는 있다. 예를 들어 홍수 때면 팔당댐에서 물을 초당 1만톤씩 방류해 2~3일간 잠수교가 잠기는 경우가 있다. 하루가 8만6400초이니 하루에 8억6000만톤이다(1만톤×하루 8만6400초). 홍수 때 수십억톤의 물이 그대로 버려지는 것이다. 빗물을 강에 모으기보다는 강의 상류 전지역에 걸쳐 작은 시설들을 만들어 놓고 일부는 땅속에 들어가고, 넘치는 양만 강으로 보내면, 홍수도 줄어들고, 가뭄 때 고생을 덜하게 된다.

국토교통부에서 세운 우리나라 수자원계획을 보면 떨어진 빗물의 26%만을 사용한다. 나머지는 손실량 42%와 바다로 흘러가는 양 32%이다. 현재의 빗물사용량을 5%만 올려서 31%로 만들면 비가 더 오지 않더라도 수입이 지금보다 20%포인트 더 많아진다. 빗물을 모으는 것은 규모가 작아서 저렴한 비용으로 쉽게 만들 수 있다. 검증된 기술도 있고 실적도 있다. 단지 정책만 잘 만들면 된다.

둘째, 지출을 줄이는 것이다. 생활용수, 공업용수, 농업용수 등 모든 용도에서 줄여야 한다. 그중 비용 대비 효과가 가장 큰 것부터 줄여야 한다. 가장 첫 번째의 목표는 집집마다 버티고 앉아 있는 ‘물먹는 하마’인 기존의 큰 (12리터/회) 수세변기다. 이것을 초절수형 수세변기(4.5리터/회)로 바꾸든지 물을 전혀 안 쓰는 변기를 사용하면 가정용수의 20% 이상을 줄일 수 있다. 물론 주민들이 사용하는데 전혀 불편이 없는 기술을 사용해야 한다. 수세변기를 바꾸는 것에 대한 경제성은 충분히 있다. 특히 요즘같은 가뭄철에는 수세변기에서 줄이는 양만큼 추가적으로 생명과도 같은 물을 확보할 수 있다. 법의 시행에도 맹점이 있다. 환경부의 수도법에 절수하라는 내용은 있는데 용량만 제시하고 성능은 제시하지 않아서 ‘무늬만 절수형’인 장치들이 판을 쳐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서울시를 비롯한 전국의 지자체에는 절수 조례를 만든 곳은 한군데도 없다.

현재 정부와 각 지자체는 가뭄대책반을 가동해 가뭄 극복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 방법은 과거 수십년간 똑같다. 가계부 대책과 비교해 보자. 지하수를 퍼주는 관정개발은 자녀들이 학자금으로 쓰려고 모아놓은 적금을 가져다 쓰는 셈이다. 많이 떼를 쓰는 순서대로 농업용수를 퍼서 주는 것은 사치스러운 옷을 사달라고 떼쓰는 아이의 말을 듣고 자녀의 혼수비용을 퍼 쓰는 셈이다. 최고품질의 식수를 가져다가 수세변기로 버리는 것은 필요한 책과 교재를 사는 대신 비싼 요리를 사먹는 셈이다.

가뭄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과거 가뭄의 고통과 경험, 예산투입에도 불구하고 속 시원한 답이 없는 이유는 잘못된 원인파악과 각 정부부처의 이기주의 때문이다. 홍수 정책을 하는 쪽은 빗물을 빨리 내버리는 시설을 만들려고 하고(번 돈을 흥청망청 다 쓰는 식), 가뭄 대책은 (빗물을 다 버린 후) 없으면 지하수를 판다는 생각이다(규모 없이 쓰다가 없으면 적금 깨는 식). 지금처럼 사업비의 규모가 부처의 힘이라고 생각하는 환경에서 자발적으로 바꾸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한 가뭄은 곧이어 오는 홍수에 의해 저절로 소멸된다. 홍수와 가뭄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 떼어서 볼 수 없는 자연재해다.

대책은 컨트롤타워다. 개별 부처를 총괄하는 상위 기관이 종합적인 계획을 세워서 방향을 정하고 조정해야 한다. 국민의 안전이 최우선이므로 가뭄이나 홍수를 자연재난의 차원으로 종합적으로 생각하는 부서가 해야 한다. 이 부서에서는 빗물 모으기(수입증대)와 절수(지출 억제) 정책을 조절해야 한다. 비상시 여러 종류의 용수 배분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각종 용도에서의 절수목표를 세우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홍보와 교육을 실시하고, 시민들의 협조를 유도하는 등 새로운 패러다임의 물관리를 제안하고 시행해야 한다. 그것을 위한 연구개발도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항구적으로 소양강 댐의 수위를 확보하고 가뭄과 홍수에 대처하는 길이다. 또한 앞으로 다가올 기후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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