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란 핵협상 타결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
[칼럼] 이란 핵협상 타결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
  • 양춘승
  • 승인 2015.07.27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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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춘승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부위원장

양춘승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
(cdp) 부위원장
[이투뉴스 칼럼 / 양춘승] 며칠 전 이란 핵개발을 둘러싸고 미국 등 주요 6개국과 이란 사이에 진행돼온 협상이 타결됐다. 8000만명의 인구를 가진 이란은 세계 4위의 원유 매장량 1,546억 배럴, 세계 2위의 천연가스 매장량 33조6000만 ㎥을 보유한 자원 대국이다. 이런 자원 강국이 세계 에너지 시장에 다시 진입하게 되면 시장의 충격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다.

작년 6월 이후 하락하기 시작한 유가는 이번 협상 타결로 하락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7월 14일 이란 핵협상 타결 소식과 동시에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가는 2% 이상 폭락해 배럴 당 60달러를 밑돌았고, 서부텍사스유 가격은 현재 배럴당 51달러에서 향후 5~15달러 이상 하락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더 나아가, 이란이 현재 재고로 가지고 있는 3500만배럴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오는 내년 초가 되면 유가가 배럴당 20달러까지도  떨어질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최근의 저유가가 미국의 셰일가스로 인한 공급과잉 때문인지 아니면 셰일가스 산업을 주저앉히려는 산유국의 담합 때문인지 단정할 수 없지만, 이번 이란 핵협상 타결이 공급 과잉과 유가 하락을 (적어도 향후 수년간은) 지탱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점은 확실한 것 같다.

그렇다면 이런 저유가가 기후변화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우선적으로 유가가 내리면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소비재 특히 자동차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반면, 연비나 에너지 효율에 대한 관심이 낮아지고 따라서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대체에너지에 대한 기술 개발이나 투자도 위축될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저유가는 화석연료에 대한 수요를 늘려 온실가스를 감축하고자 하는 전 세계적 노력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반대로 작용할 요인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우선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 수익이 악화돼 개발 비용이 상대적으로 높은 셰일가스나 심해 유정 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가 위축될 것이다. 셰일가스의 손익분기점은 배럴 당 80달러, 카나다 타르샌드는 배럴 당 100달러 정도라고 한다. 최근의 기술혁신을 감안하더라도 유가가 배럴 당 50달러 이하로 장기간 유지된다면 이들에 대한 투자는 불가능하게 된다. 이미 쉐브론은 100억달러에 달하는 우크라이나 셰일가스 개발 계획을 취소했고, 골드만삭스는 1조달러에 달하는 에너지 개발 프로젝트가 수익성이 위험하다는 진단을 하고 있다. 이런 투자 위축은 결국 화석 연료의 공급을 줄이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화석 연료에 대한 투자를 막는 또 다른 요인이 있다. 금년 파리 제21차 유엔기후변화당사국총회의에서 지구 평균 온도를 산업혁명 이전보다 2℃ 이하로 안정화시키기 위한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국제적 합의를 이끌어낸다면 2050년까지 이용 가능한 화석연료는 565~886기가 톤밖에 되지 않게 된다. 이는 현재 매장량 2860기가 톤의 70~80%가 자산 가치가 실제로는 전혀 없는 이른바 ‘좌초자산(stranded asset)’이 된다는 뜻이다. 그렇게 되면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는 더욱 위축될 것이다. 실제로 8400억달러를 운용하는 노르웨이국부펀드는 화석연료 관련 기업에 대해 투자 철회를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결국 저유가가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은 이중적이다. 한편에서는 화석연료의 수요를 늘려 온실가스 배출을 조장하는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를 위축시켜 결과적으로 화석 에너지의 공급을 줄이는 긍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결국 어느 측면이 장기적으로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인가? 그것은 결국 정책적 의사결정에 달려 있다. 만약에 온실가스를 줄이고 기후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국제적 합의가 이뤄지고 각국 정부가 그에 대한 확고한 정책을 실시한다면 현재의 저유가는 기후변화를 완화하는 데 커다란 기여를 하겠지만, 그렇지 않고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둔다면 저유가는 저탄소 기술 개발을 지연시키고 화석연료에 대한 수요를 늘려 기후변화로 인한 파국을 재촉할 것이다.

어느 길을 갈 것인가? 순전히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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