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업계 kWh당 1.99원 현실화 건의…산업부는 회의적
시장전문가 "단기처방과 장기처방 투트랙 대응 필요" 조언

[이투뉴스] 가동률 저하로 적자 운영이 불가피해진 LNG발전사들이 줄기차게 요구해 온 용량요금(CP) 인상을 당분간 정부가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단기처방보다 장기적으로 LNG전원의 위상과 역할을 어떻게 재정립할 것인지가 더 중요한 문제라는 인식에서다.

이에 따라 이미 영업이익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상당수 LNG발전소들은 3, 4분기에 존립위기 수준의 전례 없는 경영난을 겪게 되고, 뒤늦게 시장에 진입한 신규 발전사들도 부채상환과 리파이낸싱(Refinancing)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9일 산업통상자원부와 발전업계에 따르면, CP 현실화에 대한 당국과 사업자의 견해는 LNG발전기 가동률 하락이 본격화 된 올초부터 현재까지 “지금은 때가 아니다”, “우선순위 시책이 아니다”(정부)와 “지금도 늦었다”, “유일한 해법이다”(사업자)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하지만 그 사이 ‘앓는소리’ 수준이던 LNG발전사들의 경영난이 적자 재무재표로 현실화 됐고, 국가 온실가스 감축 체제(Post-2020)는 전력산업의 판도를 바꿀 새 뇌관으로 등장해 양자간 이뤄지던 그나마의 기존 논의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우선 작년만해도 70~80%를 유지하던 LNG발전 이용률은 예비율 상승으로 올 상반기 반토막이 났고, 설상가상으로 전력도매가격(SMP)이 일년새 40% 가량 폭락했다. 기저발전 증설로 발전시간이 급감했는데 SMP마저 고꾸라지니 갈수록 적자발전기들이 늘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지난해 준공된 A사 P발전소는 2월 이후 매출이 급락해 4월부터 매달 수십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다. 또 같은해말 상업운전을 시작한 B사의 S발전소는 매출이 작년말 대비 3분의 1로 줄고 이용률이 절반으로 떨어져 2분기부터 ‘밑지는 장사’를 하고 있다.

발전사 관계자는 “효율이 높다는 새 발전소들이 이 지경이니 지은 지 5~6년 넘은 기존 발전소들 사정은 물어볼 필요도 없다”면서 “연말까지 이대로 가면 특수발전소(광양)를 제외한 대부분의 발전소에서 곡소리가 나올 것”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LNG발전의 호재로 여겨졌던 ‘Post-2020'이 되레 당면 경영난 해결의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것도 발전사들의 한숨을 깊게 하고 있다. 정부가 발전부문 온실가스 감축방안 수립작업을 본격화하면서 이같은 도매 전력시장의 이슈가 부차적 현안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해부터 전력당국은 발전사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CBP전력시장(변동비반영시장)을 선진화 한다는 명분으로 지역별용량가격계수(RCF)와 시간대별용량가격계수(TCF)를 도입하는 등 각종 시장운영규칙 정비작업을 벌여왔다.  

이 과정에 한때 당국은 업계와 CP를 차등화해 비효율 노후발전기를 퇴출시키는(PCF. 성과연동형용량요금제)는 대신 다음 수순으로 2001년부터 15년째 그대로 유지해 온 CP(kWh당 7.46원) 일부 현실화도 검토한다는 묵계를 형성했었다.

하지만 결국 이 논의는 상호 불신의 벽을 넘지 못한 채 유야무야 됐고 이후 'Post-2020' 체제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제도개선을 위한 정부-전력거래소-발전사업자간 협의체 운영은 전면 중단된 상태다.

이후 발등에 불이 떨어진 LNG발전업계는 최근 차선안으로 기준CP 항목중 운전유지비와 송전접속비, 수전전력 요금 일부를 현실화해 CP를 1.99원이라도 올려달라는(kWh당 9.45원) 건의를 냈지만 정부반응은 회의적이다. 땜질식 처방보다 기존 시장의 취약점 분석과 대안설계가 우선이란 입장이다.

김성열 산업부 전력진흥과 과장은 "수급계획으로 기저발전이 많이 들어오면서 LNG발전의 이용률이 떨어지는 등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는 건 잘 안다. (하지만) 피크발전기는 첨두부하를 맡고 있으니 (이용률 하락이) 어떻게 보면 정상적인 상황으로 회귀하는 과정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LNG발전 호황기를 겨냥한 듯 "할말도 많지만 정부가 (업계마다)1대 1로 대응하고 얘기하는 것도 정책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가장 중요한 건 문제의 근본원인을 찾고 그에 따른 처방을 도출하는 거다. 비효율을 둔 채 단순하게 CP를 인상하는 게 진정한 해법인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소위 '시장 정상화', 또는 '도매시장 개편' 방안에 대해서는 "고민중이지만 방향을 정해놓고 하는 건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시장상황과 장기적으로 LNG발전단을 앞으로 어떻게 가져가는 게 좋을지, 또 시장에 어떤 시그널을 주는 게 옳은지가 중요하다"며 입체적인 접근을 시사했다. 

이같은 정부 측 견해에 대해 LNG발전업계는 "최소한의 고정비 회수가 불가능한 현 기준CP를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정상이라고 할 수 있냐"며 각을 세웠다. 

민간발전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 시각대로 LNG가 과도하고 이용률도 지금이 정상이라면 15년전 정한 CP를 그대로 가져가는 건 과연 정상인가. 앞뒤가 안맞는다"면서 "발전자회사 LNG야 정산조정계수로 생존하겠지만 의지할 곳 없는 민간은 생사가 걸린 문제"라고 역설했다.

전력시장 전문가들은 당국의 고민에 공감을 표하면서도 단기처방과 중장기 처방을 분리한 적기 정책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원한 시장 전문가는 "CP 같은 현안은 실기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은 오래 걸릴 수밖에 없고 한꺼번에 간다는 건 생각처럼 쉽지 않다"면서 "일단 시장구성원(LNG발전)이 살아야 하고, 장기적인 설계는 투트랙으로 분리해 시간을 두고 풀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LNG발전의 존립위기는 발전사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없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발전자회사 관계자는 "현 상황에 대한 1차적 책임은 수급계획 당시 막무가내로 허가를 내준 정부에 있지만, 면밀하게 미래 전원믹스를 예측하지 않고 뛰어든 발전사들도 정부 탓만 할 순 없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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