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사업성 검토와 독자적인 경쟁력 회복이 우선
정부 역시 책임회피 아닌 소통 통해 해법 마련 절실


“철저한 자기반성과 자구책 마련 선행돼야”

[이투뉴스] 한동안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평가를 받아온 집단에너지가 시간이 지날수록 시장에서 ‘미운 오리’가 되고 있다. 특히 소규모 지역난방과 구역전기(CES) 사업자의 경우 잠재적 매물이 쏟아지는 등 버티기조차 어려운 형국이다. 모기업의 지원이나 보호가 없었다면 진즉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기획연재 ① - 집단에너지 변화계기는 마련, 아직 갈 길 멀다

지역난방에 대한 소비자 인기를 등에 업고 나름대로 승승장구하던 집단에너지가 왜 이처럼 몰락했을까. 원인에 대해서는 제도개선 지연 등 내부요인과 함께 외부 환경변화라는 두 개의 요인이 함께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일치한다. 다만 어느 요소가 더 컸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집단에너지의 모호한 정체성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전력과 열을 동시에 생산·공급하는 ‘하이브리드型 사업구조’가 장점이지만, 어느 순간 양쪽 모두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는 구조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일부 집단에너지를 폄하하는 쪽에선 ‘박쥐型 사업구조’라는 비아냥도 흘러나온다.

이런 이유로 적잖은 집단에너지사업자들이 정부에 제도개선을 통한 지원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에너지 절감과 오염물질 감소, 전력계통 도움 등 다양한 국가적 편익을 제공하는 만큼 여기에 상당하는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의 제도개선 이전에 업계 내부의 반성과 자구책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꾸준하다.

◆ 내재적 요인과 외부 환경요인 겹쳐 위기 발생
한국지역난방공사를 비롯해 서울시(SH공사 집단에너지사업단), 부산시 3곳만 운영하던 지역냉난방이 전국으로 확대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 초 무렵이다. GS파워가 한전 및 한난으로부터 안양·부천 열병합을 사들여 집단에너지 시장에 민간이 진입한 것도 이 때다. 이후 소규모 지역난방 및 구역전기사업 열풍이 불기 시작하면서 2010년대 초반까지 매년 3∼4곳이 늘어 지난해 말 기준으로 35개 사업자로 늘어났다.

신규 사업자들은 진입 당시 모두 자신만만했다. 전기와 열, 가스가 어우러진 컨버전스 에너지로서의 집단에너지 미래를 장밋빛으로 그렸다. 일부 사업지구의 경우 서로 허가를 받겠다고 나서면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사업자들은 모두 의욕적인 사업계획서를 정부에 제출, 한난과 열요금을 동일한 수준으로 공급하면서도 충분한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허상이 여실히 드러났다. 기존 대규모 사업장를 인수한 업체가 아닌 신규 사업자의 경우 지역난방이건 CES건 예외 없이 쓴맛을 보고 있다. 대다수가 흑자를 내지 못하는 것은 물론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는 곳도 부지기수다. 당장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한동안 경영적자 상황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업계를 더욱 우울하게 하고 있다.

신규 사업자가 만성적자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물론 사업계획 단계에 비해 집단에너지 사업여건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가스요금이 대폭 오르면서 전기와 열 생산원가는 올랐지만 소매요금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또 2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부동산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포화수요 지연으로 인한 손실도 신생 소규모 사업자들을 억누른다. 

외부 환경변화와 더불어 상당수 전문가들은 새로 참여한 민간 기업들이 사업을 면밀히 검토하지 않은 채 장밋빛 전망만을 가지고 겁 없이 뛰어든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한다. 특히 일부 건설사의 경우 본연의 사업목적이 아닌 열병합발전소 및 열배관망 건설공사 수주라는 과실을 따내기 위해서라는 숨은 뜻을 숨기지 않았다. 사업권 확보 후 수의계약 또는 설계변경을 통해 공사비를 높게 책정하기만 하면 손해를 보지 않는 구조라였기 때문이다.

지역난방사업에 뛰어든 도시가스사 역시 철저한 사업성 검토보다는 지역난방 확대를 막기 위한 측면에 더 공을 들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쟁자가 자사 공급권역을 침범하지 못하도록 할 목적으로 시장에 참여하다보니 제대로 된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었고, 사업부진으로 연결됐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대다수 지역난방사업자들이 낮은 자기자본비율로 인해 과도한 부채를 짊어지고 있는 것 역시 집단에너지 미래를 어둡게 하는 요소라는 진단이다. 실제 상당수 사업자들이 영업이익은 어찌어찌 내고 있으나 수천억원에 달하는 빚과 이에 따른 이자를 갚느라 자본잠식에 빠진 경우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결국 외부 지원에만 기댈게 아니라 유상증자 등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라는 지적이다.

◆ 독자 자구책과 함께 정부책임도 무시 못해
집단에너지사업자들의 뼈를 깎는 자구노력과 함께 앞서거니 뒤서거니 빠짐없이 등장하는 것이 바로 정부책임론이다. 정부 역시 집단에너지 위기에 책임이 큰 만큼 통렬한 반성과 함께 제도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많은 사업자들의 공통된 의견으로 산업부 역시 전면 부인하지는 않고 있다.

무엇보다도 집단에너지사업자 선정시스템을 확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우선 ‘규모의 경제’ 달성을 위해 사업지구를 키우거나 몇 개 지구를 묶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말한다. 또 무늬만 열연계가 아닌 인근 사업자가 충분한 기반시설을 확보했을 경우에는 가점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천 검단지구나 문정 행정타운 등과 같은 선정결과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 용량별 열병합발전 가스요금 차이
업계에서는 지역난방 사업형태를 시장위주로 끌고 가면서도 한편으로는 열요금 규제 등 여전히 통제위주의 정책을 놓지 못한 것도 되짚어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원가가 천차만별인 사업자들을 한난위주의 요금체계에 묶어 놓는 방법 역시 한계에 도달했다고 말한다. 따라서 사업자와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지역난방 자체의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는 수준에서 시장에 맡길 수 있는 것은 규제를 내려놔야 한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외부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산업부가 앞장서야 한다는 의견이다. 정부규제가 좌우하는 에너지사업의 특성과 함께 국제유가 및 전기·가스요금 변화에 따라 집단에너지사업이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예로 모든 에너지가격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전기요금의 현실화와 함께 100MW를 기준으로 LNG직공급을 결정하는 문제 등의 빠른 해결을 주문했다. 갈수록 직공급과 가격격차가 커지는 등 소규모 사업자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조영탁 한밭대 교수는 집단에너지 위기에 대해 “민간 사업자들이 한난처럼 저가열원 확보를 제대로 못한 것은 물론 철저한 사업성 검토 등 경쟁력 확보를 위한 노력이 충분했는지는 반성해볼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 역시 고정비가 큰 특성을 무시한 채 사업규모가 나오지 않는 작은 지역을 허가해 준 것은 물론 한전과 한난요금에 맞춰 전기와 열요금을 통제한 것은 큰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 전력부문서도 과도한 용량확대 등 지적
열병합발전소를 통해 열과 전기를 같이 생산하는 업종 특성을 이용해 과도한 발전용량 증설 등 전력분야에 우회 진출한 것이라는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 민자발전 등 일반 전기사업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입이 쉬웠던 측면과 함께 지역난방공사 등에서 전기매출이 열매출을 추월하자 이런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실제 집단에너지사업자의 대형화는 지난해까지 무서운 속도로 진행됐다. 2005년을 전후해 한난의 화성 및 파주열병합이 500MW를 넘어선 이후 최근까지 점점 규모가 더 커지는 양상도 보인다. GS에너지가 광명시흥지구에 841MW로 사업허가를 받았고, 한난도 동탄2의 발전용량을 당초보다 2.5배 넘게 키워 765MW를 기록했다. 여기에 GS파워는 안양열병합을 개체하면서 935MW로 허가받아 기염을 토했다.

상황이 이렇게 변하자 민자발전과 발전자회사를 중심으로 한 전기업계가 발끈하고 나섰다. 집단에너지사업자들이 열보다 전기사업에 열중(열전비 무시 등)하면서 애꿎은 LNG복합이 급전지시를 받지 못하는 등 발전사업자만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특히 노후발전기 개체 및 증설 과정에서 자신들은 탈락하는데 불구 집단에너지는 용량확대가 지속되는 것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 500mw 열병합발전소 현황

따라서 발전업계는 LNG복합일지라도 열을 추기, 열병합 역할을 할 경우 대·개체 우선허용 등 집단에너지와 동일한 혜택을 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집단에너지사업자의 무분별한 용량증설을 막는 한편 변경허가 등도 엄격한 조건을 적용해 발전사업자가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반면 집단에너지업계는 국내 전력시장이 효율에 기반한 CBP(변동비 반영) 시장이라는 점에서 효율개선을 위한 대형화는 불가피하다고 반박한다. 급전과 열제약운전 간 열생산단가 차이가 큰 상황에서 열수요에 기반한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더불어 가스터빈 기술이 발전효율 극대화로 가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한다. 전력시장이 좋았을 때는 도움을 받았지만, SMP가 내려가면서 타격이 더 크다며 어려움도 호소했다.

양측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전문가들은 제도적인 문제라기보다 해석의 문제라고 설명한다. 이해관계가 일부 엇갈리는 점은 있지만, 넘을 수없는 장애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정부가 양측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한 후 시장을 조정함으로써 한쪽에 일방적으로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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