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지역난방을 쓰되 난방이 아닌 급탕(온수)만 쓰는 재건축아파트가 등장, 집단에너지업계가 근심어린 표정으로 여파를 가늠하고 있다. 지역난방만의 문제가 아니다.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비율이 올라갈수록 도시가스 난방수요 역시 잠식당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 당장은 지역난방과 LNG가 도시에너지 1등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모양새를 띄고 있지만, 표시나지 않게 점유율을 늘리고 있는 전기난방의 상승세도 무섭다. 아직 메인이 아닌 보조난방기 위주로 공급이 늘어나지만, 언제 치고 들어올지 모른다. 전력예비율이 올라가고 있는 만큼 제2의 심야전력이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일본은 최초 지을때부터 난방 및 취사 모두를 전기가 책임지는 ‘ALL 전기화 주택’이 유행이다.

취사용은 실질적으로 전기가 이미 1등으로 올라섰다는 시각도 많다. 표면적으로는 대다수 국민이 가스레인지로 조리를 하는 것처럼 느끼지만 전자레인지, 전기밥솥, 전기포트 등을 감안하면 가스를 이미 추월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전기인덕션(전기레인지)의 성장세가 놀랍다는 점에서 점점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불과 50∼60년 전으로 시계를 되돌리면 그 당시 우리나라 생활에너지는 장작이나 짚이었다. 나무와 지푸라기는 요즘 말하는 바이오매스, 즉 신재생에너지다. 이제는 정부가 나서 신재생에너지를 일정비율 이상 사용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모두가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했던 셈이다.

화석에너지가 본격 사용된 이후에도 1등은 수시로 바뀌었다. 가을쯤 창고에 연탄을 가득 채워 겨울나기를 준비하던 시절은 어느덧 추억으로 남았으며, 석유곤로와 석유보일러에게 그 자리를 내줬다. 석유 역시 농어촌에선 아직 명맥을 이어가고 있지만, 가스가 들어오자 당해내지 못하고 점차 밀려나야 했다. 집집마다 LPG 한 통씩 들여놓고 가스레인지를 사용하면서 불기 시작한 가스열풍은 도시가스가 본격 도입된 이후에는 난방·취사 모두 누구에게나 일상이 됐다.

이후 도시지역에선 지역난방이 보급되면서 한때 부자동네의 상징으로, 난방이 무엇인지에 따라 아파트가격까지 좌우하는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냥 조금 더 선호하는 난방방식일 뿐 목을 매는 단계는 지났다는 평가다. 현장에서는 내가 더 낫다고 에너지원 간 싸우기도 하지만 궁극의 최종에너지는 편의성이 압도적인 전기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영원한 1등은 없다. 내가 공급하는 에너지가 최고가 아니라,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연료가 바로 최고의 에너지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