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제도 완화 후에도 높은 의존도 여전
1년 이상 장기계약 지원·3년 일몰제 등 조치

[이투뉴스] 중동 이외의 지역에서 원유를 들여오면 운송비 일부를 지원해주는 ‘원유도입선 다변화제도’. 상대적으로 거리가 먼 비중동 지역에서 원유를 들여올 경우 수입부과금을 덜 내도록 하는 방식을 통해 운송비 차액을 정부가 보전해 주는 정책이다.

원유 수입의 중동지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1982년 처음 도입됐으나 제도의 실효성 논란으로 2013년 완화됐다. 이후 효과를 봤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나, 국내 정유사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제도 완화 후 2년이 지났지만 실효성은 여전히 의문이라는 것이다.

◆ 원유도입 현황, 뚜껑 열어보니…

▲ 정유사별 원유도입현황과 중동산원유비율.

지난해 9월 산업통상자원부는 2013년 원유도입선 다변화 제도에 따른 지원금으로 총 131억원, 지원물량 1002만3000배럴을 썼다고 발표했다.

당시 SK인천석유화학, 삼성토탈,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순으로 지원 혜택을 받았다. 이는 2004년부터 2012년까지 9년간 지원혜택을 단 한 곳도 받지 못한 것에 비해 엄청난 수혜다. 중동에 편중된 국내 정유사들의 원유 수입과 제도 상의 높은 기준은 정작 실효성을 크게 떨어뜨렸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이에 따라 2013년 5월 31일 제도 기준을 완화해 지원폭을 크게 늘린데 따른 것이라는 게 정부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정유사 입장은 좀 다르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원유도입선 다변화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저유가로 원유가격이 급락하다보니 정부 지원 혜택을 받아도 사실상 손해를 보는 상황”이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실제 정유사의 높은 중동의존도는 쉽사리 꺾이지 않고 있다. 제도 완화 전인 2013년 우리나라의 중동의존도는 86%.  제도 완화 후 지원 혜택이 늘어난 지난해와 올해에도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의 전체 원유도입물량과 중동산 원유도입물량 비율은 큰 변화가 없다.

▲ 2014~2015년(6월까지) 정유사별 원유도입현황비교.

SK에너지와 GS칼텍스의 경우 비중동산 원유 도입은 러시아와 영국을 중심으로, 현대오일뱅크는 영국과 인도네시아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비중동산 원유 도입비율은 20%가 채 되지 않는다. 사우디아람코사가 최대 주주로 있는 에쓰오일의 경우 사실상 비중동산 원유 도입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도, 지난해 1월과 3월, 6월에 영국산 원유를 총 320만1000배럴 도입한데 반해 올해는 6월까지 비중동산 원유도입이 한 건도 없는 실정이다.

정유사 중동의존도는 2014년 기준으로 SK에너지 77.5%, GS칼텍스 83.8%, 현대오일뱅크 89.1%, 에쓰오일 98.6% 등 평균 87% 수준이다. 2015년 기준으로는 SK에너지 77.9%, GS칼텍스 82.6%, 현대오일뱅크 85.9%, 에쓰오일 100%로 평균 86.6%. 현대오일뱅크가 약 3.2%의 중동산 비중을 낮추는 등 각사별로 변화의 차이는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제도가 완화된 후에도 의존도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한 원인으로는 ▶지역별 원유의 품질차이로 인한 정제설비 타격 ▶비중동산 원유의 상대적으로 낮은 품질 ▶국내 정유사의 정제시설이 중동산 원유에 최적화 돼있는 점 등을 꼽는다.

◆ 필요성엔 공감하지만…
정부가 원유도입 다변화를 추진하는 가장 큰 배경은 중동지역의 불안한 정세에 따른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국가 안보의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높은 중동의존도는 중동지역의 원유공급자와 가격협상에서 협상력을 약화시켜 아시아 프리미엄을 해소하지 못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산업통상자원부 석유산업과 관계자는 “도입선 다변화 지원요건을 200만 배럴로 완화해 운영하던 중 제도의 취지인 수급 안정화에 미치는 기여도를 감안, 스팟물량보다는 1년 이상 장기계약(2항차 이상)에만 지원하는 요건을 고시개정을 통해 추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실제로 중동의존도 완화에 효과가 있는지 혹은 효과 없이 정유사에 부과금 환급만 이뤄지는 것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한 3년일몰제 적용과 성과 검증 후 연장조치도 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산업부는 지난달 30일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의 수입·판매부과금의 징수, 징수유예 및 환급에 관한 고시’를 일부 개정해 이같은 내용을 반영하는 등 제도 실효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면서도, 제도 완화 후 다변화 제도 지원실적과 지원비율에 대해서는 외교적인 문제와 오해가 발생한다는 이유로 언급을 피하고 있다.

지난 3월 멕시코산 원유 100만 배럴을 첫 도입한 GS칼텍스나, 비중동산 원유 도입을 적극 검토 중인 SK에너지와 현대오일뱅크 등 올해 들어 도입다변화에 나서는 정유사들의  움직임이 감지되고는 있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최근 이란 경제 제재가 해제됨에 따라 이란산 원유 도입량이 늘어날 가능성도 그 만큼 커졌다. 여전한 논란에 불구하고 원유도입 다변화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움직임을 주목하는 이유다.

이주영 기자 jylee98@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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