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전력예비율이 심심찮게 구설에 오르고 있다. 많은 언론과 정치권이 ‘전기가 남아돈다’고 연일 대정부 공세를 퍼붓고 있다. 전력수요보다 공급이 과잉이니 낭비 아니냐는 것이다. 물론 틀린 얘기는 아니다. 이론적으로 전력수급은 수요-공급이 일치할 때 경제성이 극대화 된다. 딱 쓰는 만큼만 발전소를 건설해 가동률을 100%에 가깝게 높이는 게 좋다. 이런 관점에서 정부가 7차 전력수급계획을 통해 확보하겠다는 적정 설비예비력(22%)과 20% 안팎의 최근 예비율은 과도할 수 있다. 

하지만 예비율만으로 수급의 효율성을 논하는 것은 단선적인 접근이다. 우리나라는 발전연료로 사용되는 부존자원이 사실상 전무하고 다른 나라에서 전기를 융통할 방법도 없다. 그래서 예비력도 중요하지만 어떤 전원구성(전력믹스)을 가져가느냐가 중요하다. 비용 측면에서도 얼마나 값싼 연료를 사용해 전력을 생산하느냐가 효율의 관건이지, 공급여력이 얼마나 되는지는 사실 부차적인 문제가 된다. 예비율이 빠듯한 게 좋다는 일각의 주장은 목적지에 도착할 만큼만 자동차 연료탱크를 채워 연비를 높이자는 것과 같다.

그러나 전력공급은 국가안보와 직결된 사안이다. 통신이 끊기면 불편하더라도 생명유지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지만 전력공급이 중단되면 통신은 물론 교통, 국방, 심지어 식수공급까지 불가능해져 단번에 국가위기 상황이 초래된다. 효율이 다소 떨어질지언정 최악의 상황에 대응가능한 수급대책을 마련하는 게 옳다. 이상기후와 잠재된 전기화 수요, 예측을 불허하는 국제정세와 그에 따른 에너지수급 불안 등을 종합적으로 짚어볼 때 전력당국의 이번 적정예비율 기준 상향조정을 지나치게 백안시 할 필요는 없다.  

물론 전력수급의 안정성 못지 않게 이런 기조의 정책이 양산할 수 있는 부작용과 전력시장 구성원들의 생태계 균형 변화도 잘 챙겨야 할 부분이다. 공급원가와 외부비용까지 충실히 반영하는 지속적인 요금개선을 통해 과소비를 예방해야 하고, 기존 시장운영시스템 아래서 뜻하지 않게 수익성 악화를 겪게 된 LNG발전과 신재생 전원의 경쟁력을 높일 보완책도 시급하다. 다만 전기공학 관점에서 전력은 수요와 공급이 항상 일치해야 하는 순간의 재화다.  지금도 원전과 신재생을 제외한 석탄화력·LNG발전기들이 출력을 증감하는 방법으로 수요를 정확히 추종하고 있다. '전기가 남아돈다'는 말도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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